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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Mar 21. 2021

그림책<약속>

니콜라 데이비스 글 로라 칼린 그림

약속# 축복# 생명의힘# 색이돌아오다# 나를살리는길# 알아차림# 기적# 니콜라데이비스# 로라칼린#


"네가 이걸 심겠다고 약속하면, 놓아주마."

더럽고 가난하고 흉측한 도시에 살던 소녀가 소매치기를 하려던 순간 가방 주인인 노파가 던진  마디였다. 황량하고 죽은 나무처럼 말라붙은 심장을 가졌던 소녀가 풍요로움과 생명력을 얻게 되는 시간을 허락받는다. 물론 노파의 가방을 훔치려했다는 것은 잘못이었지만 노파는 약속을 해달라며 가방을 주었다. 음식이나 돈을 기대했던 가방 속에는 푸른 도토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소녀는 노파가 던진 약속의 의미도 깨닫게 된다. 도토리를 심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소녀가 도토리를  순간 그것이 자신을 살릴  있는 무엇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도토리  하나가 통째로 소녀의 품에 안겨  것이었고 말라 비틀의져 있던 심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소녀는 그것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도토리가 자신을 살려내고 풍성함과 사랑으로 돌려 놓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소녀의 직감에 감탄스럽다. 소녀는 고달픈 예전의 시간들 속에서 그리고 온통 회색빛세상 속에서 마음은 메마르고, 심장까지 메말라 바스락거렸다. 하지만 마음 깊은  어딘가에선 자신이 달라질  있다는 희망과 총천연색의 세상을 꿈꾸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같다. 회색빛 세상 속에서도 오히려 푸르름을 받아들일 준비를   있다는 것은 인간의 놀라운 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행운을 직감하는 순간이 있었을까? 몇 년 전 자서전을 썼을 때 이후의 삶은 달라질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쓰기를 하는 것이 나와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만들어주고 은밀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최근 그림책을 읽으며 나를 만나는 작업을 통해 마음 들여다보기와 함께 단순하지만 순수한 메시지들이 주는 성찰을 선물로 받고 있다. 행운을 직감했기에 그것을 꼭 잡았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직감은 맞았다. 도토리를 메마른 대지 곳곳에 심는 시간 동안 그리고 천천히 그것들이 싹을 내밀어 초록빛을 드러내는 시간 동안 소녀는 내내 행복해한다. 소녀의 도토리는 세상 여기저기에 싹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나무를 보며 미소짓고 옆에 머물며 차를 마시게 된다.그리고 자신들도 나무와 꽃과 채소들을 가꾸기 시작한다. 마침내 푸른 나무들이  도시에 노래처럼 퍼져 나가고 나무들은 하늘까지 닿아 축복의 비를 뿌렸다는 대목에서 어떤 벅참이 올라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깊은 내면이 바라는 것은 생명에 맞닿아 있고 싶다는 열망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우리에게 변화할 힘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닌  같다. 오히려 작지만 꾸준히, 천천히 이루어지는 노력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는  같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았기에 소녀는 다시 힘을 내어 슬프고 안타까운 도시로 계속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도시가 행복해지면 다음 도시로,  다음 도시로...... 그리고 어느날 저녁, 예전의 자신처럼 도토리가  가방을 앗아가려는 젊은 도둑에게 흥정을 하며 가방을 넘기면서 그 기적은 더 넓게 퍼저갔을 것이다.


소녀가 심었던 도토리처럼 내가 심은 도토리가 어딘가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늘상  안에 매몰되어 주변 사람이나 세상을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얘기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의 도토리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대단한 ,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뿌릴  있는 작은 도토리 씨앗은 없을까하는 생각 끝에 나의 바로섬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나의 밝음이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있다면 그리하여 소통과 아늑함과 평화가 함께   있다면 나로써는 최선의 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눔이 나눔을 다시 만들고, 선함이 선함을  일으키는 기적의 시간이 나와 멀리 있지 않음을 믿어 본다.  길이 나로부터 시작   있음을 희망하며 도토리를 비축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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