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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7. 2024

# 312. 산다는 게

# 312. 산다는 게           



.......

산다는 게

내게만 어려운 건 아니라고

누구나 지치고, 누구나 버겁고, 누구나 막막하다고.

......     

산다는 게

나만 눈물짓는 건 아니라고

누구나 다치고, 누구나 슬프고, 누구나 참고 있다고.

......


출처: 디에이드(The Ade), 노래 ‘알았더라면’ 中      



나만 어려운 것이, 나만 지치는 것이,

나만 버거운 것이, 나만 막막한 것이

그렇게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가사 말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깊고 크다.      


살다보면,

평온하고 무탈할 것만 같은 시간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듯,

어려움, 지침, 버거움, 힘듦,

막막함, 어려움 투성이인 것만 같은 시간들 또한

주기적으로 찾아오곤 한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한동안은 아주 짙은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곤 했었다.

‘이 행복이 무서워.

이 행복다음엔 반드시 불행이 찾아 올 테니.’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행복하면서도 마음은 행복하지 못했고,

무탈하면서도 마음은 무탈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편안하고 무탈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렇게 평온한 만큼

아니 어쩜 그 보다 더 크게 반드시 몰아칠

일어나지 않은 그 하루하루를 함께 이어가곤 했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과거의 무탈함과 유탈함의 반복을 상기하며,

지금의 편안함과 무탈함 속에 살지 못하고,

미래의 우려와 불안함을 구지 끌어안고 살아가곤 했었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더는 그렇게 살 수 없음을,

더 이상 그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을 인정해야 함을,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은 통제할 수 없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비로소 나는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비로소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야 함을,

나의 지금을 살아가야 함을 알아간다.

그렇게 무탈(無頉)과 유탈(有頉) 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비로소 나의 시선을 온전히 내 안으로 향해가야 함을 알아간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알아간다.

나의 시선이 나로 향하면 향할수록,

엄마 마음으로 한정 되었던 나의 마음은

거기에서 확장되어 ‘나’ 의 마음까지 다가 갈 수 있음을,

‘나’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음을 알아간다.

그리하여 오늘의 글 속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음을 알아간다.

엄마 마음 보다 더 깊숙이 있는,

엄마 마음 보다 더 숨겨져 있는,

엄마 마음 보다 더 드러내지 못하는

나 자신으로써 날 것의 ‘내 마음’에까지 도달했음을 알아간다.

     

‘내 마음’에 도달해,

‘내 마음’을 바라보며 알아간다.

‘내 마음’도 바라봐주어야,

‘엄마 마음’을 더 잘 바라볼 수 있음을.   

‘내 마음’을 잘 보살펴야,

‘엄마 마음’을 더 잘 보살필 수 있음을.     


오늘은 ‘내 마음’을 만나 알아간다.

오늘은 더욱 깊은 곳에서 ‘내 마음’을 만나 알아간다.

더욱 깊은 곳에서 만난 ‘내 마음’이기에

오늘은 더욱 오래 ‘내 마음’에 머물러 본다.      


그리고 이제는

‘나’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을 생애 마지막 날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마음’을 토닥이고 토닥여본다.      


그리고 명심해본다.

산다는 게

‘나’로 살아가는 것임을, ‘지금’을 살아내는 것임을.

‘나’를 바라보는 것임을, ‘지금’을 바라보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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