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장미는 한낮의 태양을 받고 활짝 피었다. 목월공원을 돌아오는 길목엔 철장 사이로 넝쿨이 올라 빨갛게 수놓았다. 아파트로 오르는 돌계단에 오른다.
땀과 숨을 고르기 위해 팔각정에 누워 눈을 감는다. 주머니에서 쏟아진 손전화로 나의 장미, S를 만난다.
골목길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P와 S가 노트를 꺼내 교환했다. 벌써 백일이 지나간다.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고 같은 교회를 다니다 사귀는 사이다. S는 하얀 얼굴에 눈이 맑다. 사교적이고 말의 온도가 따뜻하다. P는 까만 두 눈이 반짝인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다. S가 주로 말을 하고 P는 듣는다. 그러나 그 둘은 눈빛에서 고요가 묻어나고 아량이 뿜어져 나온다. 마치 숲 속의 잠자는 공주를 이웃나라 왕자님이 잠을 깨우는 그림 같다. 고등학교는 어디에 지원할 것이고 앞으로 뭘 공부할 것인지, 일본에 산다는 S의 큰언니가 다음 달에 한국에 온다는... P는 꿈속을 걷는다.
나는 이 둘의 얘기를 S가 보여주는 노트를 읽으며 덩달아 가슴이 덥다!
나의 장미, S는 단짝 친구다. 공원에 비둘기 밥도 나누어 주고 길 건너 나의 아버지 술도가에도 함께 간다. 지하실에 묻어둔 막걸리 독에 얼굴을 묻을 때엔 S의 통통한 팔뚝이 내 허리춤을 붙잡고 단지 통을 치켜들 때도 우린 함께 하얀 이를 드러낸다. 씩씩 숨을 뱉고 주전자 꼭지에 입을 대어 들이마신 술 찌게미에 취한 S와 날 업고 온 그날도 우린 두 팔을 꼭 안고 있었다.
P의 병실 앞에 S와 나는 처연한 얼굴로 마주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소식에 병마와 싸우고 있다고, 많이 안 좋은 상태이고 취업에 성공은 했으나 병원생활로 어수선하다고... 몇 번에 수술과 요양생활을 반복하다 끝내는 하늘나라로 갔다.
S는 P와 함께한 노트를 보며 울음을 삼켰다. 내게 보여주던 그 노트는 식어버린 커피이고 찬바람 맞은 처연한 장미다. 공원 길목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에 나의 친구 장미, S가 바람에 흔들린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 있겠지...
그때에도 우린 술 지게미 한 입 나누며 울 아버지 등에 업히자.
그리고 P에게 술 취해 헛소리 이어지는 S의 막말을 들려주렴.. 나의 장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