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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Jun 10. 2024

엄마, 아무리 그래도 저  약 안 먹어요!

호락호락하지 않겠다!!

<망고의 생각 버전>


형아 옷에 오줌  한  번 쌌다고 굶기더니 내 땅콩을 떼버려!당황스럽고  짜증 난다...

거기에 불편하기까지 한 넥카라를 일주일동안

해야 한다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는 줄 알고

엄마는 내게 맛난 걸 준다며 서두르고 있지만

기왕 맛난 걸 먹으려면 제대로 먹어야지!

이따위 커다란 목걸이 같은 걸 하고 먹을 수 없어!!


침대에서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이상한 걸 빼버려야지!!

손, 발 다 이용해 보자고!! 길고양이 시절에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관제실에 들어갔다가 살아남은 나다!! 난 해낼 수 있어!! 엄마가 겁나 센 것처럼 보여도 사실 물러터졌으니 이따위 것도 나 안쓰럽다고 헐렁하게 해 놨을 거야~


얍!! 얍!!

역~여~억~쉬~! 빠진다~!!


에잇~! 거추장스러운 너~ 저리  가~!

난 도도하게 식사하러 나가보겠어~!


"어머~ 망고야~ 나왔어~~ 엄마가 맛난 거 준비하고 있어~ 잠깐만 기다려~"


엄마는 요즘 정신없이 쏘댕 기더니 역시 오늘도 정신이 없군. 아무튼 난 식사 준비 다 됐다고요~!


"망고야~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 먹어~~

엄마가 더 주문해 줄게~~"


에헴~ 그럼  먹어볼까~

역시 목에 쓸데없는 거  없으니 너무 편하군~


"근데... 망고야  뭔가 이상하다...

너!! 넥카라 어디 갔어~!!!??"


지금 맛난 거 먹고 있잖아요. 말 시키지 마요~!

켁~! 또 잡혀버렸네!!! 아까 잡혀서 병원 갔다 온 건데..

저 이상한 걸 하고 어떻게 먹으란 말이에요.ㅠㅠ


아... 묘생이 이렇게 피곤해서야... 이 집에 와서 좀 편히 사나 했더니 자꾸 병원 대꾸 가고 너무 피곤하네... 때마침 형아 왔는데... 놀란 표정 짓더니 웃는다... 땅콩 없다고... 저 녀석!! 내가 그동안 얌전히 지내며 이뻐라 했더니 선 넘네?! 자기 옷에 오줌 좀 쌌다고 엄마한테 일러바치더니... 너 조심해라, 나 금방 어른된다.

엄마가 이번엔 플라스틱 넥카라를 해줬다. 근데 이거 불편한 것  같은데 적응이 된다... 그리고 나 나름 목도 길어서 그루밍이 되는 것 같은데?? 엄마 어때요?? 나 잘하죠??


"어머!! 이거 뭐야!! 병원에서 준 넥카라인데 수술부위를 핥잖아!! 다시 쿠션 넥카라 하자!!"


아니~ 내가 그루밍을 해야 청결을 유지하는데 다시 넥카라를 해주면 어떡해요!! 덩달아 아빠까지 아이디어를 내서 넥카라 끈을 더 묶네? 아니~ 이 사람들이~


"자 여기 끝을 한 번 묶으면 안 풀릴 거야!"


"그럼 망고 너무 답답한 거 아닐까? 엉겁결에 수술해서 답답하고 속상할 텐데..."


"수술부위 핥으면 안 된다고 했다며 일단 이렇게 해두고 지켜보자."


아빠까지 날 괴롭힐 줄이야... 나 삐졌어!! 더럽고 치사해서 밥 안 먹어!! 넥카라 불편하다고!! 밥 못 먹어!! 아니 안 먹어!! 어랏? 아빠 근데 나 츄르 주는 거예요?? 역시 아빠는 내 마음을 알아요. 그럼 먹어야죠~~ 그... 근데... 맛이 좀... 이상해요... 내가 알던 츄르 맛이  아닌데요??


"망고 눈치챘나 봐~ 안 먹는데?? 츄르를 더 넣어야겠다!"


"좀 편히 주려고 했더니 츄르 섞는 것도 눈치채서

안 되겠네... 이제 츄르도 안 먹는데...

담부턴 다시 알약으로 줘보자."

 



넥카라는 아주 불편했다.

잠을 자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화장실도 편히 못 다닌다. 볼 일 보고 모래 덮어줘야 하는데 이놈의 넥카라 때문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싼 오줌을 밟았다. 된장!!!

아침부터 약을  먹이겠다고 엄마랑 아빠가 난리 부르스를 췄다. 또 츄르 맛이 이상해서 안 먹으려 했는데 밤새 불편한 넥카라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엉겁결에 츄르를 또 먹어버렸다. 으아!!!


