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고통을 대하는 방식 바꾸기

융이 가르쳐준 진정한 나 찾기 - 마음챙김과 함께 하기

by 신윤상

관계에서의 힘겨움이 있었다. 소통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마음의 고통을 만들고 있었다. 마음의 힘겨움에 휘청거리며 왜 이토록 힘든 것일까하는 자문을 해보았다. 처음 들었던 감정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슬픔이었다. 더불어 들었던 감정은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그 감정은 어쩌면 내 안에 이미 있었던 어떤 그림자의 작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더라도 그것에 매달리고 계속 힘들어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경험이 만든 어떤 프로그램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이렇게 무의식에 만들어져버린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것이 프로그램일 뿐이니 제거하거나 바꾸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꿈 분석이나 투사분석, 적극적 상상법, 명상을 통해 해결의 길을 찾는다. 이런 방법들을 굳이 통하지 않았지만 내게 슬픔과 불안감이 주감정이었던 어린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르자 어쩌면 관계에서의 감정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과거에서 오는 덫이었다.


내가 융에 관한 글을 계속 쓰며 몸살을 하니 주변 친구들은 분석은 한계가 있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어린시절의 상처나 그림자를 찾아보고 분석하고 대입해본들 막연한 짐작을 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떤 정답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또 어찌보면 과거는 실체가 없는데 거기서 나의 어려움의 이유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고통의 원인을 과거에 회피하거나 눌러버린 그림자에서 찾고 이것을 인식하고 자아와 통합시키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한다. 무의식 영역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겠다. 이에 비해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치료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그것을 두려워하며 회피하고 직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을 하면서 고통을 몸 감각과 함께 충분히 느끼는 경험을 허용하게 한다. 몸 감각을 느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머무르게 해주고, 생각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고, 생각 감정을 내려놓는 단계로 나아가게 해준다고 말한다.


무의식과 의식이 큰 간극이 있다면 분명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고 무언가 덜컥거리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기쁘게 내 안의 장애를 알아차리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내가 믿고 있는 가치관이나 내면의 프로그램을 알아차려 조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질문은 ‘진짜 진실은 무엇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마음챙김기반 심리치료인 수용전념치료ACT는 고통을 기꺼이 경험하고 허용한 후 감정 문제를 붙잡고 있지말고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삶은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한다.

고통은 분명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원인을 찾아낸다면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을 찾느라 과거를 오래 붙들고 있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머무는 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이고 이 순간에 우리는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통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은 그것을 기꺼이 허용하고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까지 운명이라 생각했던 프로그램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고통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융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개성화(전인격화)라고 했으며 고통은 진정한 자아찾기를 위해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통을 통해 의미를 찾고 회피하지 않아야 새로운 자아로 나아가는 사람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고통을 교훈으로 받아들인다면 고통이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하는 가치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내가 관게에서 고통스러웠던 것은 사실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 안정감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융은 우리의 의식작용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고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통은 저항할수록 확대된다. 그러니 고통이 나에게 왔을 때는 충분히 느끼는 것이 따라오는 괴로움을 만들지 않게 한다. 고통에 충분히 머무를 때 놓아지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충분히 경험하고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시간 동안 우리의 정신세계는 한 뼘 성장하고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힘든 길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많이 돌아가지 않고 덜 힘든 길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된다.


#융#마음챙김#고통#수용하기#의미찾기#회피하지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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