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군이 Jan 15. 2024

9. 9년 동안 정든 나와 너희들의 공간

이제 굿바이

드디어 9년 동안 운영해 오던 일을 접는 날이 되었다. 모든 수업은 마쳤고 마무리파티로 그동안 아이들이 열심히 해온 것을 격려하고 의미 있는 영화감상을 한 후 간식을

먹고 굿바이 하기로 했다.


전 날 아이들의 물건을 챙기면서 꼼지락대며 생활하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회초년생 때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아이의 손을 내가 먼저 놓은 것에 대한 미안함에 그 이후로부턴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의 손을 절대 먼저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물론 나와 맞지 않아 먼저 내 손을 놓은 경우도 종종 있어 내 마음에는 많은 스크래치가 생겼으나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더 고맙고 아쉬운 순간이 결국 다가온 것이다.


장식을 하고 손수 간식을 만들어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쿠폰을 만들어 바꿔주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편의점에 들러 마지막으로 쿠폰을 바꿨는데 사장님께서 그동안 여기 선생님이 궁금하셨다면서 반가워하셨다. 예전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방문하여 도움을 받았던 터라 마스크를 벗고 가니 몰라보신 건데 이렇게까지 해주는 선생님 못 보셨다며 격려해 주셨다.


아쉽게도 마지막 교환이라고 말씀드리고 답례품을 드렸더니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면서 인사해 주시는데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참느냐고 힘들었다. 편의점 바로 옆에 정육점이 있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홍보지를 붙이게 해 주신 정육점 사장님께도 감사의 표시를 하러 들어갔다. 다행인지 직원분만 계셔서 눈물을 참으며 후다닥 나올 수 있었다.


연말행사를 항상 했던 터라 마음을 다스린 후 평소처럼, 그렇지만 조금은 남다른 파티를 했고 무사히 마쳤다. 다만 아이들에겐 너희들은 성장 중이라 선생님이 너희를 몰라볼 수 있으니 혹 나를 만나면 꼭 반갑게 인사해 달라는 어마어마한 요구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그동안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고 아이들까지 가르치느냐고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남들도 다 열심히 사는데 일 그만둔다고 요란스레 구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이제 진짜 백수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잠시 다 정지하고 떠나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