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건축여행기#8
Kandalama Hotel, 1991-94, Dambula
칸달라마 호텔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는데, 이 수영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영장으로 자주 거론된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스리랑카라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나라에서, 그것도 스리랑카에서 조차도 구석진 곳에 위치한 칸달라마 호텔의 수영장이 입소문을 타게 되었을까?
수영장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뛰어나게 아름다울 게 없다. 하지만, 이 수영장이 위치한 곳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수영장은 경사지 위에 만들어져, 물의 가장자리 수평면이 꼭 호수의 수면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잔잔한 물결을 가르면서 수영을 헤나가면 저 멀리 호수로 이어질 것만 같다. 마치 호수를 헤엄치고 있는 듯한 환상을 안겨준다. 작은 수영장 안에서 수영을 하지만, 시야의 확장을 통해 거대한 호수에서 수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러니까 반드시! 수영복을 챙겨가야 한다."
계단은 또 어찌나 아름답게 뽑았느지 모르겠다. 마치 조각의 면을 다듬듯이 바와는 최대한 심플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계단과 벽을 만들었다.
사실 이러한 느낌은 현대 스리랑카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많은 부분이 바와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스리랑카 사람들의 손재주도 한몫을 했는데, 그들은 시멘트 미장질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바와의 건축을 보고 있으면 아주 정성을 다해 만든 장인의 느낌이 난다. 바와의 건축은 대량생산을 주목적으로 헀던 모더니즘으로 분류되지만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든 장인의 손맛이 있다.
객실과 레스토랑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은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오후다.
대지가 주는 높낮이에 순응하며 단차를 이용한 건물의 바닥, 대지의 형태에 따라 생겨먹은 건물의 형태를 따라 양쪽으로 삐뚤삐뚤 뻗은 동선을 따라 순례한다. 약간은 복잡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옥상 정원에 도달한다. 옥상 정원은 다시 밖의 정원과 연결되고,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어가면 보이는 연못은 하늘의 빛과 색, 구름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수면 위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에 맞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넋을 놓고 있었다. 시각이 주는 황홀함과 바람의 촉각에 잠시 사소한 만족감을 느낀다. 이런 곳이라면 하루 종일 자극적인 유흥거리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곳이라면 조금은 나도 착해질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바와는 끊임없이 호텔과 자연의 경계를 없애는 작업을 했다. 자연을 내부로 끌어 들이다 못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벽을 뚫고 나온 바위 덩어리는 굳이 제거하지 않아 자연이 건물로 침입할 수 있도록 방관하고 있다. 검은색과 흰색은 주변에 거슬리는 않는 색으로, 녹색은 자연의 색을 차용해 때로는 나무 사이에서 위장을 하기에 알맞다. 외벽에는 열대 특유의 늘어지는 넝쿨식물 줄기가 치렁치렁 건물을 감싸고 있다.
호텔을 짓기 위해 자연의 일부를 덜어내야 했지만, 그만큼의 손해를 자연에게 보상하기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다. 호텔에서 사용되는 물도 정화과정을 거쳐 근처의 호수로 흘러간다. 어쩔 수 없이 자연을 훼손해야 했지만, 그 정도를 줄여 자연을 향한 겸손함을 보였다.
어쩌면 대지 위에 건물을 지어야하는 건축가에게 자연파괴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프리 바와는 자연에 맞서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장점을 끊임없이 건축 안으로 끌여들였다.
제프리 바와의 칸달라마 호텔은
외부의 환경을 조망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 준다.
Kandalama Hotel, 1991-94, Dambu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