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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오늘의 감정: 거북하다]

거북한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걱정

by 세실리아

#24. [오늘의 감정: 거북하다] 거북한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걱정


거북하다 : 마음이 어색하고 겸연쩍어 편하지 않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면,

낯선 상황과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거북함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곤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거북함을 느끼게 하는 상황과 사람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거북함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마음에는 긴장과 불안이 채워지곤 한다.


엄마로 살면서, 사회와의 단절은

참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엄마로 살면서, 세상과의 단절로

참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처음엔 계속 바닥으로 치닫는 스스로의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거북했다.

이게 내 모습이었다니,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자책으로 이어지고

자책은 자신감 하락으로 연결되곤 했다.

그렇게 점점 자존감도, 회복력도

모든 것이 바닥으로 치달았던 그 시기.

그 시기동안

내 안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시기동안

내 안으로 향해 바라보게 되는

모든 마음이 거북하고 또 거북했다.

그래서 한참을 모른 척, 외면하며 회피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모른 척 하면 할수록,

그렇게 외면하면 할수록,

그렇게 회피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향한 거북함은 커져만 갔다.


거북한 스스로를 데리고 산다는 건

참 힘겨운 일이었다.

스스로를 거북하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가엾은 일인지

거북한 스스로를 데리고 살며 알아갔다.


그렇게 거북한 스스로를

가엾이 여기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거북하게 여기는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온전히 그 거북한 마음을 바라볼 용기를

키워가고 있다.

그렇게 키워지는 용기의 힘을 통해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내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임을,

그 모든 것이

온전한 나의 모습이라고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용기를 키워가며 알아간다.

내 안으로 향하고, 내 안으로 집중하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알아가면서

비로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껴간다.

그러나 아직

밖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밖으로 나 자신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밖으로 향하고자 하는 내 안의 욕망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많이 부족하다.


엄마가 되고,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간이,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바라보다가도

엄마로 살아가며,

내 안에 나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감사의 마음 그 이면에 함께 하는

속상함의 마음도 바라보게 된다.


얼마를 바라보고, 알아차려가는 걸까.

얼마나 더 바라보고, 알아차려 가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해야

나의 민낯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오늘도 읽고, 쓰고, 낭독하며

오늘도 멈추어, 바라보고, 적어내며

나의 민낯이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바라본다.

나 스스로가

거북한 사람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덜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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