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by 여비

파란 하늘이 몽글한 곳에서 어린 왕자! 너에게 편지를 써...

귓가를 때리는 피아노의 높고 낮은 음률이 주기적으로 흔들려. 마치 나의 파도치는 마음 같아. 오르락내리락하는 진동자가 해를 넘어서면, 그 환한 빛에 외로움이 몰려와. 많이 외롭다..... 어린 왕자!


내 친구를 만났어. 어른이지만 우린 순수한 어린애였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여주인공의 잊힌 사랑을 함께 찾았고, 아껴 모아 두었던 삼지 돈을 털어 제주도 여행도 떠났고, 비박으로 덕유산 향로봉에 누워 별도 보았어.

우린 "별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언제든 웃고 있는 거야..." 그랬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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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버섯'이라는 사람들을 만나. 안과 밖이 다른 위선으로 가득한 잰 체하는 사람, 지식은 많은데 행동은 없는 사람, 매일 산더미같이 많은 일들을 한다며 옆, 동료에게 자기 짜증을 부리는 사람, 일주일에 한 번 찾아가는 교회 앞마당을 천국으로 착각하는 사람, 분수를 모르고 평범을 저버리고 비범의 풍선을 헛바람으로 채우는 사람, 모두들 선한 사람이라고 뇌우고 있지. 난 눈을 크게 뜨고 허둥대고 있어. 너에게 마음 현미경을 받았는 데도 말이야.

너에게 여우가 말한 "길들인다"는 맘 속에 새겨 넣을게. 오른 발소리를 듣고 절로 왼 발소리를 알게 되듯이.. 그리고 울리는 소리가 같은 너 와 나를 찾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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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장미꽃' 말이야. 네가 보내준 많은 시간 속에 향기를 품고 사랑을 간직한 그 꽃. 햇빛을 주고 물을 적당히 주어 화원을 내가 만들어 한송이 한송이 보태어 정원 가득 선물할게. 바람을 피하고 비도 막아주렴. 그리고 넉넉히 기다리는 마음도 가져 볼게. 난 조급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까 봐 종종 대거든.

어린 왕자!

'보다 더 큰 넓은 마음' 어릴 적에 방바닥에 늘어놓았다고 많이 혼났던 종이인형 옷 입히기 기억나? 어깨선을 싹둑 잘라버려 나를 울려버린 순이 언니의 얌통머리 같은 마음 아니고 말이야. 화가 나서 찢어 버린 그, 종이인형한테 눈물 적셨던 거지...

하얀 눈썹달에 앉은 어린 왕자야!.. 까만 밤에 하늘을 보면 윤 동주가 찾던 별, 남프랑스 한편에 알퐁스 도데의 별을 찾을 수 있을까? 아득하지만 나도 별을 찾아 볼게. 시간을 타고 상상의 날개를 펴다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 곤한 몸에 허한 영이 아쉽기만 해.... 그럼, 이제 너의 소중한 장미와 고삐가 없는 양에게 안부를 전해줘.... 안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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