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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11. 2024

#316. 실수해도 괜찮아

#316. 실수해도 괜찮아



          

남편: “화났어?”

나: “아니.”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우자의 질문에 참고 있던 내 안의 감정이

화르르 온 몸으로 퍼져감을 느낀다.

대답은 아니라고 했으나, 난 화가 났음이 분명하다.     

 

등교 준비를 마치고 차에 타 문을 닫으려는 찰라,

“아! 엄마, 나 연필이 부러져서

연필 하나 챙겨가야 하는데...”     


순간,

학교 준비하던 아이의 어젯밤부터의 행동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어제 밤 자기 전,

학교 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대답했던 모습,

오늘 아침 재차 물었을 때,

역시나 학교 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대답하던 모습,

그리고 조금 전 나오기 직전까지,

책가방에 다른 물건들을 열심히 챙기던 모습이 스쳐가며

도대체 학교 갈 준비는 무엇을 한 것인지 한숨이 나왔다.

    

순간, 참고 있던 감정이 또다시 태도가 되어버렸다.

“학교 갈 준비는

학교에서 필요한 물건을 점검하고 준비하는 거야.

학교에 가져가고 싶은 물건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엄하고 단호한 눈빛과 말투를 아이에게 쏘아붙이고는

연필을 챙기러 집으로 올라갔다 오며,

오늘은 참고 있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화의 기운에 온 몸을, 온 얼굴을 장악 당했다.  

    

즐겁고, 활기차기만 했던 등굣길 차 안은

엄마가 온 몸으로 뿜어내는 화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온 몸으로 화의 에너지를 뿜고 있는 엄마는

온 몸으로 화의 에너지를 뿜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온 몸으로 화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며,

오늘도 부족했음에 더 화가 난다.

    

학교에 도착해

미안해하는 아이에게 괜찮다며 웃음과 미소를 건네었지만,

사실 엄마는 괜찮지 않다.


별것 아닌 일에,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했기에,

별것 아닌 일에, 아이에게 화를 냈기에,

아이에게 느껴지는 미안함으로,

엄마 자신에게 느껴지는 실망감으로

엄마는 괜찮지 않다.      


그렇게 괜찮지 않은 엄마는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스스로의 부족함과 미약함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무겁다.

무거운 마음을 바라보며,

겨우겨우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있을 때,

‘화났어?’ 라는 배우자의 질문에

‘아니.’ 라는 마음과 다른 대답을 하며,

겨우겨우 덜어낸 그 무거움이 다시 한순간 마음에 담겨진다.     

 

‘응. 화났어.’ 라고 대답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화났어?’ 라는 그 질문에 또다시 화가 났음을 알게 된다.

엄마가 듣고 싶었던 질문은 ‘화났어?’ 가 아니었음을,

엄마가 듣고 싶었던 질문은 ‘괜찮아?’ 였음을 알아간다.

엄마는 혼자만의 기대로 또다시 혼자 실망했음을 알아간다.       

그리고 또한 알아간다.

오늘의 이 ‘화’는 아이의 실수 때문이 아님을.

오늘의 이 ‘화’는 아직 보살피지 못한 그 감정의 전염임을.

그래서 엄마는 더욱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아침 마다

거울 앞에서 읽었던 문장 중 하나가 자꾸만 떠오르며

엄마의 마음을 더욱 찔러댄다.      


‘실수는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그렇게 매일 되뇌면서도,

엄마는 아직도 실수투성이다.

엄마의 이런 실수에 비하면,

연필 하나 챙기지 못한 아이의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엄마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렇게 매일 되뇌면서도,

실수를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한 엄마야말로

아직도 실수투성이다.     


하굣길, 아이에게 사과를 건네 보자 다짐해본다.

빼빼로 데이,

뉴진스 언니들 사진이 있는 빼빼로를

갖고 싶어 했던 아이에게

빼빼로와 함께 편지로 마음을 전해봐야겠다.      


‘아침엔 엄마가 미안했어.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엄마가 너무 심각했지.

너는 오늘 실수를 통해

학교준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꼼꼼히 챙길 수 있을 거야.

엄마도 오늘 실수를 통해

조금 더 관대해지도록 노력할게.

오늘 정말 미안해.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해.’


내일도 엄마는

등교 전, 거울 앞에서 아이와 함께 되뇔 것이다.  

‘실수는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내일도 엄마는

아이보다 더 깊이 그 말을 마음에 새겨나갈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아.’



因为这些错,我学会对自己好一点。

因为没有一个人是完美的。

如果你可以从这个错误学到东西的话,

那这变成是一个经验,而不是一个错误。     


이 실수들 덕에,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워갈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출처: 謝怡芬, ‘Why I Love Making Mistakes(錯,就對了) TED강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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