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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을 품은 별 Sep 14. 2024

단테의 별 - 1권 1부 23화

빛의 출현(出玄)-빛을 품다/풋사랑인가? - (8)

아침부터 문현아가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뒤적였다.

“뭘 그렇게 찾아?”

“응, 있어.”

“오빠 점심쯤 나갔다 올 건데, 혼자 있을 수 있지?”

“응, 갔다 와.”

“동생은 뭐에 빠져서 오빠한테 관심이 없을까요.”

“오자미 만들어, 현아 바빠.”

“운동회에서 박 터트리기 할 때 쓰려는 거구나?”

“응.”

“혼자 만들 수 있겠어?”

“응.”

“힘들면 눠둬, 이따 와서 오빠가 만들어줄게.”

“응.”

문승협은 동생의 답변태도에서 어제 최선경과 비슷한 뭔가를 느꼈다. 여자들은 관심이 없으면 무성의한 것 같았다. 두 여자의 심리를 나름 분석하였으나 아쉽게도 헛다리 짚었다. 시간에 맞춰 최선경을 만나러 갔다.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에 빨간색머리띠, 흰색블라우스와 멜빵청치마에 빨간색카디건, 흰색양말에 빨간색구두의 최선경이 정확히 12시에 분식집문을 열었다. 발목양말에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가볍게 걸친 카디건이 잘 어울렸다. 왼손은 책을 가슴께 들고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걸어왔다. 의자에 앉으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문승협은 과하지 않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최선경을 바라봤다.

“숙녀가 앉기 전에 의자를 빼줘야 하는 거 아냐?”

“너무 예뻐서 까먹었어, 아니 아무 생각도 안 났어.”

“피, 입만 살아가지고. 뚫어지겠다, 그만 쳐다봐.”

“응.”

“그리고, 나 아직 화 안 풀렸어.”

“알았어.”

“왜 화났는지도 모르지?”

“응?”

“그만 보라고, 표정이 바보 같아.”

“어, 그래. 뭐 먹을까?”

“아무거나.”

“아주머니, 여기 아무거나 주세요.”

“뭐야, 진짜 아무거나 주문하면 어떡해.”

“네가 아무거나 했잖아.”

“그렇다고 아무거나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하, 너 오면 준비해 달라고, 이미 주문해 놨어.”

“치, 장난치기는. 뭐 시켰어?”

“찐만두 군만두 하나씩 하고, 라면 둘.”

“너무 많은 거 아냐?”

“많이 먹어둬, 오늘 힘들지도 몰라.”

“어디 가는데?”

“내가 전에 학교동산 말고 또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고 했잖아, 거기.”

“드디어 데려가는구나, 어딘지 궁금하다.”

예정된 일이 있다 보니 먹기 바빴다. 식사를 마치고 분식집을 나섰다. 둘은 학교 앞을 의식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다. 유달산입구에 도착하기까지 문승협이 앞서고 최선경이 뒤따랐다. 문승협은 오름길이라 힘들어할 최선경을 생각해 속도를 조절했다. 숨차하는 최선경을 보고 기다렸다가 손수건을 건넸다.

“괜찮아?”

“응, 이 손수건 내 거야?”

“응, 전에 학교동산에서 썼던. 그리고, 이건 포크댄스연습할 때고.”

“뭘 찾아, 또 있어?”

“어, 소풍 때 너희 어머니가 주셨던 손수건. 근데 빠트렸나 부다, 안 보이네.”

“괜찮아, 안 돌려줘도 돼.”

“아냐, 손수건은 꼭 돌려줘야 해. 이별의 상징이거든, 불길해.”

“어이쿠, 그 말에 심장이 놀랐다.”

“정말이야.”

“참나, 별 걸 다 신경 쓴다.”

잠시 쉬던 둘은 붐비는 가을행락객 사이를 피해 천천히 올라갔다. 대학루와 달성각에 들러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풍경과 멀리 펼쳐진 다도해를 둘러보았다. 문승협은 산을 오르면서 계속 최선경을 살폈다. 힘들어할 때 손을 잡아끌어주고 싶었지만 주위시선과 쑥스러움에 그러지 못했다. 유선각에 도착했을 때, 최선경이 창백한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였다. 문승협이 벤치에 앉으라며 음료수를 건넸다.

“오호,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어?”

