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마당치 않았다. 애들 아빠가 화를 내는 것도 시어머님 앞에서 소리 지르는 것도 무례하게 구는 것도...
시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우리 두 부부와 아이들은 돼지갈비집에 왔다. 깡통을 변형시킨 불판을 사이에 두고 고기판엔 갈매기살이 쵸코렛을 뒤집어쓴 것 마냥 옷을 입고 지글거린다. 숯불에 벌건 연기와 함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마냥 동그란 원을 그렸다. 지글거리는 고기가 익으며 오글대고 도련님의 톤을 올린 음성에 기분은 운동회날 학교 앞에 자전 거위에 매달린 솜사탕과 분홍빛 풍선처럼 떠오른다. 앞에 놓인 접시엔 연실 고기를 구워 시어머님의 앞으로 놓아드리고 귀여운 손주가 할머니께 " 많이 드세요. 할미" 한다.
아끼고 항상 미안하다는 시어머님은 주문해온 공깃밥을 드시지 않는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큰아들 밥 위에 고봉밥을 만들어 놓으셨다. 나는 어린 딸을 챙기느라 미처 보지를 못했다. 아마도 두서너 번의 만류가 있었는가 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갑자기 공포가 날아들었다. 남편의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오고 우리 모두는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하지 말라고요. 제발!!"
황급히 밖으로 남편은 뛰어 나갔다. 나는 동서에게 딸애를 맡기고 따라 나갔다.
아,, 미치겠네. 혐오스럽다구, 저런 엄마가 미워... 머리는 또 왜 그래
그, 부연 회색이 밉다.. 백발에 듬성듬성 검은 머리가 궁상맞게 섞여서 머리도 회색으로 보이고 입은 옷도 늘 찌든 행주처럼 구리고 지쳐빠진 회색... 더욱 못 견디겠는 건 그, 회색빛 고집이야!!
남편의 볼멘소리가 목대를 저리게 했다. " 나도 이젠 밥 먹고 산다고, 요즘 밥 없어서 못 먹는 사람 어디 있어?..."
절대 꺾이지 않는 엄마의 완강한 고집 앞에서 남편의 꿈틀대는 , 살고 싶은 다채로운 욕망들은 지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