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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Feb 06. 2019

약한 자의 성을 사는 자선단체

어떤 관계에 있던 권력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권력의 불균형, 혹은 파워의 불균형은 어떤 관계에서든 존재한다. 그것은 작고 크고의 문제, 즉 스케일의 문제이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어렵다.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다. 우리가 매일 일하는 직장에서는 하이라키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친구 사이나 연인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누가 영향을 더 지녔는가, 혹은 누가 더 많은 파워를 지녔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인간이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모든 사회적 행동에서 말이다. 파워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미묘하게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권력의 불균형은 국제개발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다만 그걸 잘 인지하고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옥스팜의 섹스 파티

얼마 전 옥스팜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사실 난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그게 이제야 터졌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착한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해 분노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구호단체에서 이런 추잡한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사실 그 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나는 아주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왜냐면, 그런 일이 가장 일어나지 않아야 할 분야가 이 국제개발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현장에서 벌어진 섹스파티

옥스팜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규모로 구호활동을 하는 거대한 조직을 가진 국제적 NGO이다. 옥스팜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설립한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정부와 UN, 개인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막강한 힘을 가진 NGO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NGO에서 벌어진 섹스 스캔들이니 당연히 이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오직 옥스팜만의 문제일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자료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UN, NGO 등의 많은 국제구호 단체들에 의해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를 정확히 조사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잘 알려진 수치는 없다. 또한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그렇게 왈가왈부를 하지 않는다. 그건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

우리가 이 사건에 경악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순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단순히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물론 좋은 일을 한다고 모인 단체의 NGO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과연 그들은 도덕적으로 완전한 존재일까? 

국제개발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완벽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하길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서 어긋나면, 일반 사람보다 더 심한 질타를 하게 된다. 왜냐면 그들은 소위 '착한 일'을 하기 위한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가 없다.  


그들은 오히려 도덕적으로 타락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권력의 비대칭적 관계는 국제개발에서 중요하다

옥스팜의 섹스 스캔들이 왜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또한 국제개발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 즉 권력의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제개발에 종사하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런 권력의 구조 속에서 상당히 상위에 속한다는 것이 문제다. 일개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직원 개인에 한 가난한 마을이 굶주림을 벗어날 수가 있고, 더 많은 자금을 받아 마을을 개발할 자금을 공여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담당자는 소수다. 


한 사람에 의해 굶주린 마을 전체를 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해보라.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소수의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생각해 보라. 어마어마하게 큰 자금이 한 두 사람의 손에서 결정되는 상황을 말이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면 거만한 사람이 되기 쉽다. 그들의 손에 의해서 극한 경우에는 사람이 죽고 살고,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진다. 당연히 해당 지역의 유지들은 국제개발 담당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도덕적 해이가 지속되다 보면, 현지인들이 가진 낮은 파워를 이용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국제개발의 현장에서 그런 환경을 제어하고 예방하는 계획이 반듯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옥스팜의 프로젝트 담당자가 지진 현장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것은 이러한 권력의 비대칭적 상황에 오랜 시간 노출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력의 비대칭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권력의 비대칭적 구조는 자금을 주는 자와 자금을 받는 자라는 크게 두 가지 그룹 간의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다시 도움을 받는 자들의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가난한 마을이라고 할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지역의 엘리트나 유지가 있다. 즉,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도 더 많은 파워를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권력의 비대칭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부한 돈이 엉뚱하게 소수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왜 도덕 교육을 하지 않는 걸까?

지나고 나서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왜 코이카(한국의 국제 공여 기관)는 봉사단을 교육시킬 때 도덕적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일까? 약 한 달간 진행된 국내 교육에서 해외로 나가기 전에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도덕적 교육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받았던 교육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해서 이렇게 공여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나'였다. 그런 애국심으로 해외의 오지에 나가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을 상대하면 우리는 거만한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다. 현지인이 가진 가치, 오만해지지 않는 마음의 자세, 어떻게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는지를 배우는 것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할 일이다. 



* 제가 코이카로 갈 당시가 2010년으로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쓰다 보니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수정합니다. 현재는 코이카 단원 선발후 국내교육을 할 당시에 도덕적 교육이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하네요. 이 부분을 지적해 주신 분 따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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