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포영화도 못보는 쫄보인데...
중성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병원에 갔고 넥카라를 일찍 빼준 집사의 만행과 알약을 물고 있었던 망고의 똑똑함을 알린 후 후처치를 하고 추가접종도 하고 심장사상충도 하고~ 집으로 왔다. 다행히 다~ 괜찮다고 하셨다. 휴우~
그런데 나는 분명히 중성화를 하면 깨발랄 증상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보았다. 깨발랄할 모습이 너무 좋았기에 중성화 수술을 나중에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그런 것인가!!! 망고는 넥카라를 뺀 그날부터 더 방방방 뛰어다녔다.
요즘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블라인드를 열어주고 망고 아침밥도 챙겨주었다. 그러면 망고는 아빠를 따라다니며 비벼댄다고 했다. 어느 날은 망고 때문에 출근 못 할 뻔했다며 망고의 어리광에 남편은 좋아라 했다.
두 번째로 일어나는 사람은 나인데 알람이 울리면 끄고 잠시 누워있으면 어김없이 망고가 다가와 이불 밖으로 쓰윽 나와 있는 내 발을 깨물었고 결국 난 눈을 떠서 망고랑 인사하고 화장실로 간다.
그날도 그런 날들 중에 하루였다.
우리 집은 사춘기가 온 아들방을 제외하곤 거의 다 오픈이라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망고가 쓰윽 다가왔다.
"망고야~ 엄마 좀 있다가 나갈게~ 놀고 있어~"라고 했더니 망고가 알아들은 건지 화장실에 연결된 통로를 지나 안방으로 갔다. 망고도 나갔으니 편히 볼 일을 보려던 찰나! 갑자기 망고가
탕! 탕! 탕!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소리일 뿐 망고는 소리 내지 않았다. 다만 그 모습이 옛 영화 '여고괴담'의 한 장면 같았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난 쫄보유전자가 강했기에 공포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는데 '여고괴담'의 그 장면은 너무 유명했던 터라 영화소개해 주는 프로그램 등으로 엉겁결에 보았고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망고야... 갑... 자기... 왜... 그래...."
화장실에 있었던 터라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망고가 '여고괴담'의 한 장면처럼 다가올 때마다 난 너무 무서웠고 결국 화장실 문을 닫았다.
'뭐야!! 무섭게 쟤 왜 저래!!'
난 후다닥 화장실을 빠져나와 망고의 위치를 파악했다. 망고는 식탁 밑에서 '저 엄마 지금 왜 저러나...'라는 표정으로 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장군아!! 내가 쏼라~쏼라~쏼라~~ " 남편에게 전화해서 방금 있었던 일을 후다닥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웃으면서
"너도 봤어?? 망고 신났나 봐! 나한테도 가끔 문 밖에서 얼굴 반쯤 보여주고 있다가 갑자기 팡팡팡하며 다가와"라며 숨바꼭질 놀이를 해주라고 말했다.
신났다니...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섭게 달려왔는데 그게 신난 거라고??!!
망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돌아다녔기에 순간 내가 잘못 봤나 의심도 되었지만 분명 허리를 동그랗게 굽히고 콩콩콩하고 앞으로 슉슉 다가왔다. 그건 분명 '여고괴담'의 한 장면이었다!!!
망고는 그 후로도 몇 번 그 행동을 해서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고 망고를 구조해 주신 분께 여쭈었을 때도 혼자 재밌게 놀았나 보다고 하셨다. 영상을 찍어 자세히 보니 망고는 신난 것이 맞았다. 그 자세는 숨바꼭질하자는 뭐.. 그런 암호인듯했다.
몇 번 보니 무서워 놀란 마음도 누그러졌고 망고의 그 자세가 웃겨서 나도 가끔 숨었다가 짠하고 나타나면 망고도 기겁하고 도망가고 다시 망고가 짠하고 나타나는 숨바꼭질 놀이를 종종 하고 있다.
왠지 멍멍이는 숨바꼭질도 숨어서 낄낄대며 웃을 것 같고 고양이는 전혀 소리 안 내고 음흉하게 숨어서 날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계속하다 보니 음흉해 보이는 고양이 숨바꼭질도 재밌어진다.
우리가 고양이화 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