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by 여비

텃밭에 심은 배추는 서리 내리기전 뽑았다. 냉해를 입으면 큰일이다.

혼자만을 위한 김장배추가 아니여서 바람 한 숨도 멈추지 않게 온갖 정성을 쏟았다.

초록의 배추 겉잎들은 시래기로 다시 태어난다. 처마 아래 걸어두고 늦가을의 시골풍경을 볼테다.

학교를 곁에 두려 이곳 원주로 이사 와서 초보의 농삿일에 신바람이 난다. 먼친척 형님 내외가 아름드리 단풍나무 뒤곁에 나란히 누운 텃밭이 있다.

손으로 하는 수고보다는 발과 눈이 먼저오는 도시사람, 나는 풀 한 포기도 만져 보지 않았다. 저절로 익어져있는 과실수도 그저 실한 감상이어서 머리만 커져있다.

나는 형님만 졸졸 따라 다녔다. 어설피 꿴 챙 넓은 모자, 헐렁한 장화로 무장을 했다. 열심히 배우고 온 몸으로 싸 안았다.

태양빛을 곧게 받은 배추는 알이 굵은 푸른색의 잎을 달고 앉아 있다. 때로 굵은 소낙비가 심심치 않게 놀러와도 끄덕없다.

하늘바람은 선선한 가을날씨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배추는 진한 녹색의 잎들이 키재기놀이를 하고 부채춤을 춘다. 솎음수확도 해 보고 웃거름도 함께 했다. 마주보고 웃는 눈가엔 풍성한 한포기 배추가 영근다. 내손으로 매 만져 생명이 자랐다. 빠알간 고추가루 옷을 입고 김장김치가 되어질 배추를 바라본다. 형님은 벌써 시래기용 배추를 모아두고 나는 지푸라기로 엮을 짚더미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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