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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Oct 18. 2023

누가 딱 정해주면 좋겠다.

시골 동네탐방 3

"주말에 또 집 보러 갈 거야??"


엄마, 아빠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는지 아이가 물어본다.


"응. 이번에 다시 가볼 거야. 저번에 네가 다닐 학교도 다녀왔는데 운동장이 엄청 크고 좋아. 지금 학교는 인간적으로 너무 작잖아... 근데 우리 이사 가더라도 처음에는 엄청 허름한 집에서 살 수도 있어."


"왜?"


"집을 보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럴 바엔 처음엔 좀 허름한 집에 지내면서 주변을 살피고 땅을 사서 나중에 작은 집을 지어보려고... 아빠는 작더라도 네가 지낼 수 있는 2층 집을 만들어주고 싶데. 그리고 엄마 생각에도 나중에 네가 독립하더라도 언제든 와서 쉴 수 있는 너의 방이 준비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럼 난 미끄럼틀 만들어줘"


"집이 작아서 한 번에 슝~ 하고 내려가진 못할 텐데... "


"그럼 봉 하나 달아주면 타고 내려가면 돼. 예전에 만화영화 같은 데서 그런 것 나왔어."


"그래그래!! 네가 이제 컸으니 그런 것도 괜찮겠다."


"근데 언제 갈 건데??"


"올해 집 정리하고 내년 초에는 가야지 네가 1학기 적응하기 조금 수월하겠지?"


"뭐!! 안돼!! 안돼!! 지금은 안돼!!"


"왜? 지금도 너 학교에 아는 아이들 별로 없고 고등학교 가면 또 다 흩어지는데 지금 미리 내려가서 적응해 두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나 친구 있어! 그리고 여기 적응했다고. 난 중학교까지는 여기 있을 거야. 그리고 여기가 내 고향이라고!! 난 안 떠나!!"


이야기가 웬일로 좀 수월하게 풀리나 했더니...


유치원도 본인이 선택했고, 초등학교도 병설유치원 다녔으니 멀어도 그냥 다니고 싶다고 아침 7시 50분에 셔틀 타고 다니던 아이였다. 중학교는 상관없다길래 '그래, 이젠 가까운데 다녀라~'라는 맘으로 가까운데 지원했고 아는 아이들이 몇 없어 한참을 방황하는 듯싶더니 뒤늦게 마음에 드는 중학교 안보 내줬다고 한참을 씨부렁댔다.


이사를 간다 해도 사춘기 아이의 학교 문제가 크긴 했지만 친한 친구들 없는 것 같아서 그걸 좀 노려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쪼그만 게 고향이라니...

고향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살아서 아무 느낌 없는 부모는 황당할 뿐이었다.




"이번에 다시 가보고 최종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그런 마음을 먹고 남편과 나는 아침부터 달려갔다. 물론 부동산을 알아보거나 뭔가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주말에 때마침 5일장이 열렸기에 겸사겸사...^^''



가는 도중,

괜스레 안개도시가 멋스럽게 보였고 난 왜 멀리 가려고 하는지 순간 의아하기도 했지만 바라보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저 빌딩이 내 것도 아닌데 뭐...


일단 현재 집 팔고 대출 갚고, 전세로 들어가서 살아보면서 괜찮은 땅을 알아보자. 집 짓는 건 나중에 돈 좀 모으면 하던지... 땅 살 때 대출을 받던지... 라며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갔는데 일요일이라 아침부터 문을 연 부동산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간신히 한 군데 문을 열어보니 컴퓨터 앞에 선글라스 쓰고 계신 중개인분...

첫인상이 강했다.


아주 저렴한 단독주택 전세를 찾고 있다 말씀드리니 그런 거 찾기 어렵다고...ㅠㅠ

그래도 언젠간 이뤄보고 싶은 우리의 꿈을 다시 천천히 말씀드리니 땅을 몇 군데 보여주시겠다고 데리고 가셨다.


전망이 아주 좋은 곳...

난 우리 남편이 그렇게 적극적인 모습은 너무 오래간만에 본 것 같았다.

방향이 안 좋았음에도 멋진 절경을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하며 꿈을 그려보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럴 새가 없었다.


정신 차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다시 나눴다.


"난 지금 안 가! 중학교까진 여기 다닐 거야."


"알았어. 그럼 이 동네에서 이사는 가도 되는 거지? 너 방 너무 작아서 답답하다고 했었잖아."


"그땐 이사 갔으면 갔을 텐데 지금은 적응했어. 난 지금 여기가 좋아."


"일단은 멀리 가는 이사는 나중으로 미룰게. 하지만 집은 이사 가야 할 수도 있어. 그건 네가 좀 이해해 줘."


내가 아이랑 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어릴 때 부모님도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 건 알지만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하셨던 것이 생각나서 우리 가족의 일원인 아이에게도 좀 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을만되면 드릉드릉대는 마음 잡기도 참 힘들다.


이럴 땐 누가 좀 딱 정해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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