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ove an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웅인가, 살인자인가?

루이지 맨지오니는 왜 국민적 영웅이 되었나?

by 안종현 Feb 28. 2025
아래로


루이지 맨지오니는 누구인가?


루이지 맨지오니는 논란의 인물이다. 그는 작년 12월에 미국의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보험회사) CEO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소셜미디어에는 루이지 맨지오니에 열광하는 팬들로 밈들이 양산되었는데,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난 그저 범인이 잘생긴 외모 때문에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는 줄로만 알았다.


<루이지 맨지오니, 출처 CNN>



2024년 12월 4일, 미국 뉴욕에서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CEO인 브라이언 톰슨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26세의 루이지 맨지오니로,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 졸업생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알려져 있다. 

12월 9일,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체포된 맨지오니는 체포 당시 3D 프린터로 제작된 권총과 위조 신분증, 그리고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담은 자필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현재 그는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뉴욕으로의 송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루이지 맨지오니는 어떻게 국민의 영웅이 되었나?


그런데 이번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HBO에서 보면서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이 사건은 정말 미묘하고 복잡하다. 우리의 도덕적 기준을 크게 흔드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도덕적으로 그는 비난을 받아 마따하나, 우리가 살아가는 법률적 혹은 사회적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를 단순한 살인자라고 말하긴 힘들다. 왜냐면 그가 우리에게 던진 사회적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이다.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많이 내고, 반대로 보험금 지불은 적게 해야 된다. 즉, 보험금을 요청하는 가입자의 요구를 거절해야 회사에 이익이 된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 회사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 기반에는 필요한 보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야 뻔하다.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생명도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도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보험회사로부터 수술을 몇 시간 앞두고 보험금 지불을 거절당한 사연이 인터뷰로 담겨 있었다.  


<성인으로 묘사되는 루이지 맨지오니, 런던 골목에 그려진 그이 그래피티>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을 저질러선 안된다. 그건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이 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살인을 저지른다고 생각해 보라. 물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그저 살인자의 만행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그 합법이 오염된 시스템 속에서 설립된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보험회사의 CEO가 서류에 서명만 하면 끝이다. 그 시스템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생명을 중단시킬 수가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들어온 시스템에 있다. 합법적인 시스템, 그것을 루이지 맨지오니가 정한 복수의 대상이었다. 


다시 말해서, 살인은 어떠한 목적에서도 행해져선 안된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꿔보자. 합법적인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살인은 괜찮다는 말인가? 그건 합법이니까 괜찮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의료 시스템에 오염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또 어떤가? 그게 이번 사건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분명히 루이지 맨지오니는 명백한 살인자요 죄인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조차도 살이자요 죄인이라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하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루이지 맨지오니가
살인자라고 생각하는가?
영웅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의 팬들은 기부금을 모아 석방 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거두었으며, 그의 이미지가 성인화로 그려진 밈이 온라인상에서 돌아다닌다. 그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가 판매가 되고, 그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그래피티가 런던의 한 골목에도 등장한 것을 보면, 이젠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건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여행과 한복?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