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오늘의 감정: 우울]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서
우울하다(優鬱하다):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모든 감정이 그렇지만,
우울은 다른 감정보다
순식간에 마음을 장악하는 것 같다.
설거지를 하고 노트를 펼치며 시계를 본다.
아,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어졌다.
그렇게 계획이 틀어짐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시선을 옮기다
아직 개지 못한 빨래가 눈에 들어오며
마음엔 불편함이 올라오며 열이 지펴진다.
쓰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빨래를 먼저 갤 것인가.
쓰고 싶은 글을 먼저 쓸 때면
개지 못한 빨래 생각에 조바심이,
개지 못한 빨래를 먼저 갤 때면
계획한 시간 내에 설거지를 마치지 못해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몰려오곤 한다.
결국 그 어떤 선택도 나에겐
조바심 아니면 자책이라는 감정으로 시작된
속상함과 슬픔이 우울함과 함께 찾아온다.
우울하다.
어떻게 해도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또 우울하다.
이 감정의 이름은 우울이야.
슬퍼서 답답하고 힘이 없는 거지.
우울하면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고 싶어.
‘쉬고 싶어.’라는 마음의 신호지.
금방 힘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마음에 쉴 시간이 필요하니까.
슬퍼하는 너를 잘 돌보다 달라는 감정이야.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해 주고,
꼭 안아 주라고 가르쳐 주지.
출처: 이라일라, ‘감정에 이름을 붙여봐.’ 中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다.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욕심인 것만 같다.
엄마에게 ‘엄마’를 뺀 ‘나’의 삶은
욕심인 것만 같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엄마는 많이 슬프고 속상하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엄마는 많이 우울하다.
그렇구나. 종종 들곤 하는 이 생각들 속에서,
이 생각들 속에서 키워지는
속상하고 슬픈 감정 안에서
우울은 나에게 신호를 보내며
엄마 자신을 잘 돌보아 달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우울의 신호는 아주 종종 느껴진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우울의 신호를 느낄 때면
신호를 보내는 우울과 종종, 오래 함께 하곤 한다.
그렇게 ‘우울’을 바라보며, 나를 돌보아본다.
오늘도 그 ‘우울’을 바라보며, 마음을 적어간다.
오늘도 그렇게 ‘우울’을 적어보며, 마음을 알아간다.
오늘 ‘우울’을 바라보며 알게 되었다.
오늘 ‘우울’과 함께하며 알게 되었다.
오늘 ‘우울’을 알아차리며 알게 되었다.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서 가는 거야.’
오늘도 설거지를 마치고 시계를 본다.
시계바늘은
역시나 마치기로 계획한 시각을 넘어서 가리키고 있다.
개지 못한 빨래는 역시나 산처럼 쌓여 있다.
오늘도 글을 먼저 쓸 것인지,
빨래를 먼저 갤 것인지
엄마는 고민한다.
달라지지 않은 엄마의 일상 속에서
엄마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그 일상 속 고민을 대해본다.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서 가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결정했다.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 글을 먼저 쓰고,
내가 행복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읽고 싶었던 책의 오디오북을 들으며 빨래를 개기로.
달라지지 않은 엄마의 일상 속에서
엄마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엄마 마음 속 생각들을 대해본다.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서 가는 거야.’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우선 순위는 될 수 없지만,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이 참 다행이다.
엄마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욕심인 것 같지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엄마의 꿈이기에 꿈을 품고 있어 참 다행이다.
엄마에게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의 삶은 욕심인 것만 같지만,
엄마에게는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의 삶도
분명 필요한 것을 알았기에 참 다행이다.
우울한 스스로를 자책하던 엄마는
우울한 스스로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우울한 스스로를 보살피기 시작한 엄마는
우울 속에 감춰진 보석 같은 감정
‘행복’을 발견해간다.
종종 찾아오는 우울을 마주할 때면
우울과 함께하며, 우울을 보살피며
자꾸자꾸 스스로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자.’
‘내가 행복한 자리를 만들자.’
오늘도 엄마는
내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 글을 쓰고,
내가 행복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디오북을 들으며 빨래를 개면서
잠시 들렀던 우울은 잘 보살펴 가본다.
보살펴준 우울이 내어준 행복을 마음에 채워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