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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pr 22. 2019

남자도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발견하게 되는 성평등

그렇다. 당연히 남자도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발견한 성평등의 개인적 경험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지켜봐 오면서, 그리고 스웨덴에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젠더 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웨덴은 다른 북유럽 국가와 나란히 세계에서 3번째로 성평등을 이룬 국가로 이름을 오렸다. 참고 링크)

사실, 여성의 인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해온 현재의 사회적 질서를 무너트릴 필요는 있다. 남성들도 남성에 호의적이고 여성에겐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구태연한 과거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요즘의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르겠다. 워낙 다르게 해석이 되기도 하고, 많은 운동들이 1920년대 서구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과격한 운동도 있었고, 평화롭게 진행된 운동도 있었다. 

현재의 흐름처럼, 남성 혐오에 가까운 행동이 페미니스트라면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남성 혐오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더 큰 규모, 즉 사회적으로 건설된 구조를 바꾸는 큰 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잘은 모르겠지만) 페미니즘보다는 젠더 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용어를 이제는 많이 쓰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에 대학 역할(Gender Role)이라는 게 여전히 존재한다. 남성으로 태어나서 남성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있고, 여성으로 태어나면 여성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 

그런 성 역할의 구분은 많은 부분에서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운동을 거쳐온 서구의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이 젠더 롤을 없앨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온 것이다. 


어려운 말들보다 내가 보고 겪은 스웨덴 사람들의 성 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혀 사회 과학적 배경이 아니라, 순수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것임을 알려둔다.




1. 헬스장에서의 발견하게 되는 성 평등

여는 날과 다름없이, 동네 헬스장을 찾았다. 그날은 하체 운동을 하는 날이었고, 데드리프트를 공략하고 있었다.
철재봉에 양쪽에 무게를 점점 높이며 마지막 세트를 총 80KG 정도의 무게로 올려서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게 요즘 내가 들 수 있는 최대의 무게였다. 
그때 옆에 어떤 스웨덴 여자가 와서 자리를 잡더니, 양쪽 무게 합해 70KG로 데드리프트를 하는 걸 보았다. 그녀는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분명했다. 그런 무게로 데드리프트를 아무렇지 않고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스웨덴의 성 평등을 느꼈다. 


2. 공사판에서 막노동하는 여성들 

요즘 내가 사는 동네에는 트램을 새로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는 덩치 좋은 여자가 막노동을 하는 걸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정도의 막노동을 한다. 물론 기계의 발달로 많은 부분이 기계로 운반이 되지만, 여전히 육체적 노동을 요하는 현장에서 여성의 활동을 목격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3. 육아는 국가의 책임이다

스웨덴은 육아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육아가 개인의 일로 치부되지만, 아기기 생겨서 자라기까지 국가는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기본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서 (이게 맞는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여성인 친구 중 하나가 이슬람 난민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중동 남자가 난민 신청을 하고 난민 자격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완전히 스웨덴에서 살 수 있는 지위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스웨덴 이민 정책을 잘 몰랐던 나는(내 스웨덴 친구도 몰랐다고 한다.) 내 친구가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고 남자는 스웨덴 거주 비자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스웨덴 이민국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이렇다.
"아기를 가진 것과 남자의 거주 비자 문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당신이 아기를 낳고 기르는 건 스웨덴 정부가 책일 질 일이지 남자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그렇게 그 남자는 스웨덴 난민 신청이 거부되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 아기를 낳는 건, 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을 지는 문제로 여겨진다. 스웨덴도 과거 낮은 출산율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책임질 부분을 상당 부분 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4. 육아에 남자, 여자가 없다

스웨덴에 살다 보면, 유모차를 끌고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웨덴 남편들은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에도 유모차를 끌면서 아기를 보살핀다. 그 옆에는 여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육아에 있어서 젠더 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육아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해오던 전통적인 젠더 롤이 무너진 것이다. 


5. 여성에게 보이는 신사의 매너는 때론 여성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친절한 매너를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 카페나 식당에서 여성이 앉을자리에 의자를 빼내 주는 행위나 여성이기에 무거운 물건들을 알아서 들어주는 행위는 자칫 여성의 자유 행위를 제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여성은 육체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약한 존재"이기에 남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젠더 롤을 보여주는 행위로 읽히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스웨덴 여성은 남자 친구가 아닌 사람이 이런 행동들을 하면 불편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한다. 여자라고 다르게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6. 데이트 신청은 남자가 꼭 먼저 하는 게 아니다

많은 경우, 데이트를 할 때 많은 여성들이 남성적인 면모를 중요시한다. 먼저 전화번호를 물어보거나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나, 우리나라의 데이트 문화에도 깊숙이 젠더 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상대가 나타났는데, 왜 남자가 먼저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나? 여자가 하면 안 되는가? 사실, 스웨덴 친구들은 데이트 신청을 할 때도 혹은 사랑할 때에도 여자이기에 남자이기에 기대하는 젠더 롤이 거의 없다. 여자는 자유롭게 남성에게 다가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먼저 호감을 표시한다. 때로는 스웨덴 남성이 상당히 수동적으로 보일 경우도 많다. 많은 부분을 여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성에게 많은 선택과 행동의 자유를 준다.


7. 노상방뇨는 남녀가 같이 하는 것이다

이건 조금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어느 날 나는 스웨덴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 클럽을 찾았다. 스웨덴 사람들은 상당히 조용한 편이지만, 술만 먹으면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기다리는 줄에 섰다. 근데, 어떤 술 취한 남성이 여기 말고도 화장실이 있으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따라간 곳은, 클럽 밖의 허허벌판이었다. 벽이 있긴 했지만 지붕도 없었고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여자라고 더 어두운 곳이나 가려진 곳에서 찾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노상방뇨를 하는 문화를 보고, 나는 성 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스웨덴 문화를 발견했다. 
이상한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라. 노상방뇨를 남자와 여자가 거리낌 없이 하는 건, 그만큼 그들의 성평등이 바닥부터 잘 이루어져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가 얻을 게 없는 제로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주) 개인적으로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스트 운동은 남성과 여성 간의 이익 다툼에 불과한 듯 보인다. 

우리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이런 성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취해야 할까? 내가 보기엔, 우리는 잘못된 사회적 구조 속에서 개인들끼리 서로 혐오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만 같다.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국가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  

남성이고 여성이고 자신이 어떤 이득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집착만 보이고, 어떤 책임이나 의무, 희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런 식의 다툼은 그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이런 운동들이 자칫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 간의 갈등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스웨덴의 경우가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들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스웨덴 여성들은 스웨덴이 남성 위주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일찌감치 성 평등을 이루어 왔고, 국가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왔기 때문에 이 나라의 사정을 살펴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본문 이미지 출처: https://bycommonconsent.com/2013/04/15/different-but-equal-another-post-on-gendered-priesthood/


https://mic.com/articles/88277/23-ways-feminism-has-made-the-world-a-better-place-for-men#.ompyP0t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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