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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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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Sep 08. 2018

이상한 나라의 섹스

스웨덴의 데이트 문화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스웨덴 사람들이 그렇게 훈훈하다면서요?"

그래서 많은 한국 여자들이 스웨덴에 훈남을 찾아 이곳 여행을 계획한다고 들었다. 남자들 중에는 우즈베크에 가면 김태희가 밭을 맨다는 이유로 그곳을 버킷리스트에 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들도 훈남을 찾아 스웨덴으로 간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은 진짜 여자도 아름답고 남자도 아름답다. 이곳의 인구 절반이 패션모델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미남과 미녀들이 넘쳐난다. 하다못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캐쉬어도 모델처럼 생겼다. 공사판에도 길거리에도 패션모델 같이 늘씬한 사람들이 일하고 걸어 다닌다. 우리가 상상하는 엘프족들처럼 말이다. 물론 인종으로 비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육체적으로만 따졌을 때 스웨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류의 미남과

이런 미녀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생긴 거와는 다르게 참 이상하다. 나는 많은 아시아계 친구를 비롯, 서유럽에서 온 친구들마저도 이곳 스웨덴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을수록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지만 참 이상하게 사랑을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첫 데이트에서 섹스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뻐할 남자들은 일단 진정하길 바란다. 동양 남자는 어딜 데려다 놔도 인기가 없다. 여기서 BTS는 일단 제외하자. 그건 페니스 사이즈 때문이라고 종종 말하지만 사실이다. 그것도 중요한 이유고 동양 남자는 육체적으로 어린아이 같아 보인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스웨덴에서 섹스는 데이트 상대를 평가하는 엄청 중요한 요소다. 그게 상대방을 처음 만나 알아보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점 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커피 좀 마시다가 그럼 우리 섹스가 서로 맞는지 알아볼까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 조금 올드한 패션의 사람으로서 섹스는 결혼 후에나 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에서 섹스란 아무나 쉽게 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친밀한 감정이 생겨나고, 관심과 신뢰가 생겨났을 때 우리는 보통 섹스의 단계로 넘어간다. 물론 그걸 다 뛰어넘고 섹스로 바른 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보통 원나잇 스탠드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원나잇 스탠드가 아닌 이상, 데이트를 하는 상대와 첫날에 섹스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라면 당신이 존경스럽다.


그런데 말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첫 데이트에서 섹스를 한다. 와우, 정말 그게 사실일까? 그래서 스웨덴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봤다.

"근데 너네들 첫 데이트에서 섹스부터 하고 본다는 게 사실이니?"

그러면 그들은 말한다.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는 사실이야."

이 사람들은 정말 오픈 마인드인 게 분명하다. 적어도 섹스에 관해서는 말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크게 두 가지로 좁혀졌다. 첫째, 섹스는 정말 중요하다. 섹스 후, 그게 훌륭했다면 상대방과의 만남을 더 진전할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섹스가 꽝이면 상대방을 알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섹스가 중요하단다. 거참, 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동물처럼 솔직하니 조금 이상하다. 둘째, 섹스를 하면 서로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스웨덴 사람들은 조금 부끄러움이 많다. 처음 만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술을 엄청 마시지만 말이다. 그러나 맨 정신으로 처음 만나면 상당히 어색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트 상대와 섹스를 한단다. 그러니까 섹스는 아주 친밀한 두 사람 간의 행동이기 때문에 어색한 순간을 풀어주고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두 가지 말을 들어보면 이해는 충분히 간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처음 만나서 섹스를 할 필요까지야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는 않는다.


주변의 여자인 친구들은 스웨덴 남자를 만나서 데이트를 몇 번을 해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그러면 나는 조언한다.

"섹스부터 하고 봐."

물론 내 친구들은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이라 조금 보수적인 사람들이라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물론 내 앞에서 조신한 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게 스웨덴 데이트 공식이래."


이것만이 아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보통 첫 데이트 후에 약 5일 정도는 문자를 하지 않는다. 첫 데이트 후 상대방에게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라던가 "그쪽도 제가 맘에 들면 우리 다음은 영화나 보러 갈까요?"라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우리식 데이트 매너이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다. 첫 데이트 후 먼저 문자를 하지 않는 게 약간의 밀땅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굳이 매달리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 일주일 후에나 '뭐 시간 있으면 다시 만날래?'라는 아주 중립적이고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문자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데이트 상대와 안정적인 관계에 진입을 하더라도 하루에 문자를 3번 초과해서 보내는 건 실례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하루에도 수십 번 카톡을 주고받는다. 굿모닝부터 출근부터 점심에 뭘 먹었으며, 직장 동료가 짜증 난다던지 시시콜콜 우리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게 좋아하는 사람과 알아가는 단계에서 호감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은 내가 문자를 보내고 상대가 문자에 대답하게 만드는 게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쓸 시간을 침범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언한다.

"하루에 3번 이상 절대로 문자를 보내지 마!"

그리고 데이트를 하면서 남성적인 리드를 기대하면 안 된다. 성평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나라답게, 남자가 마초적으로 이거 할래? 저거 할래? 오늘은 나랑 놀아야 돼 등등의 뭔가 데이트를 이끌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가 먼저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처럼 시시콜콜 남자 친구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면 스웨덴 남자들은 떠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양 여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른 채 어느 날 스웨덴 남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상한 나라의 데이트 문화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한 번쯤 스웨덴에서 반쪽을 찾아보는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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