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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Jan 19. 2024

11. 너 여행준비 안 해??

내가 준비 안 하니까 불안하니~?

“여행 준비 안 해?”


프로 계획러인 내가!

대략 여행 기간이 한 달임에도 불구하고 정리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본 남편이 이상했는지 묻는다.


“언젠간 하겠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불안하긴 하다.


결혼 전에 여행 계획을 세우면 비가 올 경우, 혹 아플 경우, 다른 상황이 생길 경우까지 모두 생각해서 계획을 짰고 버스비, 지하철 요금까지조차 모두 계산해서 계획안을 만들어 프린트해서 일정을 소화했다.


예전에 기관에서 일할 때 싱가포르로 단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계획하신 선생님께서 여행 가기 며칠 전 갑자기 못 가시게 되고 뜬금없이 내가 계획을 짜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자유로 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가족끼리 비행기 타 본 적도 없고 교회에서 단기 선교활동한다고 21살 때 쫄래쫄래 따라가 비행기 탄 것이 처음이었다. 그런 제게 자유여행을 맡기시다뇨. ㅠㅠ


더군다나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너무 재미없었기에 내 평생 사용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 제가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해요?!!


하지만 윗사람이 내게 떨궈 준 일… 그리고 더 윗사람을 모시고 가야 하는 여행… 내게 자유여행은 그게 시작이었다.


겁이 많고 영어무식자인 내가 프로 계획러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다행인 건 길은 무쟈게 잘 찾고 한 번 스친 길도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 좀 더 편리하게 잘 다닐 수 있었다.


내가 꾸린 가정이 생기고 신혼여행을 고민하다 그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 꽂혀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남편을 끌고 다녀오기도 했다. 겁도 없이. ^^;;;


물론 모든 것은 철저히 미리 공부하였고 지도를 머릿속에 집어넣어 동네 마실 다닐 수 있듯이 만들고 출발했다. 불안감이 티 날까 봐 센척하며 콩글리쉬를 해대니 남편은

부끄러워했지만 꿋꿋하게 다녔다.


나의 불안 증세가 극도로 심했던 코로나를 겪는 2~3년 동안 우리 가족이 아닌 남들과 밥을 먹는 경우는 양손에 꼽는다고 보면 되고 작은 시골학교에서 점심을 먹는 아이를 제외하곤 남편과 나는 항상 집에서 점심도 먹었다.


그렇게 살아온 나였기에 오래간만에 가는 여행을 단단히 준비할 거라 생각했던 남편은 준비되는 상황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걱정이 되었나 보다.


물론 나도 걱정은 되었고 머릿속으로는 짐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집정리가 먼저였고 생각보다 집정리가 너무 오래 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해바짜 여행 가면 즉흥적인 남편때문에 모든 계획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 많이 봤기에 내 성향이 나도 모르게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여행 전날까지도 ^^;;;


우리 여행 잘 다녀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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