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풍선

by 여비

29살까지 나는 시집을 못 갔다. 여태껏 못 간 시집은 동생의 앞길도 막고 미리댕겨쓴 곗돈도 막지 못했다. 내가 어서 빨리 날을 받아 이, 집을 떠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노처녀의 딱지를 트렌치코트 깃을 헙수룩하게 세워 다니는 것으로 사내에선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소개팅에 후배 결혼식에 부케까지 받아 들었어도 나는 여전히 노처녀다.

그즈음 나의 일기장엔 "쓸쓸하다"는 단어로 도배를 해 놓았다. 자취방에 나도는 잡지책, 검은 눈동자에 불빛이 요란하게 켜진 추리소설, 끄적이다만 눈물로 얼룩진 편지들은 긴 밤을 보내는 나의 친구들이었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해가 늘어지도록 낮잠에서 깨어나면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 어설피 자다 깬 사이엔 악몽인지, 뭔지 푸시시 눈을 비비며 쿵쿵거리는 소리는 체기보다 더한 묵진한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른다. 나를 부르는 애처로운 울음 속에 귀를 기울이다 화들짝 놀라 전등갓을 비벼 손을 허둥댄다. 가까스로 잡은 스위치를 돌려 불을 켜 게슴츠레 동공을 확장한다. 덕지덕지 앉은 물때가 파도에 밀려 포구로 오듯이 걱정 풍선이 둥둥 떠 앉아있다.

소개팅에서 두 번 만난 남자가 자기한테 시집을 오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뭐 그런 것은 모른다. 허세를 부리는 돈키호테는 아닌 것 같다. 넉살 좋은 동생의 남자 친구 같진 않아 보여 그러자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묵직한 약속이 되어 난 한 달만에 그, 남자한테 시집갔다.

걱정 풍선이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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