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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May 29. 2021

6월에 바쁠 예정입니다.

강박이 불러오는 피로증후군

#미리바쁘기#피로감#무얼하고싶어#바쁜의미#지금이순간살기


6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졌다. 자서전 수업을 해야하고,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고, 독서모임을  개나 해야한다. 누가 보기엔  한가한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름 공부의 리듬을 갖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한 것을 강의를 하며 나누고 지냈기에 나로서는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다.  읽기를 의무적으로 하다보니  주일에 3-4권을 번갈아 있다보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도 흐릿해지고 감동도 따로 노는 느낌이다.


어제 사람들과의 모임을 가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실컷 이야기를 나눈 다음 밀려오는 피로함과 더불어 내 체력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괜히 만나러 갔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체력도 아끼고 시간도 아껴야 할 거 같은 마음과 함께 여러 해결해야 할 일이 온통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찍 잠이 들었지만 오늘 아침까지 늦잠을 잤다. 그나마 어제보다 머리가 맑아진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무언가 일을 해야지 했지만 무얼 해야할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딸 아이의 이사를 도와주기로 되어 있기에 마음은 벌써 그 시간에 가 있는 걸 느끼게 된다.


너무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부담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6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미리 피로감에 싸여 있다. 내 능력을 너무 크게 생각한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분들을 생각해보면 더 바쁘게 공부하고 강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싶다. 머리가 너무 무거우니 오랫만에 명상을 했다. 명상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므로 유튜브의 영상을 틀어 놓고 결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영상에 따라 나를 확장하고, 공간을 느끼고, 위대한 지성의 세계와 조우를 시도하다보니 조금 가벼워지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리 바쁜 이유가 무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적허영 때문은 아닌지,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함은 아닌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이젠 세상 안에서 사람들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다. 은둔자처럼 살았던 시간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동굴 속의 삶 속에서 공부를 하며 알았다. 이 공부는 세상을 위해 쓰여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내 존재의 의미를 알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의 답을 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공부를 했지만 답을 내기란 어차피 쉽지 않은 것이었다. 평생 동안 삶 안에서 부딪히며 답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걸 알았다. 명상 중 이 답을 다시 환기 할 수 있었다. 위대한 지성은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으로 답해 주었다. 그 무엇도 잘 할 필요는 없다고. 너에게 손 내밀고 닿아있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나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6월은 많이 바쁠 예정이다. 요일 별로 해야할 일이 달라지고 수업을 위해서나 독서모임을 위해서나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나는 6월 달력을 보며 일정이 있는 날에 동그라미를 쳤다. 동그라미가 15개 그려졌다. 15일 동안 일정이 있고 나머지 날은 일정을 위해 더 죽어라 준비해야 하니 30일 내내 바쁠 예정이다. 이러니 나로서는 할 일과 안 할 일을 솎아내고, 인간관계를 조금 줄이고, 미리 바쁠 것이니 7월에나 만나자고 선언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명상을 하고 이 글을 쓰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다른 생각이 든다. 예정된 일을 붙잡고 미리 피곤한 것이 어쩔 수 없는 나의 약함이긴 하지만 부담을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살아 보자는 생각이다. 진정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말하시는 성현의 가르침이 나에게 실험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내어야 할 타이밍이다. 미소를 지으며 이 글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쁘다.바쁜 6월을 보내며 지혜를 얻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나를 그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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