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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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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l 03. 2018

여행이 내게 가르친 것들

오랜 기간의 여행은 나에게 무얼 가르쳤을까? 

그리고 나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자라났을까?


1. 불편한 곳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까칠한 성격에 예민했던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자고 했다. 지금도 잠자리가 바뀌는 걸 싫어하는 편이지만, 여행은 나에게 아무 잠자리에도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주었다. 최악의 잠자리는 네팔 안나푸르나에서의 바람이 불던 나무판자  롯지였고, 그다음으로 최악이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던 인도 고아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의 옥상(지붕도 없었던)이었다. 이처럼 여행은 조금 불편한 환경에서도 투정 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나름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2. 세상은 아름다운 곳임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두 발로 걸어보니, 참 아름 곳이 많았다. 네팔의 안나푸르나가 그랬고, 스리랑카와 태국의 아름다운 해변도 참 좋았다. 각 나라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곳은 지루해서 좋았고, 어떤 곳은 상상을 초월하게 지저분해서 좋았다. 그곳 모두에 소소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고 돌아보니, 결국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3. 그리고 동시에 세상은 생각보다 잔혹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여행은 평소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한국에만 머물렀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고, 색다른 생각을 가진 이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는 어느새 인생의 진리에 가깝게 다가간다. 태어나서부터 국가가 나에게 뒤집어 씌워놓은 여러 관습과 세뇌된 가치관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세상의 숨은 이면도 보게 된다. 그러길 반복하다 보면 깨닫는 게 있다. 세상은 참 잔혹하다. 모르고 지나쳤으면 좋았을 진리는 참 잔혹하다.



4. 우리는 저개발국가를 이용한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을, 환율의 차이에서 오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그들을 착취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는 끝이 났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들을 이용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의 공장에는 여전히 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세계 유명 브랜드 회사가 넘쳐나고 우리는 싸다는 이유로 그 옷을 사서 입는다. 싼 가격에 여행을 하고, 싼 가격에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 그러다 우리는 그들을 마치 싼 가격으로 매도해 버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을 "못 사는" 나라의 사람으로 매도해 버리고 만다. 


5. 겉은 아닐지라도, 속은 모두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언제가부터 한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동남아 여행을 가면 한국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제는 간단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는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런데, 종종 현지인을 무시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쉽게 만난다. 검은 피부에 못 사는 나라의 사람으로, 혹은 위생 개념이 없는 사람 등으로 그들을 무시한다.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에는 그런 비슷한 감정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인종차별주의 자라는 걸 인정해 버렸다. 그리고 그걸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하지 않게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행동하도록 주의를 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차라리 내가 인종차별주의 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므로 인해 내가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6.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언어는 정말 중요한 소통의 도구다. 영어는 만국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간단한 현지어를 익혀두면 현지인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언어란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간편한 도구다. 


7. 내 존재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하면서 나는 느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정말 사소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각지를 떠돌아다니는 지식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가진 지식은 조금 아니 더 많이 발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여행은 나에게 '너 모자라도 한참을 모자라니, 더 성장하고 더 배워.'라고 말한다.



8. 오랜 여행 끝에 내가 찾은 것은 내가 가진 삶의 소중함이었다. 

많은 이들이 지친 삶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다. 그 '떠난다.'라는 말에는 우리의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담겨있다. 그러나 여행은 내가 가진 삶의 소중함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삶을 포기하거나 버리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행을 통해 조금은 물리적으로 혹은 마음적으로 거리를 두고 내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9.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한다.

동성애, 오픈 릴레이션쉽, Tripled 커플(3명이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커플) 등등. 우리네 세상에서 사랑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오랜 관습으로 보면, 이런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 또한 사회적 특정 가치에 의해 구성되고 프레임 되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오랜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인다. Socially constructed 된 가치는 socially destructed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 가치에 맞지 않는 사랑하는 방법일지라도 상대방의 방식의 차이로 혐오하는 일은 하지 말자.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이 우리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10. 결국 우리는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할수록 우리가 모자라고 부족한 인간임을 깨우치게 한다. 자연 앞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에서, 다양한 가난 삶의 모습 앞에서. 여행을 통해 배우는 길 위의 인생이 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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