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그림자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융이 가르쳐준 진정한 나찾기 -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합하기

by 신윤상

"모든 것은 빛을 받으면 드러나고, 빛을 받아 드러난 것은 빛의 세계에 속하게 된다."-사도 바울


자아가 눌러버린 그림자자아는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드러날 수 있다.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면 애써 누르고 있던 불안정한 감정이나 두려움, 동물적인 정신들이 살아나 자칫 나를 휘두르게 된다. 이럴 때는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게 되고 타인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황금그림자라는 의미도 있다. 사실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억압해버린 긍정적인 측면의 그림자자아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그림자는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이기에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사회적인 지위를 갖지 못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못했다는 생각에 가끔 우울감이 몰려오곤 했다. 남은 인생 동안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 무얼 이룰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어지곤 했다. 한 번 이런 생각이 들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부정적인 생각이 커지곤 한다. 그런 면모를 반영하는 그림자가 드러날 때는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어린 감정이 들기도 했고 내가 부족하니 더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직관은 다른 이야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자유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사실은 꾸준히 정신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에고의 작용과는 다르게 느긋하게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방랑자와 삶의 흐름을 따라가며 내면을 충실히 향하는 순수주의자의 면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안에는 여러 그림자 아니 무수한 그림자가 있기에 조금은 모순적인 욕구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부정하려 하고 누르고 있던 나의 그림자를 허락한다면 어떨까? 특히 억압된 긍정적 측면을 의식으로 끌어올린다면 어떨까? 융은 스스로가 규정한 정체성 때문에 억압한 긍정적인 측면을 황금그림자라 부르며 이것은 발현되지 않는 잠재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놀기 좋아하고 아이같았던 면모를 누르고 있었다면, 그것을 허용하고 받아들일 때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생동감과 활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강박적으로 인생을 살지말고 본성에 맞는 삶을 살 것을 제시해준다. 그러니 그림자에 지나치게 휘둘려 막나가지 않기만 한다면 인격이 훨씬 입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자를 직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나는 이런 면모와 저런 면모가 있구나하고 알게 되고 , 이런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허용을 못할 건 없지않나하는 너그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또 삶의 문제들을 더 긍정적이고 근본적으로 대하게 되면서 내가 진실하다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힘을 느끼게도 된다. 나에게는 출세하고 돈을 벌고 싶은 그림자도 있고, 매이지 않고 아이같이 살고 싶은 그림자도 있다. 그런 나의 무의식 세계를 모두 직면하고 그럴 수 있다며 허용한다면 스스로에게 더 관대해지고 인간적으로 풍요로워질 것 같다.


눌러버린 그림자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한다면 메마른 인격상태가 된다고 한다. 계속 방치하고 대면하기를 두려워 할 때면 비밀의 판도라 상자처럼 여겨져 더욱 두려움은 가중되어진다. 무의식의 세계가 정신세계의 98%를 차지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그림자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의식과 무의식은 분리되어 겉과 속이 다른 인간처럼 스스로의 이중성에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무언가 평소와 다른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온다면 무시하거나 누르지 말고 그 이유를 관찰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직면하고 허용해주면 좋겠다. 스파링 파트너처럼 인격의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생각하고 두려움을 버리고 포용하면 좋겠다. 그러면 그 생각과 감정은 나의 본심을 말해주고 솔직하게 살아갈 길을 가르쳐줄 것이다. 융은 그림자의 무한함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넓혀주고, 궁극적으로는 삶을 창조적으로 이끈다고 말하였다.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나는 더 풍요롭고 온전한 자아를 완성하고 해방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이전 03화3화. 투사를 통해 그림자 관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