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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May 20. 2019

난민이 남긴 작은 쓰레기

스웨덴은 어쩌다 난민과 갈등하게 되었나?

스웨덴, 아랍어가 공식 언어가 될까? 

얼마 전, 나는 의료보험증을 등록하기 위해 스웨덴의 웹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페이지는 이랬다.


이것은 스웨덴의 홈페이지인가? 중동의 어느 한 국가의 홈페이지인가?

온통 아랍어, 말리어, 소말리어가 홈페이지를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 스웨덴어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나는 영어로 된 설명을 보고 싶었으나, 영어는 지원하지 않았다. 그 많은 중동 혹은 아프리카의 언어들이 서비스되고 있는데도 세계 만국어라 불리는 영어는 어디에도 지원되고 있지 않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모든 웹사이트가 이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웹사이트는 현재의 스웨덴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스웨덴은 외부로는 깨어있는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에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웨덴의 복지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스웨덴의 고든버그 대학 정치학과의 교수인 요나스 힌포스(Jonas Hinnfors)는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 (복지국가) 시스템의 너그러움은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특히 1990년대에 심각해졌다."

이런 일은 스웨덴에서 잠깐만 살아봐도 알게 된다. 병원을 비롯한 공공서비스는 이미 제대로 작동하길 멈췄고, 기차가 늦거나 취소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민자의 증가로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지만 그에 걸맞게 투자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차와 같은 공공인프라의 시설 상태를 보면, 이곳이 과연 선진국가가 맞는가라는 의문마저 들곤 한다. 


이민국은 스웨덴의 이민 문화를 체험하게 한다

4번째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스웨덴 이민국(Swedish immigration Agency)을 찾았다. 말모(Malmö)의 외곽에 위치한 이곳은 이제 익숙한 곳이 되었다. 스웨덴 이민국을 방문하는 일은 즐겁지 않다. 일단 가는 길도 멀고, 예약을 했음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비자를 받아내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약 3년을 살면서 일 년마다 다가오는 비자 연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첫 번째 비자는 발급까지 1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2번째 비자는 3달이 걸렸고, 3번째 비자는 6개월짜리 비자였음에도 비자가 끝나기 한 달 전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4번째 비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신청하라는 레터까지 받아야 했다. 스웨덴 법에서 정한 자격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스웨덴 법에서 인정한 권리와 모든 서류를 보충하고 엄청 길게 공들여 쓴 반박의 레터를 쓰고 나서야 나는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스웨덴의 공공서비스는 점점 이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도 급변하고 있다. 점점 까다로운 잣대로 이들을 대한다.


스웨덴은 과연 이민자, 혹은 난민을 환영할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의 이민자를 환영하지 못하게 된 걸까?

스웨덴은 난민 혹은 이민자에 대한 서로의 관점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난민을 도우려는 사람이 다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왜 꼭 난민이 스웨덴에서 정착해야 하는가?

<스웨덴은 이민자, 난민에 대한 찬반이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조언

2018년 달라이 라마가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던 스웨덴의 미디어들이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

"난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나라를 재건해야 합니다. (refugees should return to their native countries to rebuild them)


달라이 라마의 답변은 스웨덴 사람들이 기대한 내용과 아주 달랐다. 그들은 아마도 위기에 처한 난민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스웨덴 정부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2018년 스웨덴 말모의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달라이 라마 (The Local)>


스웨덴은 이민자를 받으면서 부족한 노동문제를 해결해 왔다

시리아 난민은 2012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약 90만 명의 난민이 난민자격을 신청했고, 10만 명의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였다. 이중 약 절반이 시리아 출신이었다. 

사실 스웨덴은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번 난민의 이민만이 그들의 첫 이민의 역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웨덴의 결정이 순수한 선의의 행동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이를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의 기업들은 이미 많은 교육을 받은 스웨덴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다. 그보단 그들을 위해 일할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스웨덴에 난민을 신청하는 Asylum Seeker의 수>


한 난민이 남긴 작은 쓰레기 조각들

다시 이민청을 방문했을 때의 날로 돌아가자. 

나는 내 번호가 불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가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아서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내 옆에는 작은 아기를 안은 한 난민으로 추정되는 흑인 여성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성이 다가와 무슨 말을 했다. 그리고 그 흑인 여성은 정말 많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추축컨데 그 여성은 난민 자격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확실히는 알 수 없었다. 이민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짐작한 것이다.) 흑인 여성을 도와주러 온 한 백인 여성은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며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그렇게 20분이 넘게 그 자리에서 흐느껴 울었고, 좌절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찡했다. 저런 어려움에 처한 난민이라면, 그것도 어린 아기까지 데리고 있는 여성에게 난민 자격을 주지 못할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음을 흘리고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는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이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서 말이다. 

그곳에는 그녀가 남기고 간 찢어진 서류, 눈물을 닦은 휴지 몇 조각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안타까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이게 스웨덴의 난민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난민을 돕는 것은 좋으나, 난민은 스웨덴의 가치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가 남긴 건 작은 쓰레기였지만, 이걸로 보아 그녀가 스웨덴에 남아도 부딪힐 스웨덴의 많은 가치들이 예상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난민을 도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스웨덴이 지켜온 국가의 가치와 질서를 지킬 것인가?


모든 도움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도움은 좋은 방법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왜 갈등하는가?

난민과 스웨덴 사람들이 갈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 천만명이 안 되는 나라는 그 나라의 인구에 맞게 시스템의 규모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난민의 증가는 공공서비스를 마비시켜 버렸다. 주택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학교는 선생님이 부족해졌고, 다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워졌다. 그들은 말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내가 필요할 때 공공서비스를 제때 제공받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스웨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부언: 본 글은 스웨덴의 난민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균형잡힌 시각과 다른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참고자료>

1. 첫번째 사진 출처: http://praag.org/?p=17614>

2. 난민 반대 사진 출처(https://www.sbs.com.au/news/refugee-consensus-crumbling-in-sweden-europe-s-most-generous-host)

3. 난민 환영 사진 출처 (http://www.nordstjernan.com/news/sweden/7156/)

4. Sweden 'slimmest Nordic welfare state' (https://www.thelocal.se/20140121/swedens-welfare-state-most-scaled-back-in-nordics)

5. The refugee challenge (Afghan and Syrian asylum Seekers to Sweden 2011-2015) https://sweden.se/migration/the-refugee-challenge/

6. Who wants to be a Swede? Immigration by the bumbers (2015) https://blog.qlik.com/customer-spotlight-making-change-a-personal-process

7. Dalai Lama: 'Europe belongs to the Europeans' (2018) https://www.thelocal.se/20180913/dalai-lama-europe-belongs-to-the-europ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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