“아까, 너 오기 전에 분식집옆가게에서.”

“자, 너도 마셔.”

“난 괜찮아, 좀 더 마셔.”

“나 힘들면 네가 업어야 되니까, 좀 마셔둬. 근데, 나 오란씨 좋아하는 거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았어.”

문승협은 오란씨를 받아 들고 망설였다. 입을 대고 마신 최선경이 보는 앞에서 닦으면 불쾌해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냥 마시기엔 너무 어색했다. 때마침 최선경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 틈을 타 얼른 병입구를 소매로 살짝 닦고 마셨다.

“뭐야?”

“응, 아빠가 작년에 생일선물로 사준 카메라야, 풍경을 찍어보려고.”

“와, 엄청 좋아 보인다.”

“그래? 미놀타카메라인데, 잘 나오더라.”

“인화해 봤어?”

“응, 방송부장 이정주아빠가 라이카사진관 하잖아. 거기서 했는데, 아주 잘 나왔어.”

최선경이 카메라를 들고 난간 쪽으로 갔다. 문승협은 사진 찍는 최선경을 지켜보다 반대편난간으로 가서 산 아래와 일등바위를 쳐다봤다. 최선경체력을 고려하여 어디까지 갈지 가늠해 보았다. 낮지만 멀리 있는 이등바위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조금 높지만 가까운 일등바위도 쉽지 않겠다며 최선경을 바라보았다. 최선경이 문승협에게 향해있던 카메라를 재빨리 내렸다.

“나 찍으려면 모델료 줘야 한다.”

“그래? 얼만데?”

“엄청 비싸.”

“얼만지 모르지만, 내가 줄 테니까 한번 찍자.”

“아냐 싫어, 나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해.”

“피, 한 번만 찍어보자, 응?”

“싫습니다 선경씨.”

최선경이 문승협의 단호한 거절에 뾰로통하였다. 문승협은 앞장서 걷다 최선경을 달래려고 다시 옆으로 갔다. 오늘은 데려가려는 장소에 가고 다음기회에 일등바위와 이등바위를 가자며 최대한 다정하게 말했다. 최선경이 흔쾌히 동의하였다. 유선각과 관운각사이에 조그만 샛길로 접어들면 인적 드문 길이 있었다. 문승협이 최선경을 보호하려 손을 달라고 하였다. 최선경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주어 의지했다. 큰 나무가 하늘을 가린 길을 걸었다. 풀 한 포기 없는 돌길을 지나 큰 바위가 불쑥 솟아있는 막다른 곳에 도착하였다. 바위 끝에서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돌아 조금 내려갔다. 정상아래 9부 능선쯤에 작은 오두막크기정도의 바위동굴이 나왔다. 최선경이 동굴 안을 살펴보며 서성이다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등골이 오싹해서 가슴에 손을 대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여기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된 거야?”

“3학년 때, 동네애들하고 총싸움하러 놀러 왔다가.”

“완전 낭떠러지잖아, 안 무서워?”

“위에서 보니까 그렇지, 밑에서 올라오면 괜찮아. 저기 학암사 옆길이나 저수지 쪽으로 올라오는 지름길도 있어, 조금 가파른데 오르내리기에는 훨씬 쉬워.”

“아래를 보면 무서운데, 멀리 보니까 멋있다.”

“안에 앉아서 보면 더 멋있어, 먼바다에 떠있는 다도해를 그린 산수화 같아.”

문승협이 동굴 안에 의자처럼 놓여있는 작은 바위 위에 수건을 깔았다.

“도안광산?”

“아, 할아버지광산기념수건이야. 비예보가 있길래, 혹시 몰라서 가져왔어. 자, 여기 앉아서 봐봐”

“진짜네, 동굴입구가 액자처럼 한 폭의 그림 같아.”

“저쪽을 보면, 노적봉과 해봉사도 보이고, 저기가 우리 학교야.”

“와 멋지다, 단풍이 완전히 물들면 더 멋있겠다.”

“음료수 줄까?”

문승협이 병뚜껑을 따준 뒤 과자봉지를 뜯어서 먹기 좋게 가방 위에 펼쳐놓았다. 최선경이 오란씨를 두 모금 마시고 다시 건넸다. 문승협은 어찌 마실지 망설이다 계속 바라보는 최선경 때문에 입을 떼고 마시다 흘렸다.

