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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Sep 04. 2016

어떤 미소

역사를 바꾼 어느 셰르파의 미소



텐징 노르가이라는 전설적인 셰르파가 있다. 1953년, 그는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곳,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곳에 두 명의 등반가가 정상에 도달했다. 


사람들의 환호와 더불어, 영국 왕실은 힐러리에게 기사 작위를, 텐징에게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왜 정상에서 찍은 사진에 텐징만 있고 힐러리는 없는가?’

사람들은 누가 먼저 산의 정상에 올랐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의 깊은 산에서 자란 텐징, 고산지대에 알맞은 몸을 갖춘 셰르파 부족이 당연히 정상에 먼저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 누가 생각해도 뻔한 사실이었다.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심해져 갔고 끈질기게 그 둘을 괴롭혔다. 

그렇게 의심을 하던 사람들에게 텐징은 말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두 번째로 오른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면, 나는 평생을 수치심으로 살겠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그 둘은 평생을 친구로 지냈다. 후에 텐징이 죽고 나서 힐러리가 이 사건의 배경에 대해서 고백했다.

“정상 근처에 먼저 도착한 건 텐징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상을 고작 몇 발 앞두고 나를 기다렸다. 체력이 떨어진 내가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먼저 정상에 오를 기회가 텐징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텐징은 나에게 영광을 양보했다.” 


그리고 사진기를 다룰 줄 몰랐던 텐징을 대신해 자신이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산을 오를 때는 서로에게 생명을 의지하며 위험의 순간을 넘겼으며, 정상에 도달 했을 때는 자신의 영광을 동료에게 양보한 텐징의 이야기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과연 저런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난 둘의 고백을 듣고도 의심을 하고야 말았다. 아마도 누군가 역사적 순간을 더 극적으로 만들려고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래된 흑백사진 속 텐징의 미소를 본 순간, 그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의 텐징은 힐러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텐징의 미소는 참 매력적이었다. 거울을 보면 어색한 웃음만 만들어내는 나에겐 참 부러운 미소였다. 

그의 미소는 히말라야의 설산을 떠올리게 했다. 마치 하얀 설산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순간, 그런 미소를 가진 사람이라면 정상에 오르는 영광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양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특유의 하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텐징노르가이(오른)와 에드먼드 힐러리(왼)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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