엄마아빠는 주말인데도 일 간다고 나가버리고 형아 놈도 학원 간다고 나갔다 오더니 웬일로 자전거 타러 안 나가고 소파에서 낮잠을 잔다. 나도 자리를 잡고 좀 자볼까 하는데 끙~ 이놈의 넥카라!!!




엄마가 귀찮은지 한방에 약먹일 궁리를 하더니 나를 담요로 덮었다. 불길하다. 엄마가 다정하게 부르며 웃는다... 아... 형아가 엄마 무섭다고 하는 게 이런 표정인가 보다... 웃는데 웃는 게 아닌... 나한테 자꾸 입을 벌리란다... 싫은데요? 싫은데요? 으엑~!!! 퉤퉤~!!! 엄마가 이노므녀석!! 이라며 헐레벌떡 약을 줍더니 나를 잡으러 온다.


으악 망고 살려!! 휴~ 소파로 숨었다. 엇? 근데 내가 좋아하는 도마뱀 장난감!!! 아.. 엄마가 치사하게 장난감으로 유혹한다... 넘어가면 안 되는데...

아... 아... 내 발이 앞으로 나가네... 으악!! 컥컥~!!


된장... 아까 뱉었다가 다시 먹으니 캡슐이 뜯어져서 더 쓰다... 머리 쓰다 된통 당했다.




엄마가 담요를 또 가지고 온다.

눼~눼~ 그러세요~ 약 먹이세요~~


엄마가 순하게 잘 먹는다며 좋아라 한다.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다. 앗싸~ 엄마는 단순해~!! 자! 빨리 소파 밑으로 가서 퉤~!  엇!!! 엄마가 따라온 줄은 몰랐네!!

다시 잡혔다ㅠㅠ 약이 더 쓰다...ㅠㅠ




엄마가 이제 믿지 않는다면서 약 다 먹었으면 입을 벌려 보라고 한다. 아니~ 저 다 먹었다고요~  쓰윽~ 한쪽 입을 올려보더니 엄마가 흐뭇해한다.

거 봐요~ 저 다 먹었잖아요~라고 말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반대쪽 입에 있던 알약이 툭...


아아아아~~~ 엄마~~~~ 다시 잡혔다!! 싫어~ 싫어~~ 쓰다고요~~!!!! 입에 들어온 알약을 품고 쏜살같이 소파 밑으로 냅다 달렸다. 퉥퉥~~!!!


엄마가  한숨을 쉰다... 저도 저 때문에 먹는 건 알지만 약은 싫다고요~ 엄마도 서른 살 가까이 알약 못 먹었으면서  왜 저한테 주는 거예요!!! 라며 불쌍하게 쳐다보니 엄마가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엄마... 아무리 그래도 저 약 안 먹어요!'

 

그루밍도 못하고 목은 불편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약 먹는 것도 짜증 난다고요!!


그루밍하고 싶은데 ㅠㅠ

에잇 넥카라라도 그루밍해버려야지. 할짝~ 할짝~


근데 아빠가 넥카라 더럽다고 하네. 아빠가 깔끔 떨기는 좋아하는 것 보니 잘하면 넥카라 뺄 수 있겠어!!


“넥카라를 다시 사야 할 것 같아. 빌려주신 건데 너무 더러워졌어. 언니는 빨면 된다 하지만 화장실도 다니고 한 거라 좀 그러네. ”


“너무 더럽네. 그냥 빼버려!!”


“안돼! 일주일 동안은 하고 있으랬어.”


“상처 아문 것 같아. 망고도 힘들어하잖아.

에잇!! 망고야 빼버려!! “


후훗~ 역시 아빠에게 먹혔다!! 아우~!! 목 간지러!!

냥이한테 그루밍을 못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빼버리니 너무 좋구먼!!




갑자기 수술을 시켜서 망고는 배신감을 느꼈을까? 괜스레 짠하고 안쓰러웠다.  하필이면 목도 엄청 가느다란데 거기에 넥카라를 하고 있으니 더  안쓰러웠다. 그래서 할 때 제대로  해야지 괜히 봐줬다가 나중에 더 고생할게 뻔하니 독하게 맘먹고 있긴 한데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잘해주려고 했지만... 이 녀석이 약 가지고 나랑 실랑이를 한다!! 난 다 먹었는 줄 알았는데 입술안쪽? 에 숨겨뒀다가 소파 밑에 가서 뱉어버리네?? 너 나랑 지금 장난해??!!!


고양이랑 실랑이하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었지만 망고가 꾀가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넌 너 살길 잘 찾는구나~ 그러니 관제실에  가서 숨고 우리를 만났지.

똑똑한 녀석~!


중성화 수술 후 7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이라고 하셨는데 결국 1개를 먹이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알약도 다 먹여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다 먹이려고 했지만... 포기...


넥카라도 일주일동안 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역시나 포기…


우리 망고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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