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하던 짓을 했어?

아니 뭐 쓰레기 버리는 것도 돈 내고 버려?! 어! 돈 내고 버려~!^

by 멍군이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쓰레기 버리는 날!

일주일에 단 하루! 재활용수거하는 날이기도 해서 내가 일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에 맞춰 대청소를 한 후 일주일 동안 모은 쓰레기를 짐작하여 10L 나 20L 쓰레기봉투를 결정 후 집 안에 있는 쓰레기를 모두 모아 갖다 버린다. 물론 음식물쓰레기를 1.5L 봉투에 모아 수시로 갖다 버린다.




작년,

유독 집 안에 초파리가 많아졌었다.


초파리 트랩을 설치하고도 모자라 전기모기채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처리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매주 쓰레기 버리는 날이 있었지만 아이는 자기 방의 쓰레기를 몇 주 쨰 버리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남편이 부지런을 떨며 아이 쓰레기통을 열었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땐 내가 정리해 줬지만 사춘기 아이에게는 쓰레기통도 아이의 프라이버시라 생각하여 손대지 않았다. 쓰레기통 안에 비닐을 씌워 쓰레기를 버린 후 일주일에 한 번 큰 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 한 건데 아이가 안 버린다길래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남편이

사춘기아이의 쓰레기통을 열다니...


"아악!!! 큰 일 났어!! 빨리 전기모기채 가지고 와봐!!! 그리고 여기 방문 닫아!!!"


그 시간 아이는 운동을 가서 집에 없었고 남편의 부름에 내가 후다닥 갔더니 온 방안에 초파리가!!!


아... 사춘기를 겪고 있던 아이는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고 부모가 방에 들어가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건 뭐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햄버거 같은 걸 먹은 후 그 포장비닐을 버리고 거기에 묻어 있는 음식물 등등으로 인해 쓰레기통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초파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큰 전기모기채, 캠핑용 작은 모기채 두 개를 들고 미친년처럼 흔들어댔다.


"타 타탁, 타 타탁, 탁탁, 타 타탁, 탁탁"

사실 모기채라 만들어져 있는 구멍이 큰데도 어마어마한 양의 초파리들이다 보니 정말 많이 죽이고 있었다. 말을 하면 초파리가 입에 들어가는 상황이라 말도 못 한 채 남편은 쓰레기봉투 큰 것을 가져와 쓰레기를 넣고 소독약을 뿌려가며 쓰레기통을 닦고 나는 나대로 모기채를 흔들어대며 발바닥에 느껴지는 초파리들의 흔적에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사춘기증세가 차츰 잠잠해지더니 쓰레기 버리는 날이 되면 아이가 직접 자기 쓰레기를 가지고 나와 큰 쓰레기봉투에 버리기 시작했다. 아주 훌륭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엄마, 쓰레기 버렸어??"

묻길래


"응,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잖아. 다 갖다 버렸지."


"아~ 나 몰랐네. 이야기 좀 해주지."


"항상 목요일에는 버리는 날이니까 기억해. 그리고 쓰레기 많으면 거실 쓰레기통에 넣어놔. 엄마가 정리할게."

라고 말하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똑~똑~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이야~ 갖고 나와." 했더니 아이가 알겠다 했다.


쓰레기양이 적길래 난 10L짜리 쓰레기봉투를 꺼내놨고 남편과 나는 각자 흩어져있는 쓰레기를 가져와 넣었고 아이는 아직 안 버린 것 같길래 난 저녁 운동을 다녀온 것이다.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벗는데 뭔가 이상했다.

오늘 개학해서 학교 다녀온 아이는 운동화를 신발장에 잘 정리해 두었다. 정리 안된 남편 신발만 바닥에 있었어야 했는데 정리되어 있던 아이의 슬리퍼가 나와 있었다.


남편이 먼저 보이길래

"호야 어디 나갔어??" 물었더니


"뭐 쓰레기 버리러 나간다던데??"


"뭐?? 쓰레기봉투 저기 있는데?? 뭘 버렸다는 거야??"


"몰라~ 쓰레기 버린 것 같던데..."


이미 재활용은 갖다 버렸고 10L짜리 쓰레기봉투는 아직 윗부분을 열어둔 채 쓰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똑~ 호야~ 쓰레기 갖다 버렸어? 혹시 어디다 갖다 버렸어?"


"응~ 밖에 갖다 버렸어!"


"어?? 쓰레기봉투에 갖다 버린 거야?"


"아니 쓰레기봉투 작던데. 거기다가 어떻게 버려~ 그래서 내가 밖에 갖다 버렸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 말인가... 설마 그냥 쓰레기를 갖다 버린 건가 싶어 다시 물어보니


역... 시... 나...


"야!! 나와!! 어디다 갖다 버린 거야!! 그렇게 버리면 안 돼!"


"내가 잘 갖다 버렸다니까. 나와봐~"하길래 어차피 버릴 10L 쓰레기봉투를 들고 아이와 같이 아파트단지 안 쓰레기장으로 나갔다.



하핫~ 아이는 돈을 주고 산 쓰레기봉투들 위에 위생봉투에 모은 본인의 쓰레기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뭔가 다른 쓰레기봉투들과 다르단 걸 못 느낀 건가...

쓰레기 안 버리고 잘만 살 던 녀석이 왜 안 하던 짓을 한 거지?


불법투기(?)가 돼버린 위생봉투를 다시 꺼내 10L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쓰레기도 돈 내고 봉투사서 버려야 해. 물도 마찬가지로 물을 쓰는 것도 돈 내고, 물을 버리는 것도 돈을 내는 거야."


"아니 뭐 쓰레기 버리는 것도 돈 내고 버려?!"


어릴 때부터 교육을 다 한 것 같은데 새삼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엄마, 아빠에게 미루지 않고 본인 쓰레기 갖다 버린 건 기특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살아갈 때 지켜야 하는 것들은 제대로 익히고 지켜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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