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상 Apr 28. 2021

그림책<세 강도>

토미 웅게러 글, 그림/시공주니어

#토미 웅게러#세 강도#자각#나의보물은무엇#나눔


까만 모자와 망토를 입은 세 강도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 강도는 그들의 마음이 깜깜한 어둠의 세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까만 망토와 모자를 쓰고 어두운 밤을 틈타 돌아다녔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고 그들이 나타나면 모두 도망갔다. 세 강도가 마차를 세우고 도끼로 바퀴를 부순 후 사람들을 협박해 재물을 빼앗는 모습은 안타까워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강도짓을 하기위해 마차문을 열었을 때 작은 여자아이가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고아인 티파니는 숙모네 집을 가고 싶지 않았기에 세 강도를 만나자 오히려 반가워한다. 티파니는 까만 옷으로 무장한 험악한 분위기의 그들에게서 순수한 무엇을 느꼈던 걸까? 티파니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 강도들은 자신들의 따뜻한 망토로 그녀를 감싸 동굴로 데려가고 푹신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어쩌면 그들 자신들이 티파니처럼 버려졌던 예전 모습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강도짓을 하고 살았지만 어린 아이인 티파니를 보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잊고 있던 선한 성품이 드러났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세 강도의 동굴에서 모아둔 보물을 보고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라는 말을 던졌을 때 어리숙하고 무지했던 세 강도의 머릿속은 번개를 맞은 듯 했으리라. 그 동안 세 강도는 재산을 모으기만 했지 어떻게 써야할지는 한 번도 고민을 안 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선생님께서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능력도 각성이 없다면 보물이 되지 못하지 않겠냐며, 각자가 가진 재능들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물어 보셨다. 정확한 도착점을 정하지 않고 가는 길은 쉽게 딴 길로 접어들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들을 썩혀둘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 후의 이야기는 비약적으로 전개된다. 세 강도는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와 기르기 시작하고 재산을 처분해 성을 사서 함께 살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나는 행간에 담긴 이야기를 알 수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물을 처분해서 좋은 일을 한다는 부분에서도 마음이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세 강도는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깨닫고 이미 사랑으로 회복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쳤을 것이고 성직자를 찾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데려온 아이들을 정성껏 키웠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랬기에 데려온 아이들은 모두 잘 자라서 함께 마을을 이루며 살았고 양아버지들을 기리는 탑을 세우기까지 한 것이다.


 강도는 티파니라는 어린 소녀에게 감화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용감하고 가치있는 길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도는 스스로에 대한 각성과 깨우침으로 어두운 세상을 벗어날   있었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인생까지 구원할  있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내가 가진 보물에 대한 자각이 있는가, 그리고  보물을 함께 나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고 말이다. 예전의 나는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온통 부족함과 결핍이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나를 만나려는 노력들 속에서 다른 답을 내게 되었다. 현재를 바꿀  있는 싹은 이미  안에 들어있으니  안에서 보물을 찾아 새로운 삶을   있다고 말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각성하고 나니 부족하지만  안의 보물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삶을 꿈꿔 보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강도였던  사람이 이룬 선한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서 티파니가 건넨 질문을 나에게도 던져 본다. "그럼 나의 보물은 무엇에 쓰고 싶은 거야?"

이전 09화 그림책<약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