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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Jun 03. 2024

중성화...

망고야, 넥카라 어디 갔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조선시대 내시가 떠오르고 필요해서 만들어놓은 건데 사람이랑 함께 살기 위해 동물의 것을 떼어버려야 한다는 것이 동물에게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직접 동물을 키우지 않았으니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린 망고랑 함께 살게 되어 입양할 때도 구조자분께서 중성화를 언급하셨고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고 남편도 말을 했었다.


간혹 상상을 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고 소중하고 귀엽고 이쁜 우리 망고에게 '수술'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해서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3차 접종을 하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3주 후쯤 항체가 생겼는지 검사하게 되면 피를 뽑는데 중성화할 때 또 피를 뽑아야 하니 항체검사할 때 한 번에 중성화까지 하는 것이 좋을 거라 하셨고 어떻게든 망고가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에 "ok"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난 그제야 중성화 수술에 대해 다시금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편이 수시로 공부하라며 보여줬던 유튜브에 나오는 선생님께선 생후 5~6개월 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고 어떤 데서는 좀 늦게 하는 게 낫다, 빨리하는 게 낫다라며 여기저기  말이 달랐다.  구조자분께선 집사의 선택이라고 하셨지만 그 집 고양이들은 조금 늦게 하는 것 같았다.


난 정말 고양이에 대해 너무 모르니 딱 정해지지 않는 날짜에 더 집착했다. 아기는 예방접종시기도 딱 정해져 있으니 되도록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딱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도  생각해 보니 생후 1개월 때 맞추는 BCG주사도 병원인지 보건소인지에 따라 접종 방법이 달라 잠시 고민하긴 했었던 것 같지만 중성화는 다른 문제!!! 굳이 중성화를 해야 한다면 조금 더 망고의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진 때 해주고 싶었다.


남편은 내게 더 늦어지기  전에 빨리 중성화를 시켜야 한다고 이유를 들어 말했다. 하지만 다들 바빠 잠시 시간을 내서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은 나였기에 날짜 선택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없이 아가 같은 망고의 모습에 5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중성화수술을 미뤘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좀 쳐지기도 하고 식욕도 늘어 깨발랄한 모습이 줄어든다길래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고 5~6월까진 내가 바쁘기 때문에 수술하고  망고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마음에 쓰여 내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 혹여라도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건 추후에 생각하기로 하고 병원에 좀 더 있다가 하기로 이야기해 뒀다.


망고의 깨발랄함은 나날이 치솟아 갔다. 울음소리? 애교소리? 뭐... 그런 소리도 늘어 시끄럽다 느껴지기도 했고 남편은 발정 난 거 아니냐며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망고가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 참을 수 있었다.

하! 지! 만!!!

예정되어 있던 수술 날짜가 지나고 6일째 되던 날...

가족 모두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고 아이는 문 닫고 방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망고가 계속 울부짖어댔다. 망고가 좋아하는 형이랑 많이 놀지 못해서 형이 보고 싶어서 운다고 생각했고 아이에게 망고 운다고 하니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잽싸게 망고가 아이방으로 들어갔고 잘 노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엄마~!! 망고가 내 옷에 오줌 쌌어!!!"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아이방으로 들어가니 아이 후드집업에 오줌을 싼 망고... 이럴 실수를 할 애는  아닌 것 같지만 뭐 아직 아기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는데 남편이


"망고 발정 나서 그렇잖아!! 당장 내일 가서 중성화 수술해~!"


두둥~

발정 좀 나면 어때~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나 홀로 망고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 함께 키우는 것이니 가족의 의견도 중요했기에... 밤 10시, 갑자기 결정된 망고의 중성화수술!

며칠 전 구조자분과 이야기하면서 나중에 넥카라 필요하면 빌려주신다 하셨기에 쿠션형 넥카라를 급히 빌리고 금식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금식을 시켜야 하는데 아차차... 다음 날 오전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기강의를 듣고 있던 터라 망고를 데리고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은 오후 2시!


그렇다면 대체 금식을 언제부터 시켜야 하나 고민하다가... 새벽 2시부터 사료 중단하고 아침 7시에는 물도 주지 않았다... 망고야 갑자기 굶겨서 미안... ㅠㅠ


밤새 배고파할 망고  걱정, 다음 날 중성화시킬 생각에  또  걱정하다 피곤이 얼굴에 뒤덮인 채 망고에게 조금만 더 참자고 말한 후 오전 강의를 들으러 갔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망고가 잘 있는지 CCTV로  자꾸 확인했고 축 쳐져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 학교 공개수업도 있었지만 그건 뒷전이었고 빨리 망고에게 가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자차로 이동하면 20분 이채 걸리지 않을 거리였지만 남편이 가지고 있던 차를 처분하고 가족차를 끌고 다니는 바람에 요즘 난 뚜벅이 신세라 아무리 빨리 집에 가도 4~50분이  걸렸다. 그날따라 선생님께서 주신 무거운 재료들이  많아 한숨이 나오려던 찰나 같이 수강하던 수강생 중 한 분이 나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같이 갈 수 있는지 여쭈었는데 하필  우리 지역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장에 가셔야 한다는 말에 좌절...


