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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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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an 28. 2019

Me, Alone

혼자여도 괜찮은 삶을 위한 예찬



혼자여도 괜찮은 삶을 위한 예찬,
Me Alone


일찍 잠에서 깼다

아침에 더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나이가 드는가 싶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 중의 하나였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은 아침잠이 없을까?' 

그러던 내가 이제는 새벽에 일찍 눈을 뜨고, 초저녁이 되면 졸리기 일쑤다. 좋게 말해서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고, 다르게 말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요즘 들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다. 이 나이에 할 질문은 아닌 것도 같다. 아니면, 인생 전체를 두고 생각할 철학적인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 물음은 내가 철이 들기 시작하고부터 결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런 질문을 아직도 하고 있는 걸 보니, 점점 이런 생각도 든다. 

'이러다 내가 죽을 때까지도 모르겠는걸...' 


가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분명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걸 알다니 대단한걸...'이라는 부러움과, '네가 안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 혹은 '지금은 그렇다고 믿지만 나중엔 아닐걸...'라는 의심이 동시에 든다. 그게 좋은 일인지, 혹은 좋지 않은 일인지 잘은 모르겠다. 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이른 새벽의 산책

아침 7시가 조금 늦은 시간. 일요일 아침,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직도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보슬보슬 눈이 내리고 있었다. 창문 밖의 세상은 어두웠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곳엔 고요한 밤의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둠을 조금 몰아내는 데 성공한 길거리 전등 주위로 날리는 눈이 유난히도 이쁜 그런 날이었다.


눈도 오고, 아침에 일찍 눈을 뜬 일요일. 나는 이른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엔 해도 늦장을 부리기 때문에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 해가 떠서 날이 밝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세상 밖은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성가신 사람이 없고 눈이 오고 적당히 어둡다. 세상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산책을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

무작정 나선 길거리에는 나 혼자였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 눈이 내린 뒤로 누구도 걷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였다. 눈은 까만 하늘에서 떨어져 조금 밝은 곳으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신선하게 막 쌓인 눈의 길을 걸었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늘 침착한 것 같아."

그에게 말은 안 했지만, 그가 틀렸다.

난 항상 갈등하고 좌절하고 무너지길 반복한다. 겉은 늘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웃음이나 짓다 보면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인지 기대인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늘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진짜로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타인이 나에게 찾았던 평화로움이 가식이었듯이 저 사람도 가식이 아닐까? 

그리고 생각한다.

저 사람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누구나 고민이 한가득이다.

타인이 더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왜냐면 타인은 결코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인간이 누가 있는가? 아무리 소중한 사람도 나보다 중요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의 사소한 고민이 타인의 심각한 고민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타인보다 무겁다. 

나의 고민은 타인의 고민보다 무겁다.

나의 세상은 타인의 세상보다 어렵다.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갇힌 세상이 그렇다.

 

어렸을 때는

어렸을 적의 나는 보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다. 작은 농촌보다는 큰 도시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로 갔다. 한국보다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이도 돌아다녔다. 세상은 넓었고, 사람도 많았다. 세상이 궁금했던 나는 그렇게 늘 밖으로 밖으로 돌아다녔다. 많은 사람을 사귀었고, 그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었다. 그 경험이 쓸모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 경험은 훌륭했고 즐거웠고 배울 것이 많았다. 세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밖의 세상보다는 내면의 내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여행을 즐기도 않는다. 더 이상 공항으로 가는 일이 즐겁지 않다. 이젠 비행기를 타면 피곤하고, 시차 적응도 힘들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일에 가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왜 자꾸 밖의 세상만 궁금했을까?


Me Alone

아침 길에 나선 산책에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세상은 어렵다. 그렇다고 그게 꼭 나쁘지는 않다. 늘 현재를 사는 인간으로서 현재가 어려울 뿐이다. 늘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아보면 그 또한 지나간 과거의 별 시답지 않은 근심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혼자서 걷는 이른 아침의 산책, 눈이 오고 있었다. 촉촉이 어깨를 적셔 오는 눈송이를 털어내고 조금 더 먼 거리로 나아갔다.

나는 혼자였다. 그렇지만 혼자여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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