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하루
하루의 24시간은 매일이 변함없이 분명히 같음에도
어떤 하루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그 하루의 24시간은 달라진다.
간혹 유난히 아침이 무거운 날,
아침에 눈을 뜨고 정신없이 준비하고 나와 출근하는 길, 나홀로 운전석에 앉아 일터를 향해 차를 몰며
'늦잠도 자고 싶고 맛있는 아침도 먹고 싶으며, 그냥 놀고싶다!'
라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날들이 있다.
그렇게 내 하루의 시작을 투덜거리며 시작하는 날은 하루를 마치기 전까지 온통 불만 투성이인지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투덜거림과 불평불만이 극에 다다를 즈음이면
'그래도 매일 노는 것보다는 매일 아침이 전쟁같다고 투덜거려도, 퇴근이 늦다고 힘들어 죽겠다며 투덜거려도 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라며 나 자신을 토닥거린다.
불현듯 내 하루의 24시간을 떠올린 건 한 달 전 마츠야마 여행중이었다. 해가 질 무렵, 그리고 오늘의 여행도 끝이구나 하고 느껴질 무렵 시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 나는, 그리고 내일의 나는,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 . 지금 이 시간에 나는!'
분명 어제의 이 시간에 나는. .
하며 불과 24시간 전의 내 모습을 그리워 할 나를 떠올렸다. 힘든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던 나를 그 순간 보고 느끼는 것들이 좋아 지치는 줄도 몰랐던 내 시간을!
그런 생각을 할 즈음의 난 분명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며 고작 하루전의 내 모습이 그리워 견디지 못하도 있을게 뻔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은 또 행복에 겨워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것도!
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이지만 그렇게 사랑한다는 내 일이 가끔 미치도록 밉고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들은 해결이 아닌 그저 버틴다는 인생 선배들의 말이 이해될 즈음 내가 정말 일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나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은 여행이었다. 정말 행복한 여행이지만 결국 여행도 누군가 공짜로 보내주는 건 아니니 내 여행은 열심히 일한 노력의 대가와 같은거라 생각했다.
지친 하루에도 이미 끝난 여행을 떠올리며 추억하거나 이제 떠날 여행을 떠올리며 설레일 수 있기에 가끔 이렇게 다 놓아버리고 싶은 하루도 견딜 수 있다.
누군가는 일이 지치게 만들 때
통장 잔고를 보며 버티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버티기도 하고
나와 같은 이유의 사람들도 분명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잘 버텨낸 나의 하루, 24시간을 사랑한다.
잘 버텼다고 가벼운 칭찬도 해줄 법 한데 유난히 나 자신에게 야박한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이렇게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 일하는 일상과는 다른 24시간의 행복한 나를 떠올린다. 그런 나의 모습 또한 사랑하기에 오늘 하루도 버텨내며 일할 수 있는 것 같다.