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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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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pr 10. 2018

겨울이 가고, 글을 쓰고 있다

스웨덴 일상

오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몇 주 막바지 겨울이 기승을 부렸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온기를 감출 수는 없나 보다.
봄이 왔나 싶어 내다보면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고, 신기해서 다시 사진을 찍곤 한다.
봄이 왔나 싶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추위에 떨다 빨리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요즘은 헬스장, 집, 동네 마트, 동네 산책을 제외하곤 아주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에서 주말마다 가던 파티 생활도 끝났고, 금주를 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 되어 같다. 영어식으로 아주 'Dry day'를 보내고 있다. 
영어로 논문을 쓰는 일은 참 어렵다. 그런데 언어만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한글로 글을 쓸 때도 수많은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수없이 되새겨 논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건 언제나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머릿속에 묵어 두었던 생각과 논리가 때가 이르러 글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심심하여 이리저리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가, 누군가 이우환 작가가 점 하나 찍어서 수억 혹은 수십억을 호가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글을 보았다. 물론 그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의 그림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점 하나를 찍기 위해 수많은 고뇌가 바탕으로 작용한다고 그의 인터뷰를 봤을 땐, 이해가 된다. 저 점 하나로 그의 생각, 고뇌, 사상, 논리, 어떤 이상 등등을 전달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없이 많은 글, 수 없이 많은 도형, 수없이 복잡한 도면으로 설명하는 어떤 사상의 전달보다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시 예술은 엄청난 과장과 왜곡, 삐뚤어진 사상, 엄청난 말발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우환 작가가 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논문을 쓰는 일은 뭐랄까? 논리의 정리인 거 같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해석하고, 인터뷰를 해준 사람과의 도덕적 관계 그리고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사회와의 도덕적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자라게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기에 어떻게 객관적으로 전달을 할까 고민하지만 결국 내 머릿속을 통해 나온 것은 편파적인 논리의 전개가 되고 만다. 


어느 때보다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하루에 거의 7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서 글만 쓰고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 거린다. 논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이 아니라, 손가락 끝에서 춤추듯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 내 머리를 거치는 순간 그건 바로 솔직하지 못한 글이 되기 때문에, 마치 찰나의 생각만을 더한 글을 쓰듯 손가락 끝으로 글을 쓰고 싶다. 솔직한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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