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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Nov 23. 2016

내일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나요?


“난 늘 내가 사랑할 상대를 찾아 헤맸던 거 같아.”

깊어가는 밤, 옅은 녹색 불빛을 비추는 바에 앉은 술에 취한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예쁘장하게 생긴 눈과 균형 잡힌 몸매와 금발을 가진 여성은 누구나 쉽게 사랑에 빠질 만큼 귀여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밤이 오면, 난 화려하게 옷을 입고 바를 찾곤 하지, 오늘은 누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야.” 

맥주병을 잡아든 손가락에 꽂힌 담배에서 힘없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우주가 우리의 행동에 모든 움직임을 멈춰

“그러다 한 멋진 남자를 만나. 우리는 마치 오래 만나온 연인처럼 모든 흥밋거리와 사소한 이야기를 꺼내놓지.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 사람을 오랫동안 알고 온 것처럼 느껴져.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가 잘 통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내가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가수들마저도 그 사람은 모두 알고 있어. 어쩜 이렇게 잘 통할까? 오늘 만난 거 같지 않게 난 쉽사리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 내일이라도 당장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아마 부모님은 내가 또 미친 짓을 한다고 한숨이나 지을 그런 결혼식이 되겠지. 난 그에게 흠뻑 빠져들고 말아. 우리는 길게 대화를 이어가고, 대화의 중간중간에 웃음이 끼지 않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어. 그렇게 밤은 깊어 갔어. 가볍게 어깨를 잡고, 주위의 시끄러운 소음에 대화가 어려울 때면 귓속말로 농담을 주고받았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관심을 표했어. 우린 자리를 옮겨. 둘만의 은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의 

눈이 통해 알지. 둘 다 베드룸 스포츠(Bedroom Sport)가 필요했다는 것을. 그래, 우린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길고 농밀한 시간을 가져. 관계 중에 나에게 건네는 말들이 그렇게 부드럽고 달콤할 수가 없어. 그 순간만큼은 그가 나의 전부가 돼.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집중해. 그 순간만큼은 우주가 우리의 행동에 숨을 죽이고 모든 움직임을 멈춰. 경이로울 정도로 집중하지. 그래 나도 알아. 이게 하룻밤 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 나도 아는 사실이야. 늘 이런 게임은 게임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을. 근데 이번만은, 이번은 너무 달라, 너무 특별하고 우린 너무 잘 통했거든. 뭔가 다른 상황이 이번에는 벌어지고 말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이번 한 번만 그런 예외가 생겼으면 좋겠어. 오늘 밤이 끝나면, 황홀한 순간이 어제의 과거로 날아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안아주던 격정적이던 순간의 사랑으로 내일도 나를 안아주면 좋겠어. 그런 생각이 한없이 들어. 나를 안은 손이 내일도 나를 감싸주길 바라지. 그래, 그렇게 늘 사랑할 상대를 찾지, 그런데 항상 끝은 알지? 그래, 그건 그냥 하룻밤의 사랑에 불과해.”



섹스는 참 쉬어, 마치 KFC에서 값산 음식을 사는 것처럼


길고 무거워진 담뱃재가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시커먼 바닥으로 떨어졌다.

“섹스는 참 쉬워, 섹스는 참 값싸. 원하면 언제든지 상대를 구할 수 있어. 마치 KFC에서 값싼 음식을 사는 것처럼 쉬운 일이야. 그 사람도, 아침이 되면 나를 떠날 거란 걸 알지. 나에게만 하던 달콤한 말들은 그저, 그저 하룻밤의 속삭임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겠지. 이 깊은 밤이 끝나기도 전에 말이야.”







길 위의 삶이 전해주는 이야기, 그리고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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