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거리고 축축 늘어지는 여름 한 날에 동생이 탄생했다. 여름방학이라 학교엘 가지 않았다. 동네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옆집 하나네도 방학을 맞아 시골로 가버려 나만 외톨이 신세다.
나이차로 10여 년이나 되는 동생과는 격세지감 하고 나는 일찍 허니 따로 독립을 했다. 우린 SNS로 소통하고 특별히 만나거나 따로 정해 여행가지도 않는다. 부모님의 집에 가거나 할 때 만난다. 동생은 나보다 열 살이 적어 늦둥딸로 불리고 귀염도 받는다. 동생은 나와 달리 조용하고 말 수가 없는 편이다. 혼자서도 잘 놀고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평화로워 보인다. 항상 웃고 애교도 많다.
그러나 동생의 일기장에는 악마가 들어있다. 부모님과 평소에 나한테 보이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완전 딴판이다.
일기장에 적어놓은 글들은 가뜩이나 귀염 받는 동생이 밉고 싫은 것을 보태고도 남는다. 말도 안 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엄마에게 이르지 못한 말과 머리를 잡아 댕기고 물심부름과 방청소를 시켜서 엄마 따라 가게에 나가고 싶다고도 한다. 귀찮게 굴 정도로 따라다닐 때는 언제이고 말이다.
내 얼굴이 그려있다. 삐뚤 빼 둘하게 입만 크게 색칠을 해 놓았다. 마귀할멈처럼 보인다. 울기도 했었는지 사인펜이 번져있고 노트엔 눈물자국이 느껴진다.
며칠 전 칸초 과자 때문이다. 둥근 모양에 앙증맞은 칸초는 내가 제일 아끼는 간식이다. 책상 서랍에 꼭 꼭 숨겨두고 아껴두었던 과자, 엄마한테 꾸중을 듣는 날이면 살포시 꺼내서 만져만 보던..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내 방바닥에 핑크빛의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과자 상자가 찢겨 여기저기 뒹굴고 발밑에 부스러기까지 붙었다. 동생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두들겨 팼다. 평소에 엄마의 편애는 두 주먹에 힘을 더하고 질투에 눈이 멀었다. 화를 불처럼 뿜고 미쳤었나 보다. 내 교복에 동생의 코피가 묻혔다. 동생에게 나의 못난 감정 덩어리를 쏟아부었다. 난 죽도록 아빠에게 맞았다.
일주일 후면 씩씩한 공군의 멋진 제복을 입고 비행기를 타고 동생이 온다. 하늘의 꿈과 성탄의 기쁨을 가지고 말이다.
나는 동생의 유년 시절의 맑고 순수한 모습이 보고 싶다.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닮고 싶다. 알이 굵은 빨간 사과 한 알은 너부터 갖게 하고 결혼도 너 먼저 해라. 욕심 많은 이 언니가 양보한다. 히 히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내가 너의 동생이 되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