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2교시 두 과목의 시험시간이다. 학창 시절을 뒤로하고 불혹의 나이에 시험이라니 부담감이 하늘 끝에 닿아있다. 근무시간을 채우고 주말반에 학원 등록을 했다. 노인이 되어 노인을 케어한다는 노, 노케어 시대...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이다.
한 칸을 건너뛴 자리엔 나이 지긋한 할머니로부터 이제 막 사회초년생인듯한 앳땐 여학생까지 아롱다롱 하다. 요점정리와 족집게 예상문제집까지 두터운 털옷보다 문제집 두께가 더욱 두껍다.
타종소리와 함께 받아 든 시험지는 헉, 아찔하다. 빼곡하게 적힌 활자가 어릿 짐작할 수없게 멀미부터나고 대충 훑어보는 내 눈은 어지럽기까지 하다. 아는 답이 얼른 튀어나올 것 같지가 않다. 정신이 아뜩하고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머릿속엔 흰 공이 앉아 들었고 식은땀이 난다. 얼굴이 불을 맞은 것처럼 달아올라 이마로부터 적셔진 물기가 마침내 눈을 타고 내려와 손등으로 닦아내며 심호흡을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었다. 천천히 문제와 마주하기로...
"자, 나는 할 수 있다! 4개 중에 1개를 맞추는 거야." 찍신을 믿고 또 그동안 잠을 버리고 열심히 책과 씨름을 한 나를 믿어 보기로 했다.
한 문제 두 문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머리 안으로 엉킨 실타래 풀듯 풀어 나갔다. 오답을 제쳐내니 표기할 답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집 중속에서 누린 정적감이 이렇게나 즐거울 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보이는 문제가 답을 가르치는 것 같은 찍신은 나의 편이었다. 내손에 들린 컴퓨터 수성 사인펜이 날개를 달고 오앰알카드를 모두 마킹했다. 수험번호와 이름을 재차 확인하고 3개월 동안의 시험기간은 끝이 났다. 처음 시작의 망설임이 하루에 하루를 더해 막을 내린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정을 마쳤다 생각하니 목 밑이 뜨거움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