“이그, 아까는 닦아서 마시더니만. 그냥 입 대고 마셔, 괜찮아.”

“아까 봤어?”

“풍경도 좋은데,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문승협은 못 본체했다는 말에 뻘쭘했다. 최선경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했다.

최선경이 풍경에 앵글을 맞춰가며 셔터를 눌렀다. 문승협은 다도해사이 먼바다에 떠있는 화물선을 보면서 도안광산에 갔을 때 외항선이 생각났다.

“저 산 같은 다도해섬뒤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 사실, 나도 궁금하긴 해.”

“저기 떠다니는 여객선과 어선은, 어디를 향해 저렇게 열심히 가는지도 궁금하고.”

“아마 답은 우리 마음속에 있을 거야, 상상을 믿으면 사실이 되는 동화처럼.”

“하긴, 가기도 쉽지 않고 가보면 또 별거 없을 테니까, 동화처럼 상상하는 것이 낫겠다.”

맑았던 하늘에 구름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어느새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최선경이 사진 찍기를 멈추고 자리에 와 앉았다.

“선경아, 아픈 거는 어때?”

“괜찮아, 오늘도 씩씩했잖아.”

“전에 포크댄스 연습할 때는 좀 힘들어 보이던데?”

“참, 차여선이 어때?”

“뭐가?”

“몰라서 물으시나?”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차여선이 안겨오니까 좋았어?”

“아, 그땐 나도 당황했어. 아무 관심 없어, 정말이야.”

“나도 알아. 하지만, 아무런 변명도 안 하고, 변명하려는 노력도 안 해서 화난 거야.”

“미안, 나중에 철종이가 말해줘서 알았어.”

“올가미로 묶어 꼼짝 못 하게 하기 전에, 잘해라잉.”

“하하하, 알았어.”

“지금 웃음이 나오지.”

문승협은 괜히 포크댄스를 꺼냈다며 후회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화제를 돌리려고 책을 꺼냈다.

“아참, 책 가져왔어.”

“물론 다 읽었겠지?”

“응, 잘 읽었는데 많이 슬프더라.”

“그럼, 이 책도 읽어, 그 소설을 쓴 황순원의 별이야.”

“넵.”

“좋아, 태도 아주 맘에 들어.”

최선경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둘이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사이 보슬보슬 내리던 가을비가 멈췄다.

“그리고, 그 책은 선물이야. 영원히 나를 생각하면서 잘 보관하길, 알았나?”

“넵. 근데,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 영원히라는 말 때문인지, 소설내용 때문인지.”

“왜, 나를 영원히 생각하는 게 끔찍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뭐라 설명하긴 그런데, 아무튼 마음이 조금 이상해.”

문승협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면서 불현듯 최선경이 떠올랐던 순간이 생각났다.

“딴청 그만 피우고, 책선물 줬는데, 나는 뭐 없어?”

“미안,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준비했을 텐데.”

“미안할 거 없어, 받고 싶은 선물은 따로 있으니까.”

“뭔데?”

“노래, 노래 불러줘.”

문승협은 가곡‘별’과 ‘닐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불렀다. 최선경앙코르에 최근 자주 들었던 ‘Oh, Carol’을 불러줬다. 나직이 불렀는데도 동굴울림 때문에 감미롭게 들렸다.

‘Oh Carol, I am but a fool, Darling I love you, Though you treat me cruel, You hurt me, And you make me cry, But if you leave me~I will surely die, Darling there will, never be another, Cause I love you so, Don't ever leave me, Say you'll never go, I will always want you, for my sweet heart, No matter what you do, Oh Carol, I'm so in love with you’

“어이 승협씨, 가수 할 생각 없소, 가수 합시다?”

“됐어라우.”

“음메 아깐 거, 노예처럼 부려서 돈 좀 벌까 했드만.”

“하하, 너는 어떤 노래 좋아해?.”

“난 요즘 그 곡이 좋더라, 폴앵카가 부르는 Diana.”

“아 그래? 나도 들어봤어.”

즐거워하는 최선경모습에 문승협도 진심 기뻤다. 둘은 난생처음 이성으로 인한 행복감을 느꼈다.

문승협은 오늘 최선경이 듣고 싶어 하는 마음속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행복감을 깨고 싶지 않았다. 최선경 또한 듣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재촉하지 않았다.

