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망고가 우리 집에 살던 그날부터 남편은 캣타워 이야기를 했다. 나도 캣타워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직 어린 망고에게 벌써부터 필요한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의 일장연설을 듣고 나니 캣타워는 필요할 것 같았고 알아보니 비쌌다.
"일단! 벤치 의자랑 저 선반이용하자!"
그렇게 망고의 유아기시절용 캣타워를 완성했다. 캣타워라고 하기보단... 캣테이블?
위에 담요도 깔아주 고 나니 제법 포근해 보였고 망고는 종종 올라가서 따스한 봄 햇살을 즐겼다.
하지만 남편은 캣타워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해서 당근 알람을 설정해 두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도 못했고 찾더라도 타이밍을 놓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다 남편 일이 꼬였고 캣타워는 커녕 일단 우리 가족의 일상생활에 더 이상 변화가 없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 살았다.
꼬인 일이 풀린 건 아니지만 어찌저찌 또 살궁리를 찾다 보니 다행히도 남편은 새 일을 찾아 적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캣타워 만들어야겠어! 회사에 남는 자재가 있으니 말씀드리고 그걸로 빨리 망고에게 캣타워를 만들어줘야겠어."
새로 찾은 일이 그동안 남편이 하던 일과 다를 거라 생각하고 걱정했는데 나름 비슷한 일이었는지 남은 자재를 보고 캣타워를 생각한 것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 이렇게 만들지 저렇게 만들지 구상하던 남편은 나의 의견을 물었고 나는 나대로 조언을 했지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알아서 한다며 계속 끙끙거렸다.
대망의 D-day
나는 주말 알바 일로 일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갔고 남편은 캣타워를 만든다고 했다. 나는 그냥 적당히 만드는 줄 알았다.
7시간 후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오니 거대한 물체가 창문을 뒤덮고 있었다. 아직도 내 눈엔 망고가 아기인데 높이가 1.8m가 넘는 캣타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끈은 말다가 부족해서 중단된 상태이지만 나름 스크래처도 주문해서 붙여놨다.
남는 자재 가지고 만든 것치곤 쓸만해 보였다. 다만 합판이 너무 얇아서 망고가 올라가면 꼭 다이빙대(?)에서 다이빙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안해 보였는데 아이도 나와서 이것저것 지적하니 급하게 만들어서 그런 거고 추후에 보강한다고 했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망고는 점점 자랄 테고 매번 똑같은 캣타워는 식상할 수 있으니 나름 캣타워 확장버전도 미리 생각해두고 있었다.
망고는 조심스레 사뿐~ 사뿐~ 밟으며 다니며 나름 만족하는 것 같았다. 며칠 두고 보니 캣타워 위에 올려진 쿠션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기도 했고 점차 맨 꼭대기까지 서슴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부족했던 마끈도 배송되어 더 감아주었는데 처음에는 중간정도 올라가다 다시 내려오더니 하루 이틀 만에 적응을 한 건지 서슴없이 올라갔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기한 망고의 성장기였다. 캣타워가 없을 땐 소파 위나 책상, 테이블 정도만 올라다니더니 캣타워를 오르락거리며 자신감을 얻었는지 거리가 꽤 있는 곳도 겁도 없이 점프~를 해댔다.
물론 그 옆에서 남편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흐뭇해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망고를 위한 또 다른 놀잇감을 구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