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조용히 몇 시간이고 바라보고픈 파고다
벌써 몇 3개월째 양곤을 못 벗어나고 있는 데다, 양곤에서도 관광에 나서는 경우가 많이 없다. 미얀마에 사는 친구들은 만덜레이나 바간 등 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양곤에만 지내냐고 의문이지만, 도대체 시간이 나질 않는다. 얼마 전까지 학교 과제에 설문조사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자랑, 쉐다곤 파고다
그러던 차 친구가 놀러를 오는 바람에 반강제로 양곤 투어에 나섰다.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고다 중의 하나다. 기원 6시경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화려하고 금으로 도장된 파고다는 실제 그 앞에 서면 웅장한 자태에 압도당한다. 높이가 무려 99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현재의 모양에 크기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번의 걸쳐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의 쉐다곤 파고다를 중심으로 많은 사원이 지어졌다.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해 둘러보다 해가 지면서 점점 어둠에 싸일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기로 알려져 있다.
파고다 안에는 불교 보물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밤에 시내를 지나치거나, 루프탑 바에서 술 한잔할 기회가 있을 때에도 이 거대한 파고다는 쉽사리 시야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스리랑카의 흰색 다고바(파고다)를 더 좋아한다
별다른 장식 없이 흰색으로 칠한 둥글고 거대한 스리랑카식 다고바가 왠지 더 멋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왠지 그쪽이 더 종교적으로 느껴진다. 그런 측면에서 스리랑카에서 넘어온 불교가 왜 이렇게 화려하게 변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스리랑카가 불교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말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집 근처에 있는 술레 파고다는 작고 이 파고다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그 작은 모습이 더 인간적인 스케일에 맞는 거 같다. 쉐다곤 파고다는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뭔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쉐다곤 파고다를 둘러싼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
1. 태국에서 빼앗은 금으로 지은 파고다
미얀마에 오기 전에 방콕에서 한 2주 요양차 지내던 시간, 태국 현지인 친구가 양곤에 가면 태국의 금으로 만든 사원이 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그 친구는 아주 분개하는 듯한 말투였다. 미얀마는 과거 태국을 빈번히 침범하곤 했었는데, 그 당시 뺏은 금으로 쉐다곤 파고다를 치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2. 지하 비밀 통로
현지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파고다 밑에는 지하 비밀 통로가 있다고 한다. 이 지하로는 양곤의 항구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꽤나 긴 길인 셈인데,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왕족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통로는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태국도 그렇지만, 미얀마에서 깊은 지하를 가진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지하 구조물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하 통로가 사실일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3. 파고다의 보물
파고다의 첨탑 끝에는 우산 모양의 장식이 있다. 우산 모양 아래에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물이 놓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지나가는 새들이 이곳 보물을 물어다 다른 장소에 떨어뜨리곤 하는 일이 발생했나 보다. 그런데 그렇게 잃어버린 보물들은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길거리에 떨어진 이 파고다의 보물을 발견하면 다시 파고다에 돌려주기 때문이란다.
4. 파고다 주변에는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한다
미얀마 현지 법에 따르면, 파고다 주변에는 파고다 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이는 파리가 에펠탑 주면으로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한 법과 동일하고, 우리나라에도 유적지 주변으로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는 법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쉐다곤 파고다는 멀리서도 잘 보이고, 주변에 상업건물도 없어 밤이 되면 아주 조용한 지역이다. 그러나 군부독재시설 술레 파고다 주면에 몇 개의 높은 빌딩이 생겨났는데, 이는 법을 어기고 로비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다음에 온다면, 혼자서, 그리고 롱지(현지 옷)을 입고 조용히 파고다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