좀 더 평온한 시간을 간직하고픈 둘의 마음과 달리 변덕스러운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낙엽을 흩날렸다. 구름을 빠르게 모아 금방이라도 다시 비가 내릴 태세였다. 둘은 행복을 시기하는 자연을 탓하며 하산하기로 하였다.

문승협은 내려가는 길을 고민했다. 빠르지만 가파른 학암사 옆길과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비교적 완만한 저수지 쪽 길이 있었다. 최선경을 생각해서 위험이 덜한 저수지 쪽을 선택하였다.

“내가 앞서 내려갈 테니까, 내가 디딘 곳만 밟고 천천히 따라 내려와, 알았지.”

“응.”

문승협은 혼자 오갈 때보다 안전하게 천천히 내려갔다. 가을비를 머금은 낙엽 덮인 길이라 꽤 미끄러웠다. 둘은 어려운 난코스를 극복하며 잘 헤쳐갔다. 마지막관문으로 바위사잇길에 봉착했다. 여자아이가 뛰어내리기엔 꽤 높았다. 더구나 최선경이 치마차림이라 난관이었다. 문승협이 잠시 고민하다 먼저 뛰어내렸다.

“선경아, 여기만 내려오면 평지야. 내가 엎드릴 테니까, 내 등 밟고 내려와.”

“그럼 신발진흙이 옷에 묻잖아.”

“괜찮아, 집에 가서 빨면 돼.”

“싫어, 너 할머니한테 구박받으면 어떡해.”

최선경이 얼른 손으로 자기 입을 막으며 안절부절못했다. 문승협은 못 들은 척하였다.

“그럼 치마를 다리 사이에 잘 넣고, 내 손 밟고 내려와, 손은 씻으면 되니까. 눈 감고 있을게, 알았지?”

“알았어, 해볼게.”

문승협이 깍지 낀 손을 가슴높이께 들고 눈을 감았다. 최선경이 다리 사이에 치마를 끼우고 어정쩡하게 앉아서 한 손으로 문승협어깨를 잡았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발을 내려놓았다. 문승협이 손으로 버텨내며 배꼽높이까지 받아 내렸다. 최선경이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고 쩔쩔맸다. 양손을 문승협어깨에 집고 천천히 앉더니 목에 팔을 감고 덥석 안겼다. 문승협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손에 묻은 흙이 최선경옷에 닿지 않도록 안아서 평평한 자리에 내려놓았다. 최선경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다.

“잘했어.”

“무거워서 힘들었지.”

“무겁긴, 깃털같이 가벼웠어.”

“거짓말.”

문승협은 부끄러워서 최선경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흙 묻은 손을 빗물 맺힌 풀에 대충 닦아냈다. 최선경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문승협을 바라보았다.

“아까 미안해, 나도 모르게 구박이란 말이 나왔어.”

“괜찮아, 날 걱정해서 무심결에 나온 말인데 뭐.”

문승협이 최선경을 품에 안은 것을 숨기려고 쿨한 척 앞장서 내려갔다. 그런데 최선경이 최대고비를 넘겼다고 방심하였다. 평지와 맞닿은 풀밭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문승협이 얼른 뛰어가 부축해서 일으켰다.

“괜찮아? 안 다쳤어?”

“응, 다치진 않았어.”

“다행이다. 근데 옷이 졌었다. 이러고 집에 가기엔 그러니까, 저기 저수지 흐르는 물에 닦아보자.”

최선경이 엉거주춤 따라갔다. 문승협이 닦아주려다 엉덩이 부분이라 손댈 수 없어 수건을 주고 살펴보았다. 최선경이 닦아보았지만 청치마 엉덩이와 카디건 팔꿈치에 풀물이 들어 잘 지워지지 않았다.

“안 되겠다, 이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가자.”

“괜찮아, 그냥 갈게.”

“누가 보면 오줌 쌌다고 놀리겠어. 글씨가 안 보이게 뒤집어서, 이렇게.”

문승협이 도안광산수건을 최선경허리에 둘러서 잘 묶어줬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시선을 의식해 문승협이 앞장서고 최선경이 뒤따랐다. 둘은 껴안았던 순간을 대뇌이며 각자 배시시 웃었을 뿐 가는 동안 한 마디 없었다. 최선경집에 다다라서야 문승협이 다가갔다.

