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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May 10. 2021

길냥이와 라벤더의 마음을 생각하며

#반려생명들#반려묘#반려식물#생명보살피기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마당에 살고 있는 길냥이 노랑이의 밥과 물을 챙겨주는 것과 텃밭과 화초에 물을 주는 것이다. 그 일을 끝내고서야 집으로 돌아와 집고양이 유의 밥을 챙기고 가족의 식사를 준비한다.


길냥이가 우리집에 정착하게  것은 지난 해부터였다. 처음엔 자주 들려 밥을 먹고 가곤 했는데 점차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마당에 집을 마련해 주었다. 노랑이의 눈은 무척 슬퍼보여서 버림받은 아이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 나는 노랑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냥 무심히 챙겨주며 노랑이가 떠나면 쿨하게 잊을 참이었다. 노랑이는 우리가 마당으로 나오면 얼른 담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옆으로 가도 편안한 눈빛으로 앉아있었다. 한겨울 영하 10도가 넘는 몹시 추운 날에는 어디론가 가서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럴때면 노랑이가 이렇게 추운  어디에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날씨가 풀려 다시 돌아오면  마음도 안심이 사료를 양껏 챙겨주고 따뜻한 물을 자주 챙겨주었다. 이제 노랑이는 마당의 주인이 되어 널부러져 햇빛을 즐기고 편하게 낮잠을 잔다. 집에서 잠을 자고 먹이를 찾아 헤맬 걱정이 없으니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눈빛도 편안해졌다. 노랑이는 누구보다 먼저 밥을 챙기는 식솔이 되었고  아이라는 호칭으로 자주 불리게 되었다. 오늘 아침 노랑이는 늦게 밥을 주러온 나를 원망스레 보는듯 했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 따뜻한 4월이 되자 문득 화초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삭막하고 추웠던 겨울의 기운을 떠나 보내고 화사한 봄의 정령이 우리집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꽃을 사러 갔다. 데이지류의 일년생 꽃들과 허브-라벤더, 로지마리, 페퍼민트를 고르고 귀여운 다육이들도   담았다. 거기다가 욕심을 부려 작은 텃밭에 심어보려고 상추 3개와 루콜라 3, 겨자채 3, 고추 2. 토마토 2대를 구입했다. 지금까지 화초를 가꿔본 적이 있긴 했지만,  물을 주다 안주다를 반복하다 비명횡사하게 만들었다. 한데 이번에 꽃을 심고 가꾸는  마음이 예전과 달라진  같다고 느끼게 된다. 꽃을 가꾸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같다. 그건 생명에 대해 마음을 쓰는 것이고 꽃이 무엇이 필요할 지를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화초를 들이고 텃밭의 채소들은 비가 버거울지 걱정하게 되며, 바람이 심하면 다시 화초를 들이고, 해가 쨍하면 얼른 빛을 쏘여주고, 잎이 시들해지면 어디가 불편할까 살피는 마음이다.


오늘 아침 텃밭에 있는 상추와 루꼴라, 겨자채의 잎을 조심스레 하나씩 떼어 왔다. 잎이라곤 딸랑 5~6 달린 어린 것들이지만 본래의 역할을 다하게  요량으로 샐러드 해먹을 것을 따온 것이다. 그리고 로즈마리와 라밴더의 잎을 하나씩 물병에 담아 우렸다. 초록빛의 예쁜 이파리가  있는 유리잔의 물을 마시며 문득  아이가 아침부터  잎이 뜯겨나가 아프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게도 마음이라는  있고 아픔이라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것이다. 둘째 아이도 샐러드에 담긴 작은 상추잎을 보더니 이렇게 작은 애를 뜯으면 어떻게 자라겠냐며 얼굴을 찌푸린다.


요즘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을 넘어 우리집 막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한다. 예전에는 애완견이나 애완묘였던 존재들이 이제는 동등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반려동물이 되더니  애정이 넘쳐 막내자리를 꿰차게  것이다. 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   같다.  아침, 길냥이 노랑이의 마음을 생각하고 라벤더와 로즈마리의 마음을 생각하며 안쓰러움을 느끼는 나를 본다. 그리고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가족들과 우리집 막내인 고양이 유까지 떠올리게 된다. 나에겐 모두 반려생명들이다. 그리고 돌봐야할 식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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