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파고다의 도시, 바간(Bagan)
바간(Bagan)은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미얀마 최초의 왕조 도시로 번영을 이루었고, 지금은 미얀마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자리 잡았다. 미얀마는 주변 국가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용맹하기로 유명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태국과 사이가 안 좋은 이유는 미얀마가 예전 시도 때도 없이 태국을 침범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13세기까지 약 만 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약 2천 개가 족히 넘는 파고다가 있다. 그 후 만덜레이로 그리고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양곤으로 수도가 이전되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한 때 잘 나가던 미얀마는 지금은 주변국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못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 나라의 삶도 그렇고, 한 개인의 삶도 그렇게 뜨겁게 타오르다 언젠가는 그 열기가 식는다. 마치 해가 뜨고 해가 지는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Sunrise in Bagan
미얀마를 잘 모르는 사람도 미얀마의 일출이 담긴 사진은 한 번쯤 봤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 한 장에 무작정 배낭을 꾸리고 미얀마로 찾아온다. 그 사진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당신은 무척이나 고달픈 미얀마 사람들의 삶을 지나쳐 왔을 것이다. 가난하고 그리고 그 가난함 조차 알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히 아름다운 순간만을 사진에 담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얼그러진 모습들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보이는 삶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쉽게 시각적인 화려함에 반하고 말기 때문이다. 언제난 진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게 그 이면의 숨겨진 삶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간의 일출은 참 아름다웠다. 뜨는 해를 주변으로 가벼이 떠 가는 열기구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허둥지둥 그리고 어설프게 잠에서 깬 얼굴과 여러 방향으로 뻗친 머리를 뒤로 하고 바이크를 타고 여기저기 최적의 장소를 물색한다. 바간에는 2천 여개의 파고다가 있지만 그중에 일출이나 일몰을 보기에 적당한 높이로 올라갈 수 있는 파고다는 4~7개가 전부다. (더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평소 최고로 게을러지는 시간인 새벽에 잠을 뒤로하고 일출 장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다 한 곳으로 왔다. 그리고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며 해가 뜨길 기다렸다.
그리고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Sunset in Bagan,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처럼
바간에서 해가 뜨고 지는 하루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하루하루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분명히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끝이 있다.
난 가끔 끝이 보이는 일에 열정을 다하지 못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 일은 그렇게 끝날 게 분명한데 내가 왜 최선을 다해야 하지?'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많다.
그 일은, 그 사건은, 그 사람과의 관계는 등등 어떤 일은 그렇게 끝이 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뜨겁지 않을 이유란 없다. 시작과 끝은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찰나의 순간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