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이 가르쳐준 진정한 나찾기 - 생각삼매로 글쓰기
인간은 하루에 오만가지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대체나 나도 생각을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이 계속된다는 걸 여실히 경험하곤 했다. 뇌과학자들은 생각이라는 건 뇌에서 일어나는 어떤 시스템 작용이라고 말한다. 생각이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생체적인 조건과 과거 경험으로 만들어진 감정, 기억, 주의의 복잡한 융합 속에서 만들어지는 전기화학작용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생각은 뇌의 작용으로 단지 과거 경험으로 학습된 생존전략이나 미래를 대비하려는 예측의 역할이 크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챙김이나 명상의 영역에서도 우리가 내면의 자신을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을 생각으로 본다. 생각이라는게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쉽게 거기에 빠져 진실인양 생각하는 양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생각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주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생각을 생각 자체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묻어있는 무의식적인 믿음과 해석, 감정적 요소를 꼼꼼히 들여다 보라고 한다. 또 마음챙김으로 생각에 거리를 두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나의 몸으로 주의를 두기를 권유한다. 망상에서 벗어나 실제를 만나는 것이다. 글쓰기도 일종의 거리두기가 될 수 있다. 자기 머릿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이 구체적인 개념이 되고 활자로 써지는 순간 나와 분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에 귀를 기울여 내면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면 참으로 유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승님께서는 소위 ‘생각삼매’라는 것을 통해 우리의 생각도 중요한 마음 찾아가기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를 위해 생각으로 내면에 다가가고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3번 깊이 생각하라고 하셨다. 이것은 마치 명상처럼 내 영혼과의 연결을 만들고 참된 길을 찾게 해줄 것이라 하셨다. 그러니 생각삼매처럼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면 의식을 확장시켜주는 유용한 작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기쓰기가 단순히 자신의 하루 경과나 감정의 나열로 이루어진다면 의식을 넓히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적어보고, 생각의 근원을 생각해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간다면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내듯 마음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글쓰기의 치유효과는 이미 많은 임상으로 입증되었듯이 강력하다. 미국의 저널치료학파는 글쓰기가 여러 심리적, 관계적 어려움을 이기는데 도움을 줄뿐 아니라 무의식영역이나 상위자아를 만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제안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첫째 글쓰기 전 명상을 하여 긴장을 풀고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 둘째 날짜를 쓰고 쓴 것을 기록해서 어느 시점에서 그것을 다시 본다면 어떤 패턴이나 정보를 알 수 있다. 셋째 멈추지 말고 빠른 속도로 쓴다면 우뇌가 작용하여직관적이고 잠재적인 정보를 만날 수 있다. 10분에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우는 정도의 속도로 쓴다. 넷째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쓰고 솔직하고 진실한 글쓰기를 한다. 다섯째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하고 계속 써나가라. 그러면 절로 글쓰기의 표현은 좋아질 것이고 내면과의 소통은 커질 것이다.
융은 우리의 영적행로는 전체성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하였고 이를 위해 우리에게 불필요한 정신작용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니 나에게 일어나는 생각은 어쩌면 시스템의 작용일 수도 있지만 이유가 있는 작용인 것이다. 내가 갑자기 융과 관련된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하루를 붙잡는 굵은 생각이 여러 생각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그걸 그냥 무시하거나 눌러버리거나 할 수도 있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글로 써보곤 한다. 나를 실망시키는 지인을 생각하다가 내가 왜 실망을 하는지 묻게 된다. 내 안에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기를 바라는 욕심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보니 나의 생각의 그릇이 조금은 커지게 되고 스스로가 정답이라 여긴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융은 우리의 의식 중심에 신성이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본래적 자기(self)가 있다고 하였다.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의식적 측면의 중심이 자아라면 이것은 무의식적인 측면인 그림자와의 통합으로 정신세계의 중심인 자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며 이를 개성화라고 하였다. 글쓰기는 의식과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정신작용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해준다고 하겠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 무의식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적 작용인 생각이 아니라 깊이있게 이루어지는 생각삼매를 통해 글을 쓰는 작업이 된다면 그것은 나의 자기(self)가 말해주는 직관을 만나게 해주지 않을까. 이런 글쓰기를 통해 의식은 확장되고 직관적인 답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한층 자기답고 진실된 삶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