“참, 손수건 가져가야지.”

“근데, 손수건 돌려주는 거에 왜 이렇게 집착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엄마랑 헤어질 때마다 손수건을 받아서 그런 거 같아, 이별의 징표처럼.”

“아, 미안.”

“헤어질 때마다 내가 우니까, 엄마가 닦으라고 줬어. 안 돌려주고 갖고 있으면 이별이 계속되는 느낌이야, 그게 싫어.”

“승협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괜찮아, 나도 오늘 알았어.”

최선경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승협이 담담하게 최선경을 안심시키고 돌아섰다. 최선경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시야에서 살아질 때까지 문승협을 지켜보았다.

문승협은 집으로 가면서 유달산을 쳐다보았다. 혼자 오르고 뛰어내려오던 길이 험난한 줄 새삼 깨달았다. 문득 좀 전에 했던 최선경말이 떠올랐다. 할머니한테 ‘혼난다’도 아니고 ‘야단’도 아니고 ‘구박’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문승협이 초인종을 누르려다 우체통에 하얀 봉투를 발견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이자연의 편지였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편지봉투를 뜯었다.

이자연은 도안광산에서 나와 광주로 갔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 전남대학교음악과 진학을 목표로 학원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문승협 주소는 외항선위에서 중국선원 진춘에게 써준 주소를 외웠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엄마와 광주에서 터전 잡는 과정과 생활하면서 엄마랑 다툰 소소한 일까지 편지에 썼다. 답장 안 하면 저주를 퍼붓겠다는 악담과 꼭 다시 만나자는 글로 마무리되었다.

문승협은 유머러스한 편지를 읽고 이자연의 유쾌한 모습이 떠올랐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최선경에게 양심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가을운동회를 하루 앞두고 학년별 최종연습이 마무리되었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걸리고 있었다.

운동회날 학교담장과 주변도로 곳곳에도 만국기와 운동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수없이 걸렸다. 학교로 가는 거리는 운동회에 참석하려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좌판상인들로 북적였다. 다들 학교에서 틀어놓은 음악과 어우러진 축제분위기에 들떠있었다.

단상과 단상좌우에 설치된 텐트는 지역사회귀빈과 학부모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운동장은 파란색머리띠를 한 청팀과 흰색머리띠를 한 백팀으로 나뉘어 도열하였다. 교장선생과 육성회장을 비롯한 귀빈들의 소개와 인사말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청백학생대표선서를 끝으로 학생들이 정해진 응원위치로 옮겨갔다. 운동장에는 5학년여학생 300여 명이 포크댄스공연을 위해 남았다. 절반은 치마처럼 만든 응원수술을 입고, 나머지 절반은 흰색운동복차림 그대로였다. 여학생들이 짝을 이루어 올림픽오륜기대형을 만들었다. 오성희선생이 단상 옆에서 준비신호를 보내고 나막신폴카를 틀자, 일사 분란하게 포크댄스를 추기 시작하였다.

문승협은 다음순서인 태권도경연을 위해 운동장건너편에 도복을 입고 앉아있었다. 포크댄스가 끝날 때까지 최선경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5학년여학생들이 포크댄스를 마치고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 자리로 이동했다. 동시에 5학년남학생 140명이 단상 앞으로 뛰어가 집결하였다. 청백으로 나뉘어 태권도경연을 했다. 태극 1∙2∙3장 품새와 겨루기가 펼쳐졌다. 이어서 문승협을 주축으로 유단자와 빨간 띠 10명이 고려품새와 격파를 시범 보였다.

최선경도 응원수술치마를 벗는 제갈민주를 도와주면서 문승협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태권도가 끝나고, 선생과 학부모들도 참여하는 축구, 배구, 피구로 본격적인 오전경기가 개시되었다.

운동장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측은 청팀, 우측은 백팀이었다. 5학년은 단상건너편에 자리했다. 청팀시작 1반 문승협과 백팀시작 6반 최선경이 팀은 달랐지만 바로 옆이었다. 문승협과 최선경이 각자의 응원단장통솔에 따라 반아이들에게 응원을 독려하고 있었다. 서무과직원이 문승협을 찾아왔다. 최선경은 갑작스레 뒤로 불려 가는 문승협을 보고 의아했다. 응원소리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서무과직원이 단상 쪽을 손짓하며 무언가 말하고 갔다. 문승협이 서둘러 문현아를 찾아가더니 손잡고 어디론가 갔다. 걱정 가득한 최선경눈이 계속 문승협을 따라갔으나 인파와 곳곳에 쳐진 천막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나고 문승협이 돌아왔다. 최선경에게 솜사탕을 건넨 후 제자리로 갔다. 별다른 기미는 없어 보였지만, 최선경은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무슨 일이야?”

