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다. 주방에서 나는 노여사의 점심준비로 분주하다. 한달 전부터 삼시 세끼를 챙기는 내 두 손은 허둥대고 머리속은 엉켜있다.
시어머님의 노환은 췌장암이란 안좋은 검진결과로 더욱 긴장을 하게 했다. 평소에 누구보다 건강하셔서 혼자서 생활하시는데 불편함은 없으셨다.씩씩하고 쿨한 성격에 자식들 걱정은 마다하셨는데 하루 아침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밍밍한 나의 일상에 빨간 신호가 켜지고 불침번을 서는 보초병이 눈까풀을 어쩌지 못한다고 무거운 마음과 함께 더해졌다.
수화기 안에는 까칠한 남편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소독약, 맨살거즈, 지사제,아 참 단호박 찐것, 흰색의 면내의....
다급한 요구사항의 말투에는 큼지막한 책임이란 베낭이 매어있다.
친절한 노여사이신 나의 시어머님은 한 평생을 홀로 무거운 보호자로 사셨다.
나른해 곤하게 선잠이 드신, 머리 하얀물빛의 풀기없는 얼굴엔 밭고랑의 주름이, 가슴팍에 포개진 삭정이 같은 두 손이 나란히 포개져있다.
두 눈에 비쳐진 무거운 생각하나가 덜컹댄다.
가여운 인생이 목이 매이도록 울렁한게 걸려있다. 나의 두 다리는 친절한 노여사를 앞서고 뒤서고 경주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