굳이 불편할 부탁 따윈 하지 않는데 주린배를 움켜잡고 혼자 있는 망고 생각에 빨리 집에 가볼 요량으로 말씀드렸다가 괜스레 죄송한 마음만 들게 해 드리고 택시 타면  되는데 왜  그 머리는 안 돌아갔는지 무거운 짐 들고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로 갈아타려는데 점심시간이라고 태워주지  않는 마을버스가 속상했고 촌동네에선 자차가 없으면 여러모로 짜증이 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힘겹게 집으로 들어가니 창문 앞에 앉아 멍하니 날 쳐다보던 망고...


갑자기 수술해야 하는 망고의 상황과 여러모로 복잡한 나의 상황이 맞물려 망고 껴안고 울다가 정신 차리니 병원 갈 시간!!!

다시 마음 다잡고 가자!!


"망고야 수술은 5분이면 끝난다고 했으니 빨리 집에 와서 맛난 거 줄게~~"라고 말하며 이동장 속으로 쏙~ 새로 산 이동장이 좀 커서 무겁긴 했지만 수술 끝나고 이따가 넥카라 하고 올 때 좀 더 편히 망고가 쉴 수 있을 것 같아 금방 또 뿌듯해하며 병원 도착!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망고를 두고 3시간 후에나 오라 하신다...

수술 전에 해야 하는 것들하고 수술하기 전 전화 주시고 수술한  후  바로 또 전화 주실 거고 마취 풀리는 것보고 넉넉 잡아 3시간 후에 오면 될 것 같다고...


"망고와  3시간이나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요???!!! 5분이면 된다면서요???!!!"


당황해서 버럭 한 것 같지만 나의 짧은 지식과 생각으로 버럭 한 것 같아 죄송했고 수술도 절차가 있는데 5분이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 생각한 나 자신에게 헛웃음이 났다. 의사 선생님 손에 안겨 떨고 있는 망고에게 인사하고 불안한 내 마음을 잠재우려 3400원짜리 커피도 사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할 일은 많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병원 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망고인데 병원에  두고  오다니 내가 얼마나 미울까... 싶다가도 덜덜 떨고 있을 망고의 모습에 또다시 엉엉...  


누가 보면 고양이랑  평생산 줄...

고양이 무서워하던 사람 맞나...

언제부터 고양이 좋아했다고 저러나... 싶겠지만...


이미 망고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망고를 병원에 두고 온 지 1시간 30분이 지나자 병원에서 이제 수술한다고 전화 왔고 대략 5분 뒤 수술 끝났으니 5시쯤 병원에 오라고 연락도 왔다.


수술했단 소리를 들으니 또 마음이 으앙~ ㅠㅠ


칼같이 5시에 맞춰 갔는데 몇 분 기다리다가 망고를 만났다.  망고 힘들까 봐 쿠션 있는 넥카라 가져가서 부탁드렸는데도 플라스틱으로 해놓은 의사 선생님이 순간 미웠지만 이렇게 못난 어미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쿠션 있는 넥카라로 바꿔주십사 부탁드렸다.


약을 아침저녁으로 일주일이나 먹어야 한다는 소리도 날 너무 힘들게 했지만 힘없이 쳐져있던 망고의 모습에 또또 울컥...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뭔 짓을 한 거냐!! 내가 아빠 말에 그만...ㅠㅠ"

마음속에선  아주 쌩쑈 중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할 틈 따윈 없었다. 빨리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망고를 내려놓기 위해 무거운 이동장을 들고 쏜살같이 내달렸고 집에 도착해서 망고를 꺼내놓으니  넥카라 때문에 고장 난 망고... 망고야  미안하다~~~ 내가 뭔 짓은 한 거냐!!! ㅠㅠ라며  또다시 요동치는 마음 꾹꾹 넣고 망고가 좋아하는 맛난 습식캔을 주려고 했더니 달랑 하나 남아있는...ㅠㅠ 아!! 미리 준비  못한 어미 같으니라고 ㅠㅠ


망고는 슬금슬금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자기 몸만 한 넥카라를 하고도 침대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래... 너 침대 좋아하니 거기서 좀 쉬어..."라고 말하고 서둘러 사료와 물을 준비하고 몸을 돌렸는데 그새 거실에 나와있는 망고! 그런데…


"응?? 망고야 너 넥카라 어디 갔어??!!!"


내가 분명 아까 의사 선생님이랑 넥카라 잘해서 집에 왔는데 사료 준비하는 몇 초사이에 넥카라를 빼버린 망고...


일주일 동안 넥카라 하고 있으랬는데... 집에 오자마자 이러면 어떡하지 망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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