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아이가 태어난 지 9년.
아이는 10살 생일을 맞이 했고
엄마는 9년의 경력을 꽉 채웠다.
아이는 10살 인생을 시작하고
엄마는 10년차라는 엄마 경력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채워지는 많은 것들로
불편함이 느껴지는 요즈음이었다.
엄마 경력 10년차라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투성이인 10년차 경력도,
집안 곳곳 넘쳐나는 물건도, 정리하지 못한 집안일도...
모든 것이 거슬리고, 불편하고 결국 불안해진다.
마음안의 검열 기관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눈을 뜰 때마다,
매일 밤 잠들며 눈을 감을 때마다
내 안에서 속삭인다.
'업무처리를 이 정도 밖에 못해?'
'10년차 맞아?'
그렇게 상사에게 혼나듯 스스로에게 혼이 난 엄마는
흰색 도화지를 다시 펼치고 싶다.
9년 전 오늘,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난 오늘,
아이가 우리 곁에 왔던 그 날처럼
아이가 우리 곁에 오며 펼쳐진 흰색 도화지를 펼쳐본다.
엄마는 더이상 채울 곳이 없어 넘쳐나는 불편한 도화지를 넘겨
엄마에게 필요한 여백이 가득한 흰색 도화지를 펼쳐본다.
아이가 태어난 오늘,
엄마는 소중한 오늘을 기억하며, 소중한 오늘을 지켜내기위해
넘쳐나는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보살펴간다.
그렇게 멈추어 보살피며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그렇게 멈추어 보살피며
'잘하고 있어.' 스스로를 격려해본다.
흰색도화지를 바라보며,
넘겨버린 앞장의 도화지를 잊어본다.
흰색 도화지를 바라보며,
멈춤과 쉼, 비움을 바라본다.
흰색 도화지를 바라보며,
삶의 속도를 늦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