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 맞나요?

by 여비

**산부인과 진료실 앞에 환자들 묶음 속에 나는 초조함을 끼고 앉아있다. 외래 진찰실, 초음파실, 영상실 등 검은 등을 업고 반짝이는 형광불빛에 현란한 병원 규모를 자랑하듯 환자와 같이 동반한 보호자까지 발 디딜 틈 없다. 때 없이 불황을 타지 않는 곳이 병원이라더니 입증을 하듯 흰 가운 입은 간호사가 나비처럼 빨락 댄다. 어지럽고 멀미도 난다. 현기증마저 도는데 가까운 지척에 나의 이름이 호명됐다.

유난 엽 환자분이죠? 축하합니다 임신 4 주되신 거요!

멍한 기분인가? 아니면 잘못 들렸나? 환청이 아니길.. " 제 이름 맞나요?" 떨리는 음성으로 거듭 확인을 하고서 진료실 문을 닫고 나왔다.

둘째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어머니의 시달림을 밥 먹듯 당했다.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실의로 고부간의 갈등은 극에 다르고 분가의 최후통첩의 비장함으로 마음에 빗장을 그어댔다. 10여 년의 시집살이는 나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막무가내의 복종을 요구했다. 평탄치 않은 웃어른의 썩은 유교사상은 싫다, 좋다는 선별이 필요 없는 단순무식의 표식이었다. 견딜 수 없는 압박감에 몸과 맘이 피폐해져 '안 보고 산다'는 종결을 내는 때라 마지막 끈으로 둘째를 잡았다. 지금도 숨이 가빠온다. 4번의 유산과 긴 기다림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가고 나는 40대에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입초사를 떨면 또 유산이 될까 봐 식구 어느 누구에도 비밀로 덥고 나는 오로지 뱃속의 아기 키우는데만 전념했다. 이때도 책을 머리맡에 파묻혀 돌아가기까지 다독을 하고 특히 무협소설과 탐정소설을 시리즈를 줄줄 이로 해치웠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으리라!

이후로 둘째의 서광이 해를 말아쥐듯 찬란하게 꽃이 피고 대한민국의 여군, 공군 중위가 되었다. 불안으로 **산부인과 진료실에 앉아있던 그곳에 나를 환한 별이 되어 어머니와 나를 가족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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