“응?”

“아까 무슨 일이냐고?”

“아, 할머니야.”

“별일 없는 거지?”

“응.”

문승협과 최선경은 청백팀 간 경계로 2미터 정도 떨어져 앉아있었다. 북소리와 응원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다.

문승협이 잠깐 사라졌다 나타난 데는 할머니 박옥춘 때문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박옥춘이 귀빈소개에는 빠졌지만 오빠 박동후회장의 영향력으로 교장선생안내를 받아 단상위 귀빈석에 앉았다. 단상에서 부산하게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두리번거리자, 교장선생이 뭘 찾느냐고 물었다. 손주들을 찾는다는 말에 서무직원을 시켜 데려오라고 하였다. 박옥춘은 단상 귀빈석으로 찾아온 문승협남매를 여기저기 귀빈들에게 손주라며 인사시켰다. 아이스하드나 음료를 사 먹으라고 오백 원씩 줬다. 문승협이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솜사탕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문현아에게 남은 하나는 최선경에게 준 것이었다.

오전 마지막경기인 100미터 달리기를 끝으로 점심시간이 되었다. 친한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같이 먹으려고 여기저기서 이름 부르며 찾아다녔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문승협은 동생을 찾아 단상에 있는 할머니에게 갔다. 김철종이 뛰어와 자리를 잡아놨다며 같이 가자고 하였다. 할머니에게 자초지종 이야기하고 김철종이 알려준 장소로 함께 갔다. 거기에는 김철종가족뿐 아니라 가병수와 박진숙의 가족이 함께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 최선경과 제갈민주와 현기정의 가족도 있었다.

“승협이 형아, 저 기억나지라.”

“당연 알지, 병수동생이잖아.”

“승협이 오빠다, 안녕하셨단가요?”

“안녕, 선숙이랑 미숙이도 왔구나.”

“승협아 안녕?”

“아, 선경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여그서 말로만 듣던 그 인기남을 만나다잉, 무자게 반갑다, 나는 민주엄마여.”

“어머, 승협이 덕에 기정이가 부반장 됐다던데? 난 기정이 엄마야, 잘생겼네.”

“처음 뵙겠습니다.”

“뭣이어, 잘생겼다고 우리는 본체만체한 거여?”

“그럴 리가요, 철종이 어머니랑 진숙이 어머니를 어떻게 몰라봐요. 안녕하셨죠?”

“엎드려 절 받기 같은디, 호호호.”

먼저와 있던 여섯 가족은 연장자인 박옥춘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며 다정하게 맞아줬다. 문승협남매도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각기 싸 온 음식을 가운데로 모아놓고 서로에게 먹어보라며 권했다. 박진숙의 막냇동생 박미숙이 김밥을 오물거리며 문승협을 보았다. 조용히 일어나더니 문승협무릎에 슬그머니 앉았다.

“음마, 저 째깐한 아그도 잘생긴 사람을 알아보는갑써, 호호호.”

제갈민주엄마말에 식사하던 사람들이 유쾌하게 웃었다. 당황한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당사자 문승협과 박진숙의 둘째 동생 박선숙 그리고 문현아였다.

“야, 미숙이너, 안 일나냐?”

“싫어, 니가 뭔디.”

“야, 울 오빠여, 얼른 비키란께.”

“싫탄께는.”

“오빠, 무슨 말이야? 오빠는 진짜 내 오빤데?”

박선숙이 박미숙팔을 잡고 실랑이했다. 보고 있던 문현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문승협에게 자기 오빠라며 울먹였다. 박진숙이 박미숙을 안고 가면서 잠깐 소동은 정리되었다.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어른들이 뒷정리를 하였다. 문승협과 최선경은 옆에서 거들었다. 김철종과 다른 친구들이 동생들과 장난치며 놀았다.

“현아야, 니 오빠는 줘 불고, 내 동생 하잔께?”

