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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일상 #2

길 위의 인생

by 안종현

양곤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양곤 길거리를 걸으면 수많은 사람들의 다른 행색을 구경할 수 있다. 어딜 가도 사람이 별로 없었던 스웨덴의 낮은 인구밀도를 생각하면, 왜 아시아는 이렇게 인구가 높은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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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높은 인구를 가지게 되면, 그 인구에 맞게 산업과 도시가 발전하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인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고장이 나던, 산업이 고장이 나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인구가 적은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양곤의 모습도 꽤 재미있다. 집 근처에 있는 술래(Sule) 파고다는 해가 지면 자주 산책을 나가는 곳이다. 아름다운 다고 바를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길거리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도시의 오물을 먹고 자라는 몸집이 꽤 큰 쥐도 돌아다니고, 또 비슷한 걸 먹고 있을 바퀴벌레도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이곳 사람들은 시원한 곳에 의자를 놓거나 혹은 그냥 길바닥에 주저앉아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디저트까지 챙겨 먹는다. 어린아이가 길바닥에서 공놀이를 하고, 어린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는 아이를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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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불쑥 내려서 낯 선 동네를 걸었다.

돈 100-200 짰을 내면 서클 기차를 탈 수 있다. 이 기차는 양곤을 둥글게 둥글게 느리게 돈다. 오래된 일본의 구식 기차는 이렇게 양곤에서 서클 기차가 되어 달리고, 오래된 한국의 구식 버스는 양곤에서 시민의 발이 되어 여전히 서부터미널과 현대학원(한국말 표지판이 그대로 써져 있다)을 가는 것 마냥 시내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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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면 좋은 건, 오고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삶을 잠깐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기차를 타면 좋지 않은 점은 너무 덥고, 너무 덥고, 너무 습하다는 것이다. 쾌적한 여느 나라의 그런 기차와는 너무 다르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그저 바닥에 널브러져 앉아서 여행을 한다. 길에도 척척, 기차 바닥에도 척척 잘 앉는다. 혹은 잠도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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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낯선 마을에서 내렸다.

오지게 맛도 없는 싸구려 커피를 시켰다. 커피콩을 분쇄기에 갈아서 걸려내지 않고 물에 휘휘 저어서 나에게 준 커피는 내 커피에 대한 기호를 확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웬만해서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그 점은 좋은 것이다. 분명! 나쁜 점이 아니다. 그리고 마트에 파는 생선, 고기도 그렇게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재래시장에 가서 본 고기는 뭐랄까? 내가 꼭 살인자 혹은 살인을 명하거나 의뢰한 사람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여기저기 절단단 신체 부위를 아무런 포장 없이 간이 식탁에 올려놓은 걸 보고 도저히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는 고기도 잘 먹질 않는다. 그 점은 분명 좋은 것이다. 어쨌든 난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커피를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 앉은 중학생 같은 얼굴의 한 소년이 여러 가지 향이 있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생긴 건 꼭 대마초 같은데 설마 대마초를 길바닥에서 이렇게 오픈되게 필 정도로 급격히 오픈된 사회는 아니기에 아마도 중동식 담배이거나 향 담배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연기가 꽤나 멋지게 많이 나는 담배라 슬쩍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거다.
"이 애가 정말 중학생이고, 진짜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거라면 대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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