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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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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an 02. 2019

스칸디나비아의 외로움


스칸디나비아의 외로움 

겨울이 왔다. 스웨덴의 겨울은 길고 어둡고 눅눅하다. 북쪽에 비해 남부 지방은 눈도 자주 오지 않는다. 눈이라도 오는 북부지방은 그나마 눈에 반사된 햇빛이 세상을 밝히지만, 이곳은 그저 어둡기만 하다. 으스스하게 추운 한기가 잦은 비와 어우러져 한없이 쓸쓸하다. 

이곳,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은 길고 아주 외롭다. 그렇기에 스웨덴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Winter is coming>이란 대사를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 사람들에게 겨울이 가져다주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이 지독한 겨울과 함께 찾아오는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웨덴을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 또한 여전히 이 겨울에 적응하는 중이다.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

요즘 스웨덴은 9시가 넘어서 해가 뜨고 오후 3시 반에 되면 해가 진다. 때문에 하루 동안 햇빛을 볼 시간이 많지 않다. 길고 긴 겨울은 이렇게 어둠과 함께 찾아온다.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밤새 내가 들이마셔 탁해진 공기 안으로 들어왔다.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로 아침을 시작한다. 어두워서 몰랐지만, 창문 넘어를 바라보니, 밤새 눈이 왔다. 눈이 쌓인 거리는 고요한 새벽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겨울이 가져온 외로움은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게 만든다

스웨덴의 지독한 겨울,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이 극에 도달했을 즈음, 나는 문득 작은 기쁨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 겨울을 나는 동안 나는 창가에 놓아둔 식물들이 죽지 않고 버텨내는 것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다. 마치 그 작은 생물체와 동맹을 맺은 것처럼.. 작은 것들의 생명. 생기는 없지만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견뎌낸 작았던 몽우리는 끝내 꽃을 피어냈다. 그 찬 겨울에도 불고하고 하나 둘 피어 올라오는 꽃을 보면서 나는 작은 기쁨을 발견했다.


이것 말고도 기쁨을 느낄 일은 꽤 있다. 가끔 뜻밖의 눈이 와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면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근처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 눈이 내려앉은 숲은 마치 동화 속 장면에 들어온 것 마냥 아름답다. 겨울에 벌거벗은 나무들이 있던 메마른 그런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늘 흐리기만 하다가, 조금이라도 햇빛이 드는 날이 되면 그렇게 또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날은 추워도 점심을 빨리 끝내고 밖으로 나가 조금이라도 햇빛을 맞이한다. 


이렇게 지독한 외로움은 반대로 나에게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게 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 사소한 것의 즐거움을 말이다. 



하나하나의 빛을 모아 어둠을 몰아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창가에 별 모양의 조명을 달아둔다. 이건 유독 스웨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일인데,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이렇게 켜진 별 모양의 조명이 각자의 집 창가에서 빛난다. 아주 밝진 않지만, 이런 하나하나의 빛이 모아져 스웨덴의 밤 분위기는 밝아진다. 

마치 사각 틀 속에서 별 모양의 이모티콘이 띄어져 있는 거 같다. 마치 '아직 괜찮아요.'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촛불을 켜고 좋은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먹는다.
이 겨울도 이제 점점 깊어져 곧 봄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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