“싫어.”

“아야, 아그 울릴라고 작정했냐, 인자 그만해라잉.”

“저것이 동생이 없어갖고, 동생으로 인한 고달픔을 몰라서 저 지랄이어.”

김철종농담으로 문현아가 또 울먹였다. 제갈민주가 김철종을 타박했다. 박진숙이 한숨 쉬며 동생들을 쳐다보았다. 현기정도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동생이 있으면 좋지 않니?”

“말도 마란께, 애를 낳아봐야 그 고통을 안다고, 느그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제갈민주가 최선경물음에 답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동딸 최선경과 형이 하나 있는 김철종이 서로 마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숙아, 할머니는 요즘 어때, 건강하셔?”

“좋았다가 나빴다가 변덕이 심해갖고, 쪼까 그래.”

“치료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겠다.”

“대신에 우리 아부지가 효자 되부렀어, 그 변덕을 다 맞추고 있은께.”

문승협은 치매에 걸린 박진숙의 할머니가 궁금하였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에 조금 심란했다.

뒷정리를 끝낸 어른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주로 박옥춘이 말하고 다른 어른들은 듣는 쪽이었다. 문승협은 이야기에 열중하는 할머니를 보자 갑자기 가슴 한편이 쿵 내려앉았다. 분명 집안자랑을 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엄마험담을 할까 봐 불안했다. 예측은 불행히도 틀리지 않았다.

박옥춘은 집안자랑에서 오빠 박동후회장을 빼놓지 않았다. 아들며느리 흉보기는 ‘자기한테 아이들을 맡겨놓고 서울에서 사업하는데, 생활비도 안 주고 전화도 없다’는 정도에서 멈췄다. 초면이라 체면을 생각해서였다.

최선경엄마가 ‘아들며느리도 사정이 있을 것이고 맘 편치 않을 거라며, 어른이 너그럽게 조금만 이해하시라’고 정리하면서 박동후회장의 강당기부로 화제를 돌렸다.

만약 박옥춘의 이야기가 계속 됐다면 기승전 아들며느리 험담으로 귀결될 일이었다. 문승협은 그로 인한 창피함과 괴로움을 견뎌내는 고통을 또 느껴야 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본부석에서 ‘오후 경기를 속개하겠다’는 방송이 나왔다. 가족들이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이동하였다. 아버지가 오면 무슨 난리라도 나는지, 학부형 중에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자라고는 선생과 학교관계자이거나 초청받은 귀빈과 좌판상인들이 전부였다. 자식들의 운동회를 함께하러 온 아버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점심시간으로 소강상태에 빠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단합을 요하는 줄다리기가 오후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기마전이 진행되면서 자기 팀을 응원하는 함성이 다시 들끓었다. 그러나 한껏 달아올랐던 운동장의 열기가 여기저기 분산된 경기로 조금씩 식어갔다. 질서 정연하던 응원대오가 흐트러져 개인 간 이동이 빈번했다.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좌판음식을 사 먹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점심을 같이 먹었던 어른들과 아이들이 먼저 집에 가겠다는 박옥춘을 배웅하였다. 박진숙이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문현아와 함께 있는 차여선을 발견했다. 갑자기 오자미를 던져 차여선뒤통수를 정확히 맞췄다.

“아. 뭐시어.”

“오메오메 으짜스까, 현아한테 던져준다는 것이 니가 맞어 부렀어야, 아따 미안하다잉.”

“야, 현아한테 준디 던져서 주냐? 너 고의로 그런 거잖애, 내 말 틀려?”

“아니어, 오해여 오해. 너랑 억하심정도 없는디 무담시 던지겄냐? 오해여야, 오해.”

“아 씨, 진짜 열받네.”

차여선이 여차하면 한판 붙겠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박진숙일행을 둘러보더니 뒤쪽에 문승협을 발견하고 급히 태도를 바꿨다.

“현아야, 이거 니 꺼 맞냐?”

“응, 맞아요. 진숙언니, 이거 어디서 났어?”

“아까침에 점심묵고 나서 놀 때, 니가 흘려서 언니가 주워놨제.”

“고마워요 언니. 휴, 난 잊어버린 줄도 몰랐네.”

“언니가 응원할 텐께, 이따 박 터트리기 잘해라잉. 현아야, 담에 또 보자.”

