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굿바이
드디어 9년 동안 운영해 오던 일을 접는 날이 되었다. 모든 수업은 마쳤고 마무리파티로 그동안 아이들이 열심히 해온 것을 격려하고 의미 있는 영화감상을 한 후 간식을
먹고 굿바이 하기로 했다.
전 날 아이들의 물건을 챙기면서 꼼지락대며 생활하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회초년생 때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아이의 손을 내가 먼저 놓은 것에 대한 미안함에 그 이후로부턴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의 손을 절대 먼저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물론 나와 맞지 않아 먼저 내 손을 놓은 경우도 종종 있어 내 마음에는 많은 스크래치가 생겼으나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더 고맙고 아쉬운 순간이 결국 다가온 것이다.
장식을 하고 손수 간식을 만들어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쿠폰을 만들어 바꿔주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편의점에 들러 마지막으로 쿠폰을 바꿨는데 사장님께서 그동안 여기 선생님이 궁금하셨다면서 반가워하셨다. 예전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방문하여 도움을 받았던 터라 마스크를 벗고 가니 몰라보신 건데 이렇게까지 해주는 선생님 못 보셨다며 격려해 주셨다.
아쉽게도 마지막 교환이라고 말씀드리고 답례품을 드렸더니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면서 인사해 주시는데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참느냐고 힘들었다. 편의점 바로 옆에 정육점이 있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홍보지를 붙이게 해 주신 정육점 사장님께도 감사의 표시를 하러 들어갔다. 다행인지 직원분만 계셔서 눈물을 참으며 후다닥 나올 수 있었다.
연말행사를 항상 했던 터라 마음을 다스린 후 평소처럼, 그렇지만 조금은 남다른 파티를 했고 무사히 마쳤다. 다만 아이들에겐 너희들은 성장 중이라 선생님이 너희를 몰라볼 수 있으니 혹 나를 만나면 꼭 반갑게 인사해 달라는 어마어마한 요구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그동안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고 아이들까지 가르치느냐고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남들도 다 열심히 사는데 일 그만둔다고 요란스레 구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이제 진짜 백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