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항아리를 하나씩 모은다. 올봄에 중간쯤에 **장에 마실을 갔다. 전통 장이라 단지로부터 약탕기 김칫독 그리고 종지 시루까지 모두 단장을 하고 앉아있다. '숨 쉬는 항아리' 표를 에워싼 짚풀 사이에 시선이 멈췄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그, 항아리인가? 땅의 진동을 이겨내고 흙과 불을 견뎌낸 항아리, 나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들숨과 날숨이 쉬어가는 그곳에 진공의 상태로 긴 시간은 멈추어진다. 내가 발을 디디고 이곳으로 거처 삼는 우리 동네가 편안했으면 한다.
신작로를 따라 개울이 흐르고 동작에 앉아 발을 적신다. 책가방은 이미 인수하고 집으로 갔다. 인수, 인수 오빠는 투망을 가지고 왔다. 개울가엔 풀숲만 제치면 고기가 숨어있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잎들을 두 손으로 잡고 나는 소리 지른다. "와 이리로 와봐. 여기로 빨리" 마음만 앞 선 우리는 투망 한편만 잡아끈다. 얼결에 던져 물치 기를 하던 끝에 "어 어!" 소리를 지른다. 인수 오빠는 온몸을 날렸다. "이야!!" 우리는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팔뚝만 한 붕어를 잡았다. 가슴팍에 받쳐 든 붕어가 눈을 떴다. 신기하다. 아버지하고 원적을 왔을 때도 이렇게 큰 붕어는 잡지 못했는데 정말이지 힘이 생겨났다.
한 바탕의 놀이가 지난 시간만큼 개울은 흘러 강물이 되었다. 내 어릴 적 유희는 더 이상 해볼 수 없는 꿈속에서의 놀이인가..
마을 이장님의 훈수가 정겹다. 남한강 줄기를 끼고 흐르는 물가에 이름 모를 들꽃이 바람에 살랑댄다. 여기로 낙향한 지 벌써 한 해가 되고 내 주위에 사물들은 시골냄새로 물들고 있다. 앞뜰에 옹기종기 앉은 항아리가 터줏대감 행세를 한다. 떠있는 부초처럼 불안을 먹어 버려라..
한 세상 안분지족 하여 노래 부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