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사랑#자기연민#본래의내가하는사랑#에고가하는사랑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나를 비난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었다. 지난 해 힘든 시간을 겪으며 나는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여겨졌다. 갑자기 남동생이 세상을 떠나자 그 아이의 고단했던 삶의 무게와 감추어져있던 아픔들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나의 약함이 동시에 올라오고 살아가는 것에 겁이 났다. 새삼 나의 무능력함과 한계를 절감하며 스스로가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한 동안을 자존감은 떨어지고 말을 더듬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자존감은 누군가의 칭찬이나 지지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외면하고 멀리한다면 마음의 생채기는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별볼일 없고 나약하며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버거움을 이겨내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게 되었는지 큰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내가 비참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을 지나며 내 안의 버거움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내면아이처럼 어린시절의 아픔들이 나에게 슬픔의 원초적 소스를 제공해주고 있었던 것 같다. 슬프고 아플 준비가 내면에 있었다고나 할까. 나에게 깔려있는 아픔의 히스토리는 렌즈가 되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았기에 나의 세상은 어두었다. 그런 나라면 스스로를 사랑할래도 쉽지 않은 것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를 이끌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나는 자기사랑이 스스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자기사랑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자기연민을 말하고 계신다. 자기연민은 스스로를 수용하는 마음의 하나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감정과 생각 등을 모두 받아들이고 나아가 자기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MSC(mindful self compassion)는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자기자애, 자기연민 명상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거머와 크리스틴 네프가 만든 미국의 공인된 명상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힘든 순간에 자신을 잘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친절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자기를 사랑하라고 직접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을 보면 나를 먼저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 같다. 부처님께서도 자기애를 말하고 계신다. 자기 스스로를 헤치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이다.
자기사랑은 중요한 삶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삶을 사랑하고 살아갈 힘을 얻으며,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세상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명상을 통해 막연하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명상을 하며 본래의 나이자 신의 한 조각과 같은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는 경험했던 나와는 달리 비판하고 통제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었다. 본래의 나는 약한 나를 바른 길로 이끌고 본질에 닿는 삶을 살도록 영감을 주었다. 명상을 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같지만 내가 이런 생각에 이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 세상의 중심이 나이고, 나를 알면 세상을 알 수 있으며, 나를 사랑해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온통 에고로 뭉쳐있는 나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상한 경험치와 판단치를 내세워 나를 재단하고 비난하고 싶어한다. 이런 나에게 자기사랑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명상을 통해 다른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내 머리카락의 수를 모두 세고계시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다는 신의 마음이 있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습, 그것이 명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