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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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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l 22. 2017

세상 모든 키스는 아름답다

얼마 전에 참 흥미로운 일을 겪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 좁음에 조금 실망도 했었다. 그 일은 내가 인스타그램에 게이 커플의 사진을 올려서 생겨난 일이다.

이 한 장의 사진,


방학을 맞아 브뤼셀로 잠시 머리를 식히러 갔었다. 마침 한국에 있는 친구가 놀러까지 와서 모처럼 혼자가 아닌 여행을 했다. 브뤼셀, 맥주와 와플이 맛있고, 초콜릿과 오줌싸개 동상이 유명하다는 것만 들은 도시.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는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자 금세 내가 살고 있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 룬드가 그리워질 정도였다. 

아침을 숙소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브뤼셀의 거리를 걸었다. 막 커피를 마시고 나온 참이었다. 그러던 중, 카페에 앉아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 연신 키스에 열중하고 있는 게이 커플을 만났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 두 사람이 연인에게 보이는 집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발길을 멈췄다. 갑자기 그 사람들의 키스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 언젠가 유럽인들의 사랑에 대한 방식의 차이를 글로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때 넣으면 좋을 사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 유럽인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무척이나 조심한다. 혹시 그 사람의 표정을 담을 일이 있다면 본인의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실례를 범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물 사진은 잘 찍지 않게 된다. 그런데 찍고 싶었다. 저 커플의 키스를 말이다. 그래서 걷던 발길을 돌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실례지만, 당신들의 키스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그러는데, 사진으로 좀 담아봐도 될까요?"
물론 당황스러운 제안일 것이다. 그 둘의 표정에 당혹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들은 사랑스럽고 긴 키스를 내 카메라 앞에서 나누었다. 그렇게 그들의 키스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을 정리하고, 인스타에 이 게이 커플의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참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사진을 올린 다음부터 하루에 3~5명이 내 인스타그램을 떠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꾸준히 하루에 3~5명이 팔로워를 끊었다.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고 있는 친구들 (내가 올리는 거의 모든 사진에 "LIKE"를 하는)도 이 사진은 무시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게이가 키스를 하는 사진이라서? 우리랑 달라서, 혹은 역겨워서 일까? 
여기서 같이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정말 파워풀하고 아름다운 사진이야."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한국인이나 동양인은 아무도 없었다. 참 씁쓸해졌다. 어째서 우리는 그렇게 타인의 사랑에 왈가왈부하는 걸 그렇게나 좋아할까? 왜 우리는 그렇게 타인의 사랑을 심판하는가? 그럴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국가가 타인의 이불속까지 들쳐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얼마 전 한국사회에서 없어진 간통죄, 그건 국가가 개인의 사랑을 심판하는 전형적인 잘못된 법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없어진 간통죄를 가지고 마치 한국사회가 더럽혀진 것처럼 받아들였다. 간통이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 국가가 개인의 사랑을 판단할 권리는 없다. 개인의 사랑이고 개인의 잘못이다. 그건 개인들 간에 벌어진 일이기에 개인이 풀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타인의 사랑을 들쳐볼 필요가 없다. 
우리는 꼭 아침드라마를 보듯 타인의 사랑을 재단한다. 왜 그렇게 타인의 사랑에 관심이 많은 관찰 성애자가 많을까? 동성애자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성행하는 open relationship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 특히나 유행하고 있는 세 명이서 연인관계를 가지는 것도, 모두 개인이 자신의 타입에 맞는 관계를 맺는 것일 뿐이다. Open relationship이 잘못된 관계라고 믿어왔던 사람 중의 하나였던 나도, 그런 관계에 있는 커플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예를 들어 보자. 

서로 합의 하에 Open relationship을 가지고 있고 타인과 캐주얼 섹스를 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커플이 있다. 그리고 관계를 Close 했지만, 정작 몰래 바람을 피우는 불행한 커플이 있다고 치자. 어느 쪽이 행복한 걸까? 실제로 한국 사회에 얼마나 많은 아주머니들이 남편의 반쪽 비즈니스 매춘을 눈감고 살아가고 있는가? 남자가 일하다 보면 바람도 피우고 다른 여자랑 잠 좀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그런데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섹스는 다른 사람과 하기로 합의한 커플을 비난할 수 있는가? 누가 더 행복할까? 누가 더 옳을까? 누가 덜 나쁠까? 그걸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냐 말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욕구를 더 솔직히 오픈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섹스는 오직 정해진 한 명과 해야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외도를 분노하거나 모른 채 하며 불행할 수도 있다. 어떤 게 더 정상이고 어떤 관계가 더 행복할까? 우리는 모른다. 다만 타인 사랑일 뿐이다. 함부로 재단하는 섣부른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키스는 아름다워야 한다."
그 키스가 강제로 성사된 키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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