차여선이 문현아머리를 쓰다듬고 박진숙과 최선경을 째려보며 갔다. 제갈민주가 문현아에게 물었다.

“현아야, 저년이 너한테 뭐라 하디?”

“야 민주야, 저년이 뭐야, 좋게 말해.”

“이 과자 주면서, 오빠에 대해 물어보고 그랬어요.”

“저년, 아니 저 가시나가 다른 말은 안 하고?”

“네.”

“현아야, 박 터트리기 잘해. 이따 응원할게, 화이팅.”

“우리 현아 화이팅!”

최선경이 욕하는 제갈민주를 제지하고 문현아를 다독이며 응원했다. 현기정과 김철종도 응원하였다.

“인자 저 가시나가 대놓고 접근한다잉.”

“아따, 으째 나한테는 접근하는 가시나가 하나도 없으까, 허벌나게 불공평한디.”

“현아야, 오빠도 열심히 응원할게, 끝나고 만나.”

현기정이 차여선을 힐난하자, 김철종이 농담에 부러움을 섞었다. 다들 문현아를 격려하고 응원위치로 갔다. 최선경이 문승협 팔을 잡고 뒤로 살짝 빠지면서 한마디 했다.

“처신 잘하자잉.”

“…….”

“처신!”

“아 알았어.”

문승협은 억울한 표정으로 최선경을 보았다. 최선경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다시 강조하며 단속하였다.

곧바로 시작된 2학년 박 터트리기 경기에서 문현아편이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문승협과 친구들은 청백팀을 구분하지 않고 기뻐했다. 이어진 5학년남학생 160여 명의 차전놀이가 최고조였다. 학생들을 운동장트랙에 빙 둘러앉힌 400미터 계주가 운동회 대미를 장식하였다. 김용남이 대장으로 한 차전놀이에서 동점을 이뤘고, 마지막 400미터 계주에서 역전해 승패를 갈랐다. 최종 청팀이 우승했다. 삼립식품 크림빵과 칠성사이다가 우승상품으로 주어졌다. 우승발표와 시상 후에 학부모들을 위한 경품추첨이 열렸다. 김철종엄마가 전기밥솥을 탔다. 박진숙엄마는 전기보온밥솥을 받았고, 제갈민주엄마가 라면 한 박스에 당첨돼 경사스러운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우승상품과 경품은 물론 응원 중에 전달된 학생들 간식까지, 김용남엄마가 육성회를 통해 지원하였다. 귀빈과 선생들의 점심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김용남의 학생회장선거공약이었다.

가을운동회가 종료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학교를 빠져나갔다. 6학년만 최고학년이라고 운동장에 남아 일렬횡대로  맞춰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문승협남매는 친구들과 학교 앞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다.

“오빠, 아까 기정언니가 접근한다는 말뜻이 뭐야?”

“아무것도 아냐, 딴 뜻 없어.”

“그 고적대장언니 말하는 거 맞지, 그 언니가 쫌 이상하긴 했어.”

“차여선 인데, 애들이 보기엔 좀 그런 가봐.”

“오빤 안 그렇고? 선경언니가 신경 쓰는 눈치던데.”

“별 걸 다 안다.”

“울 오빠는 내가 지킨다, 뭐 그런 거지.”

“하하하, 현아 때문에 어깨 쫙 펴고 다녀야겠다.”

“참, 진숙언니 동생들은 왜 오빠를 자기 오빠라고 그래? 칫, 이상한 애들이야.”

“아, 전에 진숙이네 집에 가서 놀아준 적이 있거든. 그래서 친근감에 그런 거야.”

“왜 놀아줬어?”

“그땐 아이들이 엄마아빠랑 헤어져서. 아무튼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 오빠 무릎에 앉으면 어떡해. 오빠는 앉지 마란 말도 안 하고.”

“오호, 현아가 질투 났었구나?”

“난 싫단 말이야.”

“오빠도 많이 당황했었는데, 선숙이와 미숙이가 현아와 윤아랑 비슷한 나이기도 하고, 막내 윤아가 생각나서 그랬어.”

“윤아? 아, 내 동생 윤아. 보고 싶다, 엄마랑 아빠도.”

문승협은 금세 닭똥 같은 눈물이 맺혀 안기는 동생을 보듬었다. 하늘을 보며 슬픔을 삼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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