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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Mar 23. 2021

그림책<밍로는 어떻게 산을 옮겼을까>

밍로는어떻게산을옮겼을까# 마음의짐# 지혜로움# 내안의지혜# 원하는것알기


밍로부부는 자신의 집을 무척 사랑한다. 부부의 집은 커다란 산 밑에 있었기에 산에서 내려오는 돌들로 지붕이 뚫리고 햇볕이 들지않았는데도 부부는 그 집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산을 옮겨야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자신들 앞에 풀어야할 커다란 문제를 안게된 부부는 마을의 지혜로운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어쩌면 좋을지를 묻게된다.  


노인은 자신의 지혜를 짜내어 하나씩  해법을 제시한다. 첫번째 해법은 통나무로 산을 밀어내보라고 한다. 조금 어처구니 없는 말인  같은데 부부는  그대로 실천을 한다.그러나 산은 꼼짝하지 않고 나무가 부러지는 일을 겪을 뿐이었다.  그래도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노인을 찾아가 매달리며 어쩌면 좋을지를 묻는다. 노인의 고민은  깊어가고 고민만큼 피어오른 담배연기 속에서 또다른 방법을 가르쳐준다. 솥과 냄비를 수저로 힘껏 두들겨 보라는 것이었다.  부부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산이 놀라도록 소리를 내지만 산은 꿈쩍하지 않는다.  세번째로 물어보니 노인은  빵과 떡을 신령님께 드리라고 하지만  정상을 오르기도 전에 바람에  아가 버린다.


내 앞에도 옮기고 싶은 커다란 산이 있었던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항상 걱정에 쌓여 지내면서도 드러내놓고 옮기려 애써 보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밍로부부처럼 무모한 노력이라도 해보기는 했는가?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히는 산은 아직도 자립하지 못한 가정경제의 문제였다.


정확히 옮기고 싶은 산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부터 내 안에는 저항이 일어났다. 왠일인지 가난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지만 그리 마음이 힘들기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남편에게  책임을 미루고 전면적으로 내 일로 끌어안고 있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밍로부부는 그토록 허무맹랑한 해법을 준 노인을 다시 찾아간다. 무조건 도와달라며 매달리는 부부 때문에 노인의 고민은 깊어가고, 번뇌만큼 담배연기는 자욱히 피어오른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노인은 신묘한 해법 하나를 가르쳐준다.  집으로 돌아가 살림을 뜯고 꾸러미를 만들어 산을 마주보며 눈을 감고 뒷걸음치는 춤을 추라고 가르쳐준다. 둘은 노인이 하라는대로 춤을 추며 뒷걸음질을 치고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눈을 떴을 때는 산은 멀어져 있었다. 우리가 해냈다며 둘은 서로를 안으며 기뻐 대견해한다.


부부가 산을 옮기려 했던 무모한 도전은 어리석은 것이었을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들이 어리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인에게 지혜를 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밍로부부는 노인의 말을 전적으로 따랐다. 마치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자신의 판단을 버리고 남의 말을 따라 간다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다소 황당한 방법을 따른다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조언하는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현실적인 삶이 아닌 나의 감정을 붙잡고 오랫동안 소모적인 시간을 보냈다. 길을 찾으려 하고 선선히  길을 따라가는 시간을 온전히 가져보지 않고 두려워하고 회피하며 시간들을 보냈다. 아마 맞닥뜨려 헤쳐가는 시간을 가졌다면 두려움이나 무기력함에  시달렸을 것이다. 지혜를 찾아가는 노력의 시간만큼 산이라 여겨졌던 힘겨움들이 조금씩이라도 무너져 내렸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가난이라는 산을 옮길 의지가 있긴 할까? 가난이 사라진 상황을 그려낼 수 있는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랜 시간 나를 믿지 못해 세상으로 나가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누구의 지혜나 가르침은 듣지도 않고 내 안에 빠져 있었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정확히 되뇌어본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삶은 정신적인 의존 만큼이나 옳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문제를 알고 있다면 이젠 해결할 생각은 있는가? 이미 충분히 내가 그길을 나서야 한다는 많은 사인들이 있었다. 한데도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망설이고만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밍로가 전적으로 나서는 용기를 가지게 된 것처럼 나에게도 용기내어볼 이유들은 충분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나를 내어줄 선선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밍로부부처럼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뒤로 나아가는 성실한 순종의 발걸음을 나도